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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스초생, 어떻게 홀리데이를 넘어 겨울의 명사가 됐을까

2023년과 2024년… 스초생의 연속된 성공을 탐구하다


뭘 그렇게 기다려요?

투썸플레이스 ‘스초생’ 광고의 한 장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 듯 하다(자료=TBWA)

한 여인이 창에 낀 뿌연 성에를 손으로 걷어 내며 속삭입니다. 멜로와 서스펜스가 뒤섞인 치정극의 한 장면 같은 이 영상은 흥미롭게도 국내 디저트·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 ‘스초생’ 연말 광고의 한 장면입니다.

연말 광고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보통 비슷합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가정집, 아이가 있는 화목한 가정이나 다정하게 앉은 연인이 떠오르죠. 크리스마스, 새해 등 연말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내는 행사가 많은 탓일 겁니다.

스초생 광고는 이런 보통의 연말 광고와는 다른 인상을 줍니다. “연말 광고가 이래도 되나?”싶다가도 그래서 다시 한번 눈에 밟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많은 연말 광고가 따뜻함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홀로 차가워 보이기까지 하는 광고를 만들었으니까요.

소비자도 그런 스초생 광고가 자꾸 눈에 밟힌 듯합니다.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투썸플레이스의 홀 케이크 판매량이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으니까요. 통계를 내면 점포당 870개의 케이크가 판매됐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에는 분당 80개가 넘게 팔렸죠. 12월 홀케이크 판매 1위와 2위가 나란히 스초생과 화이트 스초생인 걸 보면 스초생의 공이 얼마나 컸는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스초생의 성공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그동안의 연말 광고와는 전혀 다른 스초생의 성공에는 어떤 기획과 이유가 숨어 있는 걸까요? 투썸플레이스 마케팅팀과 스초생 광고를 제작한 광고대행사 TBWA의 남현우 ECD에게 서면으로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2023년, 도발적인 연말 광고의 등장

스초생은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의 줄임말입니다. 2014년 2월 처음 출시돼 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 개를 돌파한, 투썸플레이스를 대표하는 케이크죠.

2023년 스초생 광고 모델로 등장한 임지연 배우. 그는 광고에서 손으로 케이크를 들어 크게 베어 무는 도발적인 모습을 보인다(자료=투썸플레이스)

그러나 투썸플레이스가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콘셉트로 스초생을 홍보했던 건 아닙니다. 이전 광고는 여타 연말 광고와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죠. 우리가 아는 스초생 광고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건 2023년 겨울입니다. 드라마 ‘더글로리’의 주연으로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친 임지연 배우가 모델로 등장했죠.

임지연 배우를 모델로 한 스초생 광고는 큰 화제가 됐습니다. 가족, 연인이 등장하는 따뜻함이라는 연말 광고와는 확연히 달랐으니까요. 임지연 배우가 등장한 스초생 광고는 기존 연말 광고의 느낌은 오간 데 없고, 오직 모델과 제품에 집중해 영화적 기법으로 도발적인 톤 앤 매너를 선보였습니다. 소위 연말 광고의 ‘클리셰’를 철저히 파괴한 셈이죠.

하나에 집중하는 결정, 스초생의 시발점이 되다

신선하지만, 사실 스초생의 콘셉트는 리스크가 있는 기획입니다. 연말 광고에 대한 클리셰적인 무드가 있다는 건 결국 고전적으로 그러한 기획이 늘 소비자에게 통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성공한다면 유니크한 연말 광고로 자리매김하겠지만, 실패한다면 쉽고 안전한 길을 포기한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2019년 투썸플레이스 연말 광고 포스터. 여러 홀리데이 케이크 라인업을 한 번에 홍보하고 있다(자료=투썸플레이스)

남현우 ECD는 이런 색다른 기획이 만들어질 수 있던 배경에 “투썸플레이스의 결단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전까지 투썸플레이스의 연말 광고는 ‘홀리데이 케이크’ 전 라인업을 강조하는 형태였습니다. 연말 느낌이 나는 여러 케이크를 한번에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것이죠. 그러나 투썸플레이스는 2023년 연말을 앞두고 기존의 광고 형태를 버리고 단 1개의 메인 제품을 선택해 소구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 결정이 스초생 광고의 시발점이 됐죠.

