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how, UI & UX

[PEOPLE] 브랜드 디자이너가 디자인 경험을 쌓는 법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라고 외치던 유병재는 이제 고전 짤이 됐지만 그 지독한 현실감은 지금도 가슴 한편을 시리게 한다. 정말로 신입은 어디서 뭘 해야 할까. 김지윤 디자이너와 얘기를 나누고 그 답을 조금 찾을 수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은 필수다. 정말 작은 도전이라도 그를 통해 ‘경력보다 값진 경험’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김수진 에디터 soo@ditoday.com
사진. 김지윤 디자이너 제공


안녕하세요, 지윤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화면과 지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브랜드 경험을 쌓는 디자이너 김지윤입니다. 현재는 IT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지윤 님은 디지털 인사이트의 인사이터로 활동 중이세요. UI와 디자인 분야에 대한 글을 쓰시죠. 브런치에 2017년부터 글을 써오셨는데,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경험을 글로 푸는 이유나 목적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인은 물론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에는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정 디자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이루고 있는 논리를 찾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죠. 이를 글로 풀다 보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두두(DODO) 프로젝트가 눈에 띄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밤새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맞나요?

맞아요. 두두는 ‘Do what you want to do’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임이에요. 2018년 3월에 시작해 현재 18회를 진행했고 약 550여 명이 다녀갔어요. 원래는 같이 밤을 새는 해커톤 방식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주말 낮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오프라인으로 10시간 동안 진행할 땐 같이 야식도 먹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죠. 지금은 4시간 정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요. 횟수도 줄었고 직접 만나지도 못해서 아쉽지만, 더 효과적으로 두두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운영진과 실험하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한 두두

두두는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시작은 단순했어요. 학교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선순위가 밀리는 일들이 있잖아요. 블로그 운영이나 사이드 프로젝트, 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것 등 개인적이지만 중요한 일이요.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은 많은데 그것을 막상 시작하려니 잘 안 되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계기를 마련하면 모두가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분이 사소하지만 빛나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도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하지 못한 일이 참 많았거든요. 힘든 점은 없었나요?

커뮤니티 활동은 처음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하지만 참여한 분들이 부족한 점을 많이 채워주셨죠. 두두의 기획의도처럼 하고 싶은 일을 했던 분도 있었지만 회사 일을 가져와서 하거나 외주, 혹은 팀플을 하는 분도 있었어요. 심지어 평소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몰아서 보거나 미루고 미루던 외장하드 정리를 하시던 분들도 있었고요. 두두에서 만나 실제로 창업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다양성을 경험하는 것이 즐거워서 가늘고 길게라도 두두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 것 같아요. 운영진도 미니 세미나, 신년회 등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고 있고요.

▲지윤 님 브런치

회사 생활만으로도 바쁘실 것 같은데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병행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성격 때문인데, 제가 겁이 많았어요. 보통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실패할까 봐’잖아요. 그런데 실패를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것을 여러 번 시도한다면 작더라도 하나는 성공하거든요. 작은 성공 하나가 많은 실패를 잊게 해줘요. 계속해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게 실패를 잊는 원동력인 거죠. 실제로 예전보다 실패에 둔감해졌고, 더 많은 실패를 통해 더 빨리 배우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시너지예요.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썼던 이유는 제 일 자체를 글감으로 삼았기 때문이거든요. 이 디자인은 왜 좋아 보일까, 왜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할까,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등 리서치했던 것을 글로 풀어냈어요. 글로 쓰면서 내재화된 지식이 다른 분께는 인사이트가 되고요.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이나 커리어 측면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삼성디자인멤버십에서 비주얼 디자이너로 근무하셨어요. 그 곳에서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대학생 때 ‘일 잘하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던 분들 중 삼성디자인멤버십에서 활동하셨던 분이 많았어요. 저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운 좋게 재밌는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었어요. 삼성전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디자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모두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것은 아니에요. 디자인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동기 부여도 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삼성디자인멤버십을 졸업하고 바로 삼성전자에 들어가신 건가요?

삼성디자인멤버십을 졸업한 것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에는 공채로 들어갔어요. 3년 정도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 혼자 많은 것을 해야 하는 환경에 지쳤고 디자인적으로도 성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인원이 적은 초기 스타트업은 디자이너가 마케팅도 하고, 약간의 코딩도 하고, 오퍼레이션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거든요. 디자이너가 많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대기업에 눈을 돌렸어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그런 마음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여러 제품을 경험하는 기회이기도 했고 사용자가 다양하고 많은 만큼 보편적이면서 혁신적이고, 사용성을 고려하는 디자인을 배웠어요. 특히 가전제품은 모바일에서의 UI가 아니라 제품 기반의 UI를 해야 하니 새로운 경험이었죠.

과거에 4곳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셨어요. 다 소중하고 값진 경험들이었겠지만, 돌아보고 나니 가장 값지다고 칭할 수 있는 경험이 있을까요?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었어요. 에디터, 마케터, 오퍼레이터 등 동시에 여러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뿐일 거예요.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업무가 세분화되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스타트업에서 겪은 시행착오 덕분에 타 직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누구와 어떻게 일을 진행하면 효과적으로 끝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디자인적인 경험보다는 ‘일을 잘하는 방법’을 깨우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주얼 디자이너 직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무조건 좋은 걸 많이 보면 됩니다. 지름길은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디자인을 계속 보다 보면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의 유형이 생겨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 파다 보면 ‘이런 비주얼이 좋고, 이렇게 디자인하고 싶다’는 기준이 생깁니다. 계속해서 취향을 날카롭게 다듬고 있어요. 그 예리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어요.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좋은 조언을 듣고 싶어요. 평소에 인사이트를 얻는 팁을 공유하는 글을 많이 작성하시는데, 정기적으로 보는 플랫폼 또는 채널이 있을까요?

브런치에 게재했던 글 중 ‘요즘 읽는 블로그들’(<디지털 인사이트> 11월호 136~140p 참고)에서 소개한 곳들을 자주 보고 있고, 주로 사람들의 생각에서 영감을 받아요.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는 조선일보 김지수 문화전문기자의 인터뷰 기사 ‘인터스텔라’, 모베러웍스 유튜브 채널 ‘MoTV’의 현실 조언 시리즈,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 채널인 ‘조승연의 탐구생활’, 유지원 디자이너의 개인 블로그예요. 디자인이 추상적인 영역이다 보니 글이나 말로 구체화된 결과물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지윤 님 하면 생각나는 키워드를 뽑아보면 ‘글 쓰는’, ‘다양한 인사이트’, ‘많은 경험’ 등이 있어요. 지윤 님은 현재 자신을 어떤 키워드로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앞으로 지윤 님이 갖고 싶은 키워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제너럴리스트예요. 제너럴리스트는 보통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 해요.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이 브랜드 디자인이기 때문에 경계를 두지 않고 모든 것을 하고 있는데,가까운 미래에는 이 ‘경계 없는’ 분야를 ‘정의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브랜드 디자인이 무엇인지 몰라요. 예쁜 로고를 만드는 일? 멋진 광고를 만드는 일? 공간이나 패키지 등을 만드는 일? 정답이 없는 분야예요. 그게 이 분야의 매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눈에 보이는, 체감할 수 있는, 정의할 수 있는 뭔가로 만들고 싶어요. 계속 공부하고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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