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는 왜 스포츠 콘텐츠 공략에 집중하고 있을까?
변화하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OTT 서비스의 전략
지난 7일,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의 월간 사용자 수가 800만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766만을 기록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40만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런 쿠팡플레이의 빠른 성장의 배경이 된 것은 단연 ‘스포츠 콘텐츠’ 공략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2021년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의 축구 경기 중계를 시작으로 스포츠 콘텐츠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해왔다.(관련 콘텐츠: 쿠팡은 왜 맨체스터 시티를 초대했을까?) 최근에는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전 경기를 디지털로 중계해 지난 20일 진행된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예선 경기에서는 165만명이 넘는 DAU(일간활성이용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포츠 매니아를 등에 업은 쿠팡플레이의 성공 선례 때문일까? 현재 많은 OTT 서비스가 공격적으로 스포츠 콘텐츠 공략에 나서고 있다. OTT 서비스가 TV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 콘텐츠를 공략하고, 쿠팡플레이의 사례처럼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늘은 스포츠 매니아를 사로잡기 위한 OTT 서비스 간 스포츠 콘텐츠 경쟁에 대해 알아보자.
TV에서 모바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
여러 OTT 서비스가 스포츠 콘텐츠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가장 명확한 이유 중 하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스포츠 중 하나인 ‘KBO(대한민국 프로 야구 리그)’의 경우, 작년 한해 약 810만명에 달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특히 작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의 경우 경기장은 전석 매진을,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8.1%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KBO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스포츠 인기 속에서 의외의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TV 시청률’이다. 작년 KBO 시즌 중반 평균 TV 시청률은 0.864%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동기 대비 6%가량 상승한 수치다. 반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KBO 중계권을 확보해 인터넷 생중계를 진행했던 ‘네이버’는 2023년 평균 6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한 최고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다. 더해서 네이버는 4년 간 약 8억명의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연간 평균 1억6000만명에 달하는 수치다.
TV 시청률과 인터넷 생중계의 시청자 수를 절대적인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인터넷 생중계에 대한 인기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디어패널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가구 당 TV 보유율은 99.1%로, 가구당 약 1대의 TV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반면 태블릿 PC, 디지털 TV, 노트북 등의 보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과거 TV를 통해 일률적으로 이뤄졌던 식에서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이뤄지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일 이상 TV수상기를 이용한 비율은 71.4%로 2022년(75.5%) 대비 감소했으며, 연령대로 보면 20대(41.4%→29.8%)와 30대(67.8%→55.2%)에서 특히 큰 감소폭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스마트폰 이용률은 91.4%로 90% 이상을 유지했고, 태블릿 PC 이용률 또한 2022년(8.3%)보다 2%p 증가한 10.4%를 기록했다.
이처럼 콘텐츠 소비 방식이 전통적인 TV 시청에서 여러 플랫폼을 통한 시청으로 다양화됨에 따라, 실시간 스포츠 중계 등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른 TV 중계의 경쟁력 하락은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대표 스포츠 방송사인 ‘ESPN’의 경우도 미국 내 케이블 TV 시장 축소와 높은 스포츠 중계권료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작년 ‘NBA(미국 프로 농구)’의 인기 해설자인 제프 밴 건디와 젤런 로스 등 20명가량의 고액 출연진을 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TV를 통한 스포츠 콘텐츠의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사실이 스포츠 콘텐츠 자체의 경재력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외 여러 스포츠 선수들은 여전히 거액의 연봉을 받고, 스포츠 팬덤 또한 건재하다. 당장 최근 인스타그램에 5만9000개에 달하는 아시안컵 태그 게시물이 업로드 되는 등 SNS가 떠들썩 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단지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이 변화했을 뿐이다.
스포츠 팬을 사로잡기 위한 OTT 전략은?
이런 변화에 OTT 서비스가 스포츠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영리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의 누적 시청자 수와 쿠팡플레이의 성공이 보여주듯 많은 스포츠 팬들은 자신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통해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리그를 개최하는 협회 또한 굳이 TV 중계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더 많은 스포츠 팬이 관람하고 스포츠 문화를 더욱 널리 확산할 수 있는 창구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해서 OTT 서비스가 지불하는 높은 계약료 또한 OTT 서비스와의 중계 계약을 환영하는 이유가 된다. 예로 최근 티빙의 경우 네이버가 진행하던 KBO의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약 1200억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OTT 서비스들은 어떤 스포츠 콘텐츠로 팬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을까?
넷플릭스

