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와 배지 주면 끝? 게이미피케이션 UX 제대로 이해하기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본 개념부터 오해까지
요즘 퇴근길 지하철에선 토스를 켜게 됩니다. 하지만 딱히 내 자산이 궁금한 것도 아니고, 금융 관련한 업무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요. 바로 토스 만보기를 실행하고 하루 걸음 수를 체크하며 포인트 보상을 받기 위함인데요. 게다가 토스를 켜고 포인트 보상을 받은 후에도 보통 5분 정도 토스 앱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이렇게 무심코 토스 앱을 실행하고 나름의 체류 시간을 가지는 것은 토스가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사용자의 사용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앱 서비스 속에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앱 서비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닌데요. 실제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했다고 자랑했던 앱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외면받고,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죠.
그렇다면 게이미피케이션은 무엇이고,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해야 재대로된 효과를 발휘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선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다뤄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무엇?
‘게임(game)’과 ‘-화하다-(ification)’를 합성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메커니즘, 사고방식, 디자인 요소 등은 물론, 게임적인 사고방식까지 활용해 사용자의 참여와 몰입도를 높이는 기법을 말합니다.
사실 게이미피케이션 용어를 처음 제시한 것은 2003년 영국 출신의 게임 개발자 닉 펠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게이미피케이션은 기술적 한계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게이미피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수면에 떠오른 것은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의 선구자로 꼽히는 게이브 지커만의 서밋이었습니다.
이후 게이미피케이션은 스마트폰, 메타버스 등의 각종 기술 발전과 맞물려 마침내 업계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가속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게이미피케이션에 투자했고, 이에 글로벌 게이미피케이션 시장 규모가 2030년엔 968억달러(한화 약 143조3052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입니다.
업계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들 또한 이런 게이미피케이션 유행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신한 슈퍼SOL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선보여 주목 받았던 디지털 에이전시 매그넘빈트의 서명주 이사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융합 서비스는 이미 금융앱뿐 아니라 모든 앱들이 제공하는 추세이다”며 “사용자 유치와 충성도, 데이터 수집, 마케팅 등 다양한 부분에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4요소
게이미피케이션이 무엇이고, 얼마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지 알았다면 이제 게이미피케이션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아볼 시간입니다. 다양한 변형이 존재하지만 성공적인 게이미피케이션엔 공통적인 주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도전’ ‘경쟁’ ‘보상’ ‘성취’ 4요소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에 게임을 더하다>의 저자 칼 카프를 포함해 많은 업계 전문가와 디자이너가 효과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을 구현하기 위해선 이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1. 도전 목표
게이미피케이션 4요소 중 ‘도전’ 요소는 사용자로 하여금 앱 서비스에 참여하고, 이탈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 목표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요컨대 사용자에게 미션이나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도전 의식을 자극해 재미와 동시에 성취감을 제공하는 것인데요.
여러 앱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션 수행, 과제 해결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실제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는 사용자에게 일일 학습 목표를 제공하고, 이를 달성하면 연속 학습 일수를 기록하는 등 명확한 목표와 도전 기회를 제공해 지속적인 학습을 유도하는데요.
2. 경쟁 관계
‘경쟁 관계’ 요소는 앞선 ‘도전’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요소입니다. 사용자들 간의 사회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사용자가 자신과 타 사용자와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비교하게끔 만드는 거죠.
특히 이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순위표나 리더보드, 통계 자료 등을 제공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 사용자들이 더 높은 순위에 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증명 욕구와 경쟁심을 동기부여로 활용하는 것인데요.
대표적인 종합 금융 앱 ‘토스’의 소비태그 서비스에선 단순히 사용자의 소비 형태에 따라 소비태그를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특정 소비태그를 얻을 수 있을지, 몇 명의 사람들이 특정 태그를 얻었는지, 얼마나 희귀한 소비태그가 존재하는지를 함께 안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3. 보상
이렇게 도전과 경쟁을 통과했다면 마땅히 응당한 ‘보상’이 주어져야겠죠. ‘보상’ 요소는 말 그대로 여러 도전 과제들을 달성하면 사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기법인데요. 게이미피케이션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거의 모든 앱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쉽고 널리 사용되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입니다.
제공하는 보상으로는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인 보상부터 시작해 가상의 배지, 포인트, 트로피, 스티커, 아바타 등 다양한데요. 물론 보상이 반드시 금전적이거나 물질적인 보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보상이 그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불쾌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 겁니다.
