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대, 콘텐츠 마케팅 전략은?
AI의 콘텐츠 취향은 구글과 비슷할 겁니다
👉 지난 콘텐츠: AI 검색 시대에도 구글이 굳건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콘텐츠에서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가 구글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검색 의도와 제품력 두 가지 요소로 AI 검색 엔진과 전통적인 검색 엔진을 비교했고요.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구글을 대체하기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럼에도 AI 검색의 미래는 긍정적입니다. 대부분의 AI 검색 서비스들이 구글의 점유율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검색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짜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검색 서비스의 대표 주자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CEO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퍼플렉시티와 구글을 동시에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검색 시장의 등장은 콘텐츠 마케터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지금까지는 검색엔진최적화(SEO)니 뭐니 해서 구글이나 네이버 등 포털 검색 노출만 신경 쓰면 됐는데, 앞으로는 AI 검색 서비스에도 잘 노출될 필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선 AI 검색 엔진에 선택되는 방법론을 생성형엔진최적화(GEO)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실정이죠.
AI 검색 엔진은 콘텐츠 마케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역시나 본질이 중요한가 봅니다. 국내 마케팅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하던 것’을 더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SEO를 더 철저히 따르고, 콘텐츠 품질과 전문성을 더 고도화하는 것 말이죠. 나아가 AI 검색 서비스의 등장으로 일부 필드에선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도 예측됐습니다.
검색엔진최적화는 여전히 중요할 것
마케터에게 중요한 건 AI 검색 결과에 자사 콘텐츠를 많이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때문에 AI 검색 엔진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전문가들은 AI 검색 엔진의 콘텐츠 선별 기준이 전통 검색 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작동 방식이야 어떻든 간에 검색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용자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인 이상 선별된 콘텐츠 사이에 유사점이 존재할 것이란 예측인데요.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도 국내외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말을 해왔습니다. 퍼플렉시티에 따르면, 답변에 활용되는 출처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선택됩니다. 첫째, 트래픽이 높고 이탈률이 적은 웹 페이지의 콘텐츠일 것. 둘째, 콘텐츠 내용이 사용자의 질문과 관련이 있을 것.
잘못된 출처를 가져오면 퍼플렉시티의 답변도 잘못됩니다.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는 게 중요한데, AI가 이를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따라서 출처 선별은 전통적인 검색 엔진의 방식을 따릅니다. 신뢰할 만한 웹사이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콘텐츠의 연관성을 따지는 것이죠. 이렇게 쿼리와 관련된 상위 20~30개 문서를 추린 뒤 이후 AI가 내용을 요약·정리해 답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퍼플렉시티의 작동 원리입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
결국 퍼플렉시티가 웹페이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기존 검색 엔진과 유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어떻게 하면 AI 검색 결과에 자사 콘텐츠를 노출시킬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웹페이지에 특정 텍스트를 넣어 AI 답변에 포함되도록 유도하는 프롬프트 편법이 존재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말로 훌륭한 원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콘텐츠 품질을 웹페이지 선택 기준으로 삼는 건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은 지난해 자사 AI 검색 서비스인 SGE를 선보이며 콘텐츠 품질 평가 지침을 새롭게 업데이트했는데요. 기존의 ‘전문성(Expertise)’ ‘권위성(Authoritativeness)’ ‘신뢰성(Trustworthiness)’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되던 ‘E-A-T’에 ‘경험(Experience)’을 추가, ‘E-E-A-T’로 바꾼 것이죠. 여기서 경험은 콘텐츠의 독창성과 고유함을 뜻합니다.
AI의 등장이 구글의 콘텐츠 평가 기준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향을 더욱 강화한 셈인데요. 이로 미루어 보아 SEO는 AI 검색 시대에도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AI는 고품질 콘텐츠를 좋아한다
이처럼 SEO는 AI 검색 시대에도 유효할 전망인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SEO 전략은 어떻게 조정되어야 할까요?
우선 기본적인 SEO부터 충분히 따라야 하겠고요. 다음으로는 콘텐츠의 품질과 전문성을 지금보다 높여야 합니다. AI의 레이더망은 구글과 달리 SEO를 충족했다는 이유로 단순 홍보성, 광고성 글을 허락할 만큼 만만하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관련해 콘텐츠 그로스 그룹 엘리펀트컴퍼니의 김예지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AI 검색 시대에는 SEO가 다시 중요해질 거예요. AI 검색 엔진이 우리 웹사이트, 블로그 콘텐츠를 인지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검색 엔진에 먼저 인식, 노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직도 많은 국내 웹사이트가 검색엔진이 수집해가는 기본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웹사이트의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부터 먼저 시작해야 해요.
나아가 기업 입장에선 사용자를 실망 시키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보면요. 기존 검색 엔진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탐색하고 클릭을 하는 데 반해, AI 검색 서비스에서는 AI가 엄선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형식이에요.
때문에 해당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막상 원문을 클릭했는데 내용이 부실하다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질 것이고 이는 브랜딩 차원에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겁니다.
