UX & Design

[PEOPLE] 텍스트 내비게이터, 김강령 UX 라이터

기존에 구축된 세계가 한번 확장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UI/UX 분야 업무가 각광받기 시작하고, 업계에서 자리를 잡자 텍스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디자인뿐 아니라 그 안에 자리하는 글과 구조가 잘 읽히고 친절해야 비로소 좋은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UX 라이팅은 언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을까? 김강령 UX 라이터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 김수진 기자 soo@ditoday.com
사진. 김강령 제공

  • 문구를 다듬어 앱 내 커뮤니케이션 툴을 다듬는 일
  • 사용자의 행동을 부르는 쉬운 길을 안내하는 것이 곧 좋은 경험이라는 것  
  • 정보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근간 마련해야

안녕하세요, 강령 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토스에서 UX 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강령이라고 합니다.

먼저 UX 라이터가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UX 라이팅은 국내에서 유명한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UX 라이터에 시선을 멈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까지 다양한 일을 해왔어요. 콘텐츠 마케터로서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기도 했고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도 있거든요. UX 라이팅은 이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직무라고 생각했어요. 이 직무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고 다짐하던 때만 해도 국내에선 이 일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 막연히 계획만 세웠죠. 그러다 토스에서 UX 라이터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바로 지원했죠.

앞서 말씀드렸듯 UX 라이팅은 많은 분께 생소한 분야인 것 같은데, UX 라이터는 어떤 직무를 하는 사람들인가요? 그리고 토스라는 조직 내에서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맞아요. 저부터도 “무슨 일하세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거든요. 토스 라이팅 팀은 디자인 챕터에 소속돼 있어요. 사용자 경험을 챙기는 일에 가까우니까요. 넓게 보면 앱 내 커뮤니케이션을 다듬는 일인데, 좀 더 뾰족하게 얘기하자면 앱 안에 들어가는 문구를 개선하는 일을 해요.

▲토스 디자인 컨퍼런스 이미지

현재 국내 UX 라이팅 분야의 입지는 어떤가요? 또,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요?

입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체감상 1, 2년 전보다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좋은 라이팅이 무엇인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더라고요. 저도 토스 피드나 개인 브런치로 UX 라이팅을 알리려고 노력 중이고요. 앞으로 UX 라이팅의 효용성을 증명하는 것이 이 분야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아요. 비즈니스일 수도, 사용자의 충성도일 수도 있고, 혹은 둘 다일 수도 있겠죠. 이것이 얼마나 업계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에 따라 이 분야의 규모나 필요성도 점차 높아질 듯해요.

그렇군요. UX 라이팅의 목적 중 하나가 ‘매끄러운 고객 경험’이더라고요. 이를 위해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최근에는 내비게이팅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사용자에게 쉽고 빠른 길을 안내하는 거죠. 앱을 쓰다가 “어디로 가야 하지?”라고 헤매는 경험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가장 쉬운 예가 에러 메시지죠. 하고 싶었던 액션이 있었는데 안되면 해결책을 줘야 하잖아요. 적어도 문제가 생긴 이유를 알려주는 것 말이죠. 그런데 메시지에 그런 내용이 없으면 사용자는 스스로 에러를 고쳐야 하는 거예요. “이게 문제인가? 저건가?”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거죠.

그런 경험을 직접 한 사례가 있나요?

그럼요. 얼마 전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에러 메시지를 마주친 적이 있었어요. 정말 지치더라고요. 결국 1시간 정도 걸려서 해결하긴 했지만, 중간에 얼마나 관두고 싶었는지 몰라요. 운 좋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이 과정 자체가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돼요. 이런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비게이팅에 신경 쓰고 있죠.

UX 라이터로서 필요한 경험과 역량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UX 라이터로 일하면서 강령 님께서는 어떤 경험이 가장 도움 되셨나요?

디자인을 공부했던 경험이요. UX 라이터라는 직무를 알기 전에는 UI/UX 디자이너로 일하려고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공부도 하고 회사에서도 일해봤죠. 그때 쌓은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앞에서 말했던 에러 메시지를 개선하는 일도 디자인 뉴스레터 디독을 운영하면서 읽은 닐슨 노먼 휴리스틱 10에서 영감을 얻어서 시작하게 된 거였거든요. 에이전시에서 디자인 시스템 작업을 하면서 여러 레퍼런스를 본 것도 라이팅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강령 님은 이전에 ‘디지털 콘텐츠 문법에 대한 이해’를 하시는 분이 UX 라이터로 적합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디지털 콘텐츠 문법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 글이 담기는 그릇을 이해하는 거예요. 프린트로 출력해서 볼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과, 웹사이트 제품 상세 페이지, 동영상 스크립트, 카드 뉴스… 모두 글이라는 텍스트가 담겼지만 그릇에 따라 문법이 다르잖아요? 포맷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토스는 그 그릇이 앱인 거고요.

