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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수식어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식어’다. 특히 타이틀을 구성할 때 바로 꽂는 수식어 하나에 모든 것이 내포돼 있을 때가 많기에, 그만큼 자진해 고민의 늪 속으로 거침 없이 빨려 들어간다.

생각 못한 복명을 만나 모두 내던지고 줄행랑 치듯, 그 짧은 문장 하나가 뭐라고, 이 까짓 것, 하고 둘러 대다가도 내심 만만치 않은 흡입력에 몸을 맡긴다. 단물까지 쪽쪽 빨려, 벌거벗은 채로 다음 날을 맞는다.

그렇구나. 나는 매 순간 대전(大戰)을 치른 셈이구나. 수식어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나를, 혹은 너를, 아니면 그를 한 마디로 명약관화하게 관념을 고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영원을 넘어 영원불멸하기에 전투에 져도 ‘수식어’ 전쟁에서 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시 현장으로 튀어나가는 이유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는 ENA 채널 드라마의 주인공은 우영우의 수식어는 ‘이상한’, 프로야구선수 이대호의 수식어는 ‘조선의 4번타자’, 매 시즌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보인 앨버트 푸홀스 앞에는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선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발전이 필요 없을 정도의 완성도가 높은 선수라는 뜻의 중의적인 의미리라. 어떤 이 수식어는 ‘차마 수식어가 필요 없는’이란다. 참으로 수식어까지도 사람에 따라 달리 붙는다. 이럴 때일수록 이기적인 동기를 갖춰야 한다.

때론 우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특별함으로 씨들 때가 있다. 내가 날뛰는 호기심과 내 손 끝과 머리 끝에서 차례차례 흘러내려오는 오감을 채 글로 표현하기 전에.

그들은 ‘수식어’가 없다. 상상 속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끄집어 내 밖으로 내 던져야 사람들은 그것을 밟든, 주워서 쥐어 보든, 발로 차 버리든 할 것 아닌가. 밖으로 써지지 않은 글, 내 뱉지 않은 이야기는 그저 허상이고 공상에 불과하다. 글은 써내려 가야, 이야기는 내 뱉어야 비로소 ‘글’과 ‘이야기’가 된다. 더 큰 세상을 향해 내 걸어야 할 포트폴리오가 하나 더 는 셈이다. ‘수식어’.

홍보대행사 프레인글로벌의 여준영 대표는 예전 페이스북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가 열심히 인맥을 쌓으러 다니다 보면 네가 아는 백 명이 생긴다. 묵묵히 네 할일 잘 하며 살다 보면 너를 아는 백 명이 생긴다. 네가 아는 백 명을 관리하려면 백 번 관리해야 하고, 너를 아는 백 명과 관계 유지하려면 너만 관리 잘 하면 된다. 뭐가 맞겠니.’

중이 제 머리 깍지 못 한다고 수식어는 내가 꽂는 게 아닌, 나에게 꽂혀야 한다. 내가 아는 백 명은 내게 수식어를 꽂아주지 못 한다. 나를 아는 백 명이 내게 수식어를 꽂아준다.

도자기를 구울 때, 가스 불에 구우면 빛깔이 곱고 일정하게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예술품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 진정한 예술품은 불을 때 구운 도자기다. 거침과 부드러움, 장인과 맹인, 태풍과 회오리 사이에서 비로소 빚어진다. 오늘도 나는 당신과 함께 나만의 ‘수식어’를 주렁주렁 달기를 욕망하며 살아간다. 성별과 나이, 세대를 넘나드는 ‘수식어’를 갖고 싶다.

Author
김관식 기자

김관식 기자

디지털 인사이트 편집장, 한국잡지교육원 전임교수, UX 라이팅 전문 기자. 지난 20년, 여러분이 주신 사랑 감사합니다. 앞으로 20년, 여러분이 주실 사랑 기대합니다. 잘 쓰기보다 제대로 쓰겠습니다. 당신과 제가 살아가는 곳의 이야기라면 그 무엇이라도 환영입니다. seoulpol@wire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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