김예지 엘리펀트컴퍼니 대표
아울러 키워드 대신 고객 의도를 우선하는 콘텐츠 전략도 필요합니다. 기존 검색 엔진이 키워드와 검색 결과를 매칭하는 방식인 반면, AI 검색 엔진은 질문의 맥락과 의도를 고려합니다. 따라서 마케터는 독자가 어떤 질문을 던질지 지금보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대답을 명확한 문장 형태로 콘텐츠에 녹여내야 AI 검색 엔진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디지털 광고 대행사 옵티멀(Optimal)이 좋은 사례인데요.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옵티멀은 한 얼음 욕조 브랜드의 마케팅 대행 과정에서 “지금 바로 얼음 욕조를 구매하세요” “얼음 욕조의 차이를 경험하세요”와 같은 ‘구매 유도식’ 메시지를 “얼음 욕조의 혜택을 확인해 보세요” “우리 브랜드만의 혜택을 살펴 보세요”와 같은 ‘혜택 제안식’ 메시지로 수정해 큰 효과를 봤습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빙의 AI 챗봇 사용자가 혜택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는 점을 고려해 전략을 변경한 것입니다.
새로운 콘텐츠 마케팅 기회 등장할 것
AI 검색 서비스의 등장은 한편으로는 마케터에게 전에 없던 인사이트를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선 소비자의 의도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AI 검색 환경에서는 검색어가 문장 형태로 입력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김예지 엘리펀트컴퍼니 대표는 “문장 안에는 소비자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구글이 AI 오버뷰에 입력된 문장형 쿼리를 공개한다면 마케터가 검색어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예컨대 평소 운전을 많이 하는 60대 아버지에게 선물용으로 사드릴 운동화를 찾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 검색 서비스에는 이 문장 그대로 입력한 뒤 “추천해줘” 한 마디만 덧붙이면 됩니다. 반면 구글이라면 ‘중년 남자 운동화 추천’ ‘운전자 운동화 추천’ ‘선물용 운동화 추천’ 등으로 쪼개 검색해야 할 테고요. 당연히 마케터 입장에선 문장 형태의 검색어가 소비자 의도를 파악하기에 더 적합할 겁니다.
이 같은 문장형 검색어의 대두는 새로운 마케팅 분석 툴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관련해 AI 제품 분석 플랫폼을 운영하는 콕스웨이브의 김기정 대표는 “AI 검색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웹페이지를 방문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 분석 툴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AI 오버뷰나 퍼플렉시티 등으로부터 검색, 유입된 사용자를 마케터가 파악할 수 있다면 자사 콘텐츠가 소비자의 의도를 얼마나 충족시켰는지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커머스 관점에서도 기회가 열릴 전망입니다. AI 커머스 솔루션 스타트업 인덴트코퍼레이션의 윤태석 CEO는 “커머스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검색 엔진보다 대화 형태의 AI 검색 엔진이 고객의 유입과 실질적인 구매 전환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예를 들어 ‘결혼식에 입고 갈 원피스를 찾고 있는데 어떤 제품이 좋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제품을 추천 받아 이커머스 사이트에 유입된 사용자라면 일반 방문자보다 구매 전환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케터에겐 그래도 구글이 핵심
이처럼 AI 검색 서비스는 콘텐츠 마케팅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여겨지지만요. 그렇다고 모든 마케터가 AI 검색 서비스를 기대 중인 건 아닙니다.
글로벌 퍼포먼스 마케팅 기업 맥시마이저를 운영 중인 범지희 CEO는 “두 검색 엔진의 특성이 다른 데다, 향후 AI 검색 서비스들도 수익화를 위해 광고를 붙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마케터 입장에선 한 가지 광고 플랫폼이 확장된 수준으로 인식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정보 취득의 기능이라면 두 엔진 모두 제공하겠으나, 아직까지 AI 검색 서비스는 잘 선별된 대중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세분화되고 니치한 인사이트를 파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이고 뾰족한 정보는 앞으로도 전통적인 검색 엔진을 통해 소비될 테니 마케터는 앞으로도 구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커머스 측면의 장점을 언급한 윤태석 인덴트코퍼레이션 대표는 비용 문제를 지적하며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제품의 재고관리코드(SKU)가 너무 많다. GPT의 전처리는 아직 부족한 수준으로, 이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고도화된 AI 검색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해당 서비스를 마케팅에 활용할 때 필요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마케팅 풀퍼널 관점에서 구글 검색 광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마테크 기업 제리와콩나무의 김충수 CEO는 “기업이 구글 검색 광고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검색어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케팅 퍼널 관점에서 고객의 다음 행동을 전반적으로 추적하기 위함”이라며 “소비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해 어떤 항목을 오래 보고 무엇을 구매하는 지 등의 정보가 중요한 만큼 AI 검색 시대에도 여전히 구글이 마케팅 전략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 검색 시대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및 웹사이트가 더 선호될 겁니다. 때문에 SEO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고요. 따라서 우리 브랜드가 이미 SEO를 잘 따르고 있다면,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크게 수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소비자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소해주는 글이 AI 검색 결과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테니 콘텐츠의 품질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지금보다 집중해야 하며, 소비자의 질문을 상상해 이에 대한 답변을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콘텐츠 마케터의 역량도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로선 AI 검색 서비스는 마케터에게 전략의 수정을 요구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AI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방법론이 등장할 수 있으니 관련 시장을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