앱의 경우, 다른 매체와 다른 점은 플로우가 있다는 거고, 그 플로우가 사용자의 인터랙션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이에요. 사용자는 무엇을 누를지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다른 화면이 나오죠. 이런 그릇의 특성을 이해하고 화면의 앞과 뒤의 맥을 이어지게 하거나, 사용자의 선택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문구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하죠. 이것이 디지털 콘텐츠 문법이에요. 디지털 문법에 관한 더 자세한 자료는 제 브런치 매거진 <전략적인 디지털 글쓰기>를 참고하셔도 좋아요.

▲김강령 UX 라이터 ‘전략적인 디지털 글쓰기’

‘기획회의’ 매거진에 기고하신 글에서 ‘같이 하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는데요. ‘나머지 팀원들의 뇌를 동기화함으로써 하나의 제품을 만든다’고 하셨어요. 동기화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아직 고민 중이고,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요. 동기화에도 단계가 있어요. 첫 번째는 팀원들 사이에서 동기화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다음으로 동기화할 뇌의 퀄리티가 좋아야 해요. 마지막으로는 팀원들이 아주 적은 노력으로 그 뇌를 동기화할 수 있어야 하죠. 이전 단계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후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기 쉬워요.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가령 라이팅을 잘해야 한다는 의지가 없는데 멋진 가이드라인을 공유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거죠. 아무도 쓰지 않을 테니까요. 앞선 세 가지 단계에서 팀이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해 보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토스에서 시도했던 자세한 방법들은 토스 디자인 콘퍼런스 Simplicity21 UX 라이팅 세션이나 제 브런치 <토스가 보이스톤 메이커를 만들게 된 배경>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강령 님은 뉴스레터 ‘디독’도 운영 중이시고, 브런치에 UI/UX 관련 글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관련 프로젝트도 어떻게 시작하신 건지 궁금해요.

디독을 처음 만들 때, 브랜딩 관련 아티클을 번역했어요. 콘텐츠를 만들다가 디자인을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자연스레 브랜딩이나 그래픽 쪽으로 관심이 갔거든요. 마침 뉴스레터라는 매체가 유행하기 시작해서 그것도 써볼 겸 디자인 아티클로 해봐야겠다 싶었죠. 한참 운영하다가, 구독자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UI/UX 아티클에 대한 니즈가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UI/UX 아티클로 방향을 전환했고 결국 지금까지 제게도 도움 되는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디자인 뉴스레터 디독

업무와 사이드 프로젝트 사이에 UX 라이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데요. 둘 사이를 잘 조율하는 팁이 있을까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던 이유는 시스템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였어요.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자동화 템플릿을 만들었고, 이 경험은 UX 라이터로서 좋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어요. 좋은 문장 사이에서 패턴을 찾아 원칙으로 만들었거든요. 한 가지 조언을 드리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이는 게 좋아요.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못하니, 주말에만 몰입해도 운영될 수 있게끔 만드는 루틴도 필요해요.

▲김강령 UX라이터 브런치

UX 라이터로서의 신념과 비전도 여쭤보고 싶어요.

정보 소외를 해결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어요. 세상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해서, 찾지 못해서 손해 보는 일이 너무나도 많잖아요? 알면 좋은데 어려워서 외면하는 경우도 많고요. 제 커리어 내내 이것을 풀고 싶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는 사회 이슈를 쉽게 전달하는 기사를 쓰고, 어려운 책을 쉽게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UX 라이터로서도 같아요. 금융이라는 전문 용어가 가득한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문구를 쉽게 다듬는 일을 하고 있죠.

어느새 마지막 질문입니다. 강령 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UX 라이터로서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쉽고 빠른 사용자 중심의 UX 라이팅의 표준을 제시하고 싶어요. 아직 누구나 공감할만한 좋은 라이팅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라이팅이 왜 중요한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같이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면 영향력도 키워야 하고,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도 많아야겠죠. 지금은 그것에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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