투썸플레이스의 결정은 큰 결단이었습니다. 하나의 제품에 집중한다는 건 결국 메인 제품의 승패가 전체 성과의 당락을 크게 좌우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광고 제작을 맡은 TBWA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광고의 돌출도를 확실하게 확보해야 했고, 스초생 캠페인의 경쟁자를 타 카페나 베이커리 브랜드가 아닌, 지난 10여 년 간 굳어져 온 연말 광고 자체의 클리셰로 설정하고, 지금껏 본 적 없는 연말 광고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홀리데이를 넘어 겨울을 장악하기 위해

임지연 배우를 통해 표현한 도발적인 새로움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강렬한 광고 영상은 온라인에서 누적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고, 판매량도 전년 대비 16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2023년 스초생 캠페인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움에 기반해 성공했으니, 2024년 캠페인은 성공을 위한 새로운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TBWA가 집중한 건 ‘시즌의 확장’이었습니다.

2024년 스초생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자료=TBWA)

2023년 스초생 광고는 기존 연말 광고를 완전히 비트는 새로움이 있었지만, 광고의 시즌은 동일하게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TBWA는 2024년 스초생 광고에 겨울 전체를 타깃한 콘셉트를 선보였습니다. 겨울이라는 큰 명사에 스초생을 대입시켜 겨울하면 스초생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걸 목표로 한 것이죠.

TBWA의 접근법은 ‘절기의 활용’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입동’부터 ‘대한’까지 총 6개의 절기가 있습니다. 대한이 1년 중 가장 큰 추위를 의미하듯 각 절기는 저마다 계절의 변화를 의미하는 뜻을 가지고 있죠. TBWA는 그중 ‘입동’ ‘동지’ ‘소설’ 3가지 절기를 꼽아 겨울과 스초생을 표현한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에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라는 카피와 함께 스초생 사전예약 시작을 재치있게 알렸고,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을 의미하는 동지는 “겨울 밤이 깊어질수록 달콤함은 더 깊어지거든요”라는 카피로 표현했습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날을 의미하는 소설은 눈 내리는 들판에서 눈처럼 새하얀 화이트 스초생을 먹는 장면으로 그려냈고요.

캠페인의 공개 또한 절기의 순서에 맞춰 순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겨울 내내 단계적으로 소재를 공개하며 결국 겨울이라는 시즌 전체를 스초생으로 표현한 것이죠.

디테일, 스토리텔링의 입체감을 더하다

세심하게 신경 쓴 음악적 요소와 타이포그래피, 미장센은 함께 어우러져 도회적 여성과 순수한 아이가 한 데 담긴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자료=투썸플레이스)

스초생을 겨울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공들인 디테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절기를 통한 표현이라는 카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한자, 국문 타이포그래피를 개발했고, 차임소리, 트럼펫 등 연말 광고 특유의 클리셰적인 사운드를 벗어나 감각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음악적 요소와 미장센은 한 데 어우러져 우아하고 세련된 도회의 여성이 스초생을 먹는 순간 순수한 아이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순간에 담긴 감정의 낙차를 짧고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극대화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라는 드라마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고민시 배우를 모델로 발탁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배우의 파격적인 변신을 통해 소비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한 것이죠.

실제 남현우 ECD “대중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고민시를 만들어보고자 했다”며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까지 아이디어 초기 단계부터 함께 고민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스초생 광고의 중심이 되는 도회적 여성의 도도함과 스초생을 만나 발현되는 순수한 아이의 천진함을 입체감 있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도 바라보지 않은 것을 바라본 결과

이렇듯 과감한 기획과 공들인 디테일이 만들어낸 스초생 캠페인은 판매량이 증명하듯 소비자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팬이 된 소비자의 반응도 여럿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초생의 성공은 앞서 살펴본 다양한 요소가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지만, 그 근본에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것을 신경 쓴’ 관점이 자리했습니다.

대부분의 연말 광고는 케이크를 강조하기 위해 모델은 부차적인 요소가 되거나, 광고에 별다른 스토리를 담지 않습니다. 디테일이나 스토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스초생은 스토리나 작품성, 모델을 룩앤필까지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듯 접근했습니다.

결국 스초생의 성공은 과감한 기획과 많은 연말 광고가 간과한 스토리와 디테일에 집중한 점이 어우러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길이 오히려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를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던 것이죠.

투썸플레이스 마케팅팀은 “2025년에도 투썸플레이스는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로써의 면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할 독창적이고 강렬한 캠페인을 준비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매 해 소비자를 사로잡은 투썸플레이스는 과연 2025년에 어떤 캠페인을 선보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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