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희 변호사의 IT와 법 이야기 ①PC/인터넷 시대
1998년, 미국 법무부와 20개 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했다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은 종종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IT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지배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이 자연스럽게 바뀌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해 경쟁당국의 규제가 행해지기도 하죠. 과거를 알면 미래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 전문가인 강정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와 함께 각 시대별 주요 사건을 되짚으며 기술의 발전과 IT 생태계의 변화를 알아봅니다.
강정희 변호사의 IT와 법 이야기
- PC/인터넷 시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운영체제(OS)와 웹 브라우저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며 인터넷 시대의 주도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현재글)
- 모바일 시대: 2000년대 중반 이후 구글은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의 혁신을 이루며 IT 시장의 새로운 패권자로 부상했다
- 클라우드&데이터 시대: 네트워크 및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 증가하는 데이터 수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및 맞춤형 경험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모바일 시대는 데이터 중심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시대로 전환했다.
- AI 시대: 2020년대부터 오늘 날까지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 컴퓨팅 파워의 향상, 그리고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 등 기술 발전은 데이터 시대에서 AI 시대로의 전환을 가져왔다
라운드 1. PC/인터넷 시대
프롤로그: 빅테크의 지배력 증가와 경쟁당국의 규제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그리고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은 종종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독점적 지위는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경쟁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와 양면시장의 특징은 선도적 기업이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확보하고 유지하게 만든다.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사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진입 장벽을 형성하며, 양면시장성은 플랫폼 가치 극대화와 다양한 수익 모델 제공을 통해 진입 장벽을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경쟁당국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규제하며,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 때로는 과잉규제로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경쟁당국의 목적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혁신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기술 발전, 빅테크의 독점화, 경쟁당국의 규제는 상호작용을 통해 동태적 시장을 형성, 발전시킨다.
앞으로 각 시대별 IT 생태계의 주요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기술 진화와 경쟁당국 규제의 상호 작용을 탐구해 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 전쟁
1990년대는 PC와 인터넷의 대중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 시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는 윈도우 운영체제(OS)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웹 브라우저를 통합 설치하는 전략으로 넷스케이프(Netscape)를 추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를 출시하면서 IE를 기본 브라우저로 설치해 사용자들이 별도의 브라우저를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넷스케이프와 같은 경쟁 브라우저 업체에게 큰 타격을 줬다. 이 전략은 마이크로스프트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춰졌고, 여러 국가에서 법적 분쟁을 초래했다.
경쟁당국의 끼워팔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제재
1998년, 미국 법무부와 20개 주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제소했다. 주된 혐의는 윈도우 OS와 IE의 끼워팔기(Tying)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Monopolistic Practices)이었다. 2000년, 미국 법원은 마이크로스프트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고,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사업 분할과 운영 방식을 변경하게 됐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2001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내용은 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OS와 함께 메신저 서비스(MSN Messenger)와 미디어 플레이어(Windows Media Player)를 묶어 판매(Tying)함으로써 경쟁사를 배제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사용자가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다른 메신저 서비스나 미디어 플레이어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를 야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윈도우 OS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다른 소프트웨어 제품을 확산시키려는 행위는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3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윈도우 OS에서 MSN 메신저와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거하거나, 이들과 경쟁하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히 반발해 법적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의의결(Consent Decree) 절차를 통해 합의에 이르게 됐다.
시장의 변화
위와 같은 반독점 소송 또는 경쟁당국의 규제는 이후 넷스케이프와 같은 경쟁 브라우저뿐만 아니라 이후에 등장한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는 브라우저 시장의 다양성과 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MS의 시장 지배적 지위가 일정 부분 제약되면서 리눅스와 같은 대안 운영체제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운영체제 시장의 경쟁 역시 더욱 촉진될 수 있었다.
이렇게 MS가 PC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하면서 IT 산업을 주도했던 2000년대 초반을 지나 2000년대 중반에는 구글이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혁신을 이루며 새로운 IT 패권자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요인과 사건을 통해 이뤄졌는데, 다음 화에서는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장악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확산 전략과 여기에 제동을 거는 경쟁당국의 규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강정희 변호사
강정희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박사이자 대법원에서 공정거래 전담 재판연구관을 지낸 공정거래 전문가입니다. 삼성전자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며 IT 관련 사건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AI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現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前 대법원 재판연구관
■ 前 삼성전자 수석변호사
■ 前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