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도 쉬워야 한다” 쉽고 편한 AI에 진심인 벨루가
이상연 벨루가 대표 인터뷰
2023년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10월 중순, 한 해를 되돌아보자면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국내외 기업이 AI 시장에 뛰어들며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내보이고 있지만, 이런 AI 열풍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나 오픈AI의 챗GPT을 필두로한 대화형 AI 챗봇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챗봇이라도 실제 서비스에 접목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초기 도입 비용부터 시작해 개발과 유지 보수,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챗봇을 개발해 서비스에 접목하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 역량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각자 제대로 된 표준 기준 없이 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개발 역량이 있더라도 방향과 갈피를 잡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개발부터 시작해 운영까지 어느 하나 쉬운 구석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나고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상용화가 늦어지고 시장 정착이 더뎌진다. 그리고 이렇게 정착이 지연될수록 새로운 신기술에 밀리고 도태되어, 소위 말해 ‘한때의 열풍’으로 끝나기 쉽다.
실제로 현재의 AI 시장의 모양새가 그렇다. 각자 다들 저마다의 기술력으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챗봇 서비스 솔루션을 내보이지만 성능 면에서는 실사용 소비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제대로 된 기술 고도화 또한 요원한 상황이다.
‘벨루가(Veluga)’의 공략 지점이 바로 여기다. 벨루가는 AI 기반 콘텐츠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던 챗봇을 제공한다. 기존에 도입이 쉬운 대신 최적화가 어려웠던 단순 챗봇과 최적화가 뛰어나지만 도입이 어렵던 고도화 AI 챗봇의 단점을 모두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이상연 벨루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챗봇 개발 배경을 밝혔다.
지금은 개인부터 기업까지 정말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치만 메신저부터 시작해서 개인 구독형 툴, 기업 전용 업무 관리 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너무 많은 툴이 쓰이고 종류가 다양해지다 보니 오히려 비효율적인 상황인 거죠.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하게 됐습니다
쉬운 제작으로 진입장벽은 허물고 접근성은 높이고
가장 먼저 벨루가는 챗봇 도입의 첫 장벽이 되는 설계 난이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어렵고 전문 지식이 필요한 복잡한 별도의 코딩 설계 작업을 요구하던 기존 챗봇 제작과 다르게, 벨루가는 PDF 파일이나 TXT 파일 등의 로우 데이터 파일을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AI가 빠른 속도로 학습을 진행해 챗봇을 만들어낸다.
로우 데이터 기반 제작 방식은 단순히 쉬운 제작 이외에도 인터넷 상의 모든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일괄 학습해 답변 범위 및 퀄리티를 조정하기 힘들었던 기존 챗봇의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가진다.
철저히 사용자가 사전에 업로드하고 설정한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엉뚱한 대답이나 원치 않는 대답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대표는 “벨루가 AI 챗봇의 특징은 자기 문서로 만든 대화형 AI 채널을 링크로 카카오톡 등 누구에게나 쉽게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하면서 벨루가 AI챗봇의 접근성 장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완성된 챗봇은 웹사이트, 모바일 앱 또는 기타 채널에 적용하기 쉽도록 임베드형 링크로 손쉽게 적용이 가능했다. 이러한 링크 활용 적용 및 챗봇 공유는 소소하고 당연한 기능 같지만 나름 내부에서 피드백과 고민 끝에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챗봇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기능이라는 게 이상연 대표의 설명이었다.
이처럼 벨루가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콘셉트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챗봇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급조한 콘셉트가 아니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첫 번째 시장 도전이던 웹툰 말풍선 자동 편집 솔루션 ‘이미짓’ 역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됐고, 벨루가 챗봇 역시 이러한 서비스 운영 기조의 연장선상이었다.
여러가지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중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 편집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 마켓에 ‘이미짓’ 서비스를 출시했던 겁니다
어려운 AI 챗봇 용어는 UI·UX로 돌파구 찾다
로우 파일 기반 제작 방식으로 코딩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AI 챗봇 도입은 쉽지 않았다. AI 열풍 속에서 제작 외에도 챗봇 도입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벨루가는 복잡하고 어려운 AI 및 언어 모델 용어에서 또다른 원인을 찾아냈다. 바로 챗봇을 만들어도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벨루가가 꺼내든 카드는 쉬운 UI·UX였다. 벨루가는 기존 프롬프트, 스탭 시퀀스, 템퍼처 설정 등 어려운 챗봇 설정 용어에 고통받는 챗봇 도입 희망자를 위해 용어를 한글로 쉽게 풀어내고 간결한 디자인을 적용해 챗봇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UX 라이팅 작업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인터뷰 도중 이 대표는 일반 챗GPT의 설계 설정까지 예시로 선보이면서 벨루가의 간결한 디자인과 UX 라이팅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프롬프트, 템퍼처 설정 등 많은 초거대 언어 모델의 변수 설정을 한글로 쉽게 풀어내고, 간결한 디자인을 적용해 헤매지 않고 자기 문서를 올려 챗봇을 생성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을 좀 많이 했죠”
실제로 벨루가는 출처 노출 여부, 질문 힌트 노출 여부, 대화 스타일, 답변 스타일 등의 기본적이지만 전문 지식과 수치 조작을 요구해 제대로 설정하기 어려운 요소부터 시작해, AI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하거나, 답변을 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어떻게 응답할지 같은 세부적인 상황 대처 설정도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설정할 수 있다.
오픈AI의 챗GPT 플레이그라운드에 들어가보면 템퍼처, 맥시멈스, 시퀀스 스텝, 프리퀀스 패널티… 여기 속성이 굉장히 많잖아요. 근데 이걸 그냥 대뜸 ‘자 이제 설정해보세요.’ 라고 말한다면 일반인이 할 수 있을까요?
벨루가가 바라보는 AI 시장
그렇다면 이렇게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AI 챗봇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벨루가는 현재 국내 AI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관심있게 보면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라고 현 국내 AI 시장에 대해 설명하며, 이어 “기업도 AI를 어떻게 사용할 지 검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 초가 매우 흥미로운 한 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서 더욱 활발한 시장이 될 겁니다”라고 전망을 공유했다.
또한 인터뷰 막바지에 이 대표는 향후 챗봇은 물론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생성형 AI 이미지와 언어가 분리돼 절대 다수는 지금 챗GPT 사용 경험에 실망감을 더 가지고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AI가 만능이 아니라 기존에 일하는 방식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솔루션이 되는 접점에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 대표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AI가 모든 것을 다 해결 해주는 만능이 아니다” AI 기업으로서 다소 낯선 발언이긴 하지만, 지키지도 못할 무책임한 약속을 하는 타 기업들에 비해 솔직 담백한 그의 말에 더 믿음이 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말처럼 벨루가 챗봇의 향후 방향성 또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만능 AI의 장대한 여정보다는 더 쉬운 서비스 개선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향후 벨루가는 답변 근거 파일 문서 확인을 용이하게 해주는 ‘출처 노출’ 기능과 기업용 B2B 전용 대시보드를 필두로 한 비즈니스 전용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상용 툴과의 호환성 또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과연 인간을 대체하는 만능 AI보다는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는 벨루가가 어떤 모습으로 개선돼 변모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