실제 ‘나이키 런 클럽’은 배지와 트로피가 사용자가 직접 달려서 얻은 보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나이키 운동화 또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실제 러닝의 거리·속도·시간·심박수를 기록해 누적 거리·연속 운동 일수·최장 거리 돌파 등 사용자의 활동에 따라 배지와 트로피를 제공했는데요.
그 결과 나이키 런 클럽 앱의 사용자들은 가상의 배지와 트로피에도 충분한 보상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었고, 이런 만족 덕분에 나이키 런 클럽은 2012년 첫 출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 세계 러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4. 성취
하지만 아무리 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상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도전과 경쟁을 이어가긴 힘듭니다. 특히 오랫동안 앱 서비스 참여 동기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 때엔 보상 이외의 것도 필요한데요. 사용자의 장기적인 도전과 경쟁을 이어나갈 핵심 동력은 바로 ‘성취’입니다.
성취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게임의 피드백은 현실보다 더욱 빠르고 직관적이기 때문인데요. 현실에서도 분명 노력에 대한 피드백은 존재하지만 게임처럼 빠르고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선 능력치, 포인트, 레벨, 아바타 등으로 쉽고 빠르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죠.
이에 착안해 여러 게이미피케이션 적용 앱 서비스는 사용자의 행동에 즉각적인 반응을 제공해 사용자들의 성취감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토스의 ‘고양이 키우고 무료로 간식 받기’ 서비스는 미션을 수행하거나, 광고를 시청해 밥과 장난감을 받아 고양이의 레벨을 높일 수 있는데요.
하지만 토스는 단순히 레벨 표시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밥과 간식을 얻거나, 이를 고양이에게 급여할 때마다 특수 효과와 애니메이션으로 축하 메시지를 제공하고, 진행 상황 표시줄의 변화를 강조하면서 성취감을 자극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오해
1. 게이미피케이션은 어디에든 접목할 수 있다?
적절하게 잘 설계된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는 이미 입증된 만큼 확실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 효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존 앱 서비스가 게이미피케이션에 어울리는지 고민하는 노력을 등한시하는 앱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웹사이트나 앱에 게임 요소를 넣는다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든데요. 게이미피케이션은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24의 ‘이버스’가 이를 망각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 중 하나인데요.
지난 2022년 11월 이마트24는 게임을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콘셉트의 자체 모바일 앱 서비스 ‘이버스’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이버스는 NFT를 활용한 멤버십 확장성, 여러 게임을 통한 강렬한 각인 효과, 메타버스 개념을 구현한 UI·UX 디자인 등을 내세워 출시 초반엔 2022년 12월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 20만명에 도달하는 등 효과적인 성과를 내보였는데요.
하지만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버스는 점차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됐습니다. 너무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상품 예약·결제·할인·픽업이라는 편의점 앱의 본질에서 멀어진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심지어 게임 리소스로 인해 앱 구동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게임 장면처럼 연출하다 보니 필요한 기능에 대한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생겼는데요.
결국 이마트24는 “그동안 고객의 요청사항에 귀 기울여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새로운 앱을 선보이겠다”고 말하면서 약 1년 만에 게임포털 서비스 종료와 함께 편의점 앱의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게 됩니다.
2. 게이미피케이션은 포인트와 배지만 주면 된다?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함께 늘어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충분한 고민 없이, PBL(포인트-배지-리더보드) 같이 단순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보상 요소만을 내세운 앱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런 요소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보상 요소들 중의 하나일 뿐이며, PBL만으로는 사용자들에게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잡아둘 수 없는데요. 오히려 이렇게 PBL만 강조한 게이미피케이션은 사용자들이 금방 질리고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원인이 되며,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인식을 낮추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실제 김대홍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 부교수 역시 유나이트 서울 강연에서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을 차용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포인트와 점수, 배지 등으로 대표된다”며 “현실에선 성공하기 쉽지 않다. 기대감에 가득 차 포인트와 배지를 받더라도 ‘받아서 뭐에 쓰지?’ 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사람들은 떠난다”라며 PBL 위주의 게이미피케이션의 한계를 꼬집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단순히 게임적 요소 일부만 추가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재미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메타의 수석 프로덕트 디자이너 데이비드 테오도레스쿠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모든 구성 요소를 갖추지 않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손에 프로펠러를 쥐고선 날 수 없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 요소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