대표 OTT 서비스 중 하나인 ‘넷플릭스’는 미국의 대표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의 주간 라이브 이벤트인 ‘RAW’ 중계에 대한 장기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25년부터 총 10년으로, 금액은 총 6조7000억에 달한다. 이는 넷플릭스가 맺은 스포츠 중계 콘텐츠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해당 계약을 통해 넷플릭스는 거대 팬덤을 보유한 WWE 콘텐츠를 미국 내 독점으로 중계하게 됐으며, 향후 캐나다와 중남미 지역의 중계권에 대한 계약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 외에도 스포츠 팬들을 사로잡기 위한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영국의 대표 스포츠 셀럽 ‘데이비드 베컴’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컴’이다. 지난 해 10월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베컴의 부모부터 가족, 전 동료 선수들과 맨첸스터 유나이티드 FC 시절을 함께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인터뷰 등 여러 관점으로 베컴이라는 스포츠 스타의 삶을 들여다본다.
베컴이 영국과 맨첸스터 유나이티드 FC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만큼, 베컴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해당 다큐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에 오르는 등, 큰 화제가 됐다.
티빙
앞서 KBO 독점 중계에 대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티빙 또한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했던 남성 이용자 늘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티빙은 미국의 대표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의 국내 중계를 독점하고 있는데, 지난해 치뤄진 정찬성 선수와 할로웨이 선수의 경기의 경우 오랜 기간 UFC에서 활약한 정찬성 선수의 은퇴 경기가 된 만큼 큰 화제가 돼 경기가 치뤄진 지난해 8월 126만명의 DAU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같은 달 국내 OTT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이용자 수를 기록한 수치였다.
쿠팡플레이

스포츠 콘텐츠에 있어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는 OTT 서비스는 단연 쿠팡플레이일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2023년 OTT 서비스 중 최초로 ‘K리그(대한민국 프로 축구 리그)’ 생중계를 시작으로 ‘라리가(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와 이강인 선수가 뛰고 있는 ‘리그앙(프랑스 프로 축구 리그)’ 등 다양한 축구 리그를 독점 중계했다.

이외에도 쿠팡플레이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와 ‘F1(포뮬러 자동차 경주 대회)’ 등 해외 인기 스포츠를 독점 중계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의 초청 경기를 개최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또한 스포츠 팬을 사로잡는 쿠팡플레이만의 전략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플레이의 주최로 개최된 스페인 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전석 매진과 더불어 쿠팡플레이에서 진행된 독점 생중계에서 300만명에 달하는 전체 시청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이렇듯 변화하는 스포츠 팬을 사로잡기 위한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ESPN과 폭스코퍼레이션, 워너브로더스 등 경쟁 스포츠 방송사들이 모든 채널을 통합하는 슈퍼 스포츠플랫폼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대표 스포츠 3사의 통합 플랫폼이 출시될 경우 미국 스포츠 중계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다양한 플랫폼과 OTT 서비스가 스포츠 콘텐츠 확보를 위하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변화를 빠르게 쫓아 스포츠 팬덤이 가진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초창기 여러 OTT 서비스에 밀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쿠팡플레이가 국내 최대 OTT 서비스로 거듭난 것도 결국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공급한 데 있다.
TV 중계에서 스마트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화한 것처럼, 소비자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변화를 나타낼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다. OTT 서비스 간 계속해서 치열해지는 스포츠 콘텐츠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앞으로의 전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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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조 현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