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필요한 도구, 노션 CTO에게 들었습니다
퍼지 코스로샤히 노션 CTO 인터뷰
누군가에게는 메모 앱, 누군가에게는 협업툴로 불리는 노션(Notion). 요즘 이들은 스스로를 조금 다르게 소개합니다. AI 워크스페이스입니다. ‘실무자와 AI가 협업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노션이 새롭게 내세운 비전인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AI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직이 AI를 전사적으로 확장하지 못했고요.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EY도 “직원의 88%가 AI를 쓰지만 정작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직원은 5%에 불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요컨대, AI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은 많지만 성과를 낸 곳은 얼마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노션은 그 원인을 AI 도구가 기업과 실무자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찾습니다. 그리고 맥락 이해는 협업툴 노션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사내 데이터는 물론, 메일, 캘린더, 슬랙 등 외부 툴과도 연동되니까요.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에이전트 서비스 ‘커스텀 에이전트’를, 당장 어제(현지 시간 13일)는 AI 기반 소프트웨어 빌더 ‘개발자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AI 워크스페이스에 걸맞은 기능을 하나하나 선보이고 있습니다.
“노션 꺼도 AI는 일한다” 노션, 커스텀 에이전트 정식 출시
한 번의 지시로 24시간 작동하는 ‘AI 팀원’
이러한 변화를 최전선에서 이끌어가는 인물이 있습니다. 퍼지 코스로샤히(Fuzzy Khosrowshahi) 노션 최고기술책임자(CTO)입니다. 구글 시트의 개발자이자 슬랙의 부사장을 지냈던 그는 2023년 노션에 합류해 다양한 AI 기능 개발을 총괄했습니다. 현지에선 노션을 메모 앱 내지는 협업툴에서 AI 기반의 업무 운영체제로 변모시킨 주역으로 평가 받습니다.
노션은 창립부터 지금까지 “유용한 도구가 되겠노라” 일관되게 강조해왔는데요. 노션이 바라보는 AI 시대의 도구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난 3월 퍼지 코스로샤히 CTO를 화상으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션=AI 워크스페이스
AI 워크스페이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에이전틱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우리는 다양한 AI와 일해야 한다. 사람과 AI가 원활하게 소통하고,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현재 노션의 비전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인수인계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AI 기능을 출시했다. 간단히 소개해달라.
지난해 9월 노션 3.0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AI 워크스페이스로의 체질 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커스텀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맞춤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사람과 AI의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서비스다.


에이전트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반복 작업을 맡기면 좋다. 세 가지 활용 사례가 많다. 질문에 알아서 답하는 Q&A 에이전트, 이메일과 슬랙 등 연동된 채널의 업무 요청을 수집해 적절한 담당자에게 할당하는 업무 분담 에이전트, 개인의 데일리 업무와 미팅 내용을 요약해 보고서를 생성하는 보고서 작성 에이전트다. 각각의 기능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조직 전체로 보면 상당한 시간을 절약해준다.
기능 자체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커스텀 에이전트의 기술적 해자는 무엇인가?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이 핵심이다. 조직의 모든 정보가 이미 노션에 저장돼 있다는 것, 그리고 에이전트가 그 보관소와 직접 연결되어 자율적으로 읽고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도구와 근본적인 차이다. 또 노션은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다. 새로운 AI가 등장하더라도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노션 AI를 쓰고 느낀 첫 감상은 무척 쉽다는 점이다. 커스텀 에이전트를 개발하면서 어떤 사용자 경험(UX)을 최우선으로 삼았나?
직관성이다. 사람과 AI가 명확하게 업무를 분담하는 디자인으로 개발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결정을 AI에 맡겼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 커스텀 에이전트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들었다.
본격적인 앱 빌더에 가까웠다. 개발 관련 기능이 많이 들어간 탓에 마치 더 크고 중요한 앱을 개발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기존 노션과의 연결성도 떨어졌다. 때문에 1년 가까이 논의를 거쳐 다시 개발한 결과 지금의 커스텀 에이전트가 탄생했다. 아주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쓸 수 있으며, 전사 데이터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워크플로우로도 확장할 수 있다. 이 유연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노션 AI가 마주한 기술적 과제는 무엇인가.
신뢰성과 통제력,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건 좋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 사람이 확인할 수 있어야 기업에 실제로 도입할 수 있다.
노션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 데이터 레지던시를 도입했다. 유럽에 이어 두 번째인데, 글로벌 사스 기업이 한국 리전을 이렇게 빠르게 여는 건 흔치 않다.
APAC 특히, 한국 노션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또 기업 고객으로부터 데이터와 콘텐츠를 로컬에서 저장하고 싶다는 요청을 꾸준히 받아왔다. 원래는 더 빠르게 열고 싶었는데 이제라도 가동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실제 APAC 지역에서 전 세계 커스텀 에이전트의 절반이 생성될 만큼 반응이 뜨겁다.
노션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여기는가?
사용자 규모로 보면 노션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동시에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게 현재 목표다. 이번 리전 이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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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 잘 하려면?
여전히 많은 기업이 AI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다양한 기업을 만났을 텐데,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조직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존 업무에 AI를 붙이는 게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워크플로우를 재설계한다는 점이다. 또 AI 결과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AI가 공유할 수 있는 정보 맥락을 구축하고, 거버넌스와 책임 소재에도 투자한다. 작고 명확한 과업에 반복적으로 적용하면서 조직 구성원의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모습도 공통적으로 보인다.
반대로 잘 안 되는 조직의 특징은?
명확히 규정된 업무 영역도 없고, 가드레일이나 권한도 정의하지 않은 채 AI가 들어와 마법을 부려주길 기대한다. AI를 플랫폼이 아닌 도구로만 봐서 생기는 문제다. 당연히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AI 전환을 시도 중인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달라.
성과와 직결되고, 측정할 수 있으며, 반복 가능한 단 하나의 워크플로우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기서 성과를 확인하고, 사용법을 이해한 뒤 확장하는 것을 권한다. 나도 슬랙에 있던 과업을 노션 데이터베이스로 불러오는 일부터 시작했다. 1년 써보니 너무 편해 동료들에게도 공유했다. AI로 확보한 시간을 더 본질적인 일에 재투자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한 명의 일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관심사는?
도구가 많아질수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나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중앙 집중형 워크스페이스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에이전트도 적극 활용한다. 이메일 관리나 주간 프로젝트 업데이트, 성과 보고 등의 반복 작업은 대부분 커스텀 에이전트에 일임했다.
올해 노션이 집중하는 것은 무엇인가?
엔터프라이즈급 커스텀 에이전트에 대한 투자다. 보안 거버넌스, 예측 가능한 권한 제어 등 기업이 믿고 쓸 수 있는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노션 에이전트가 더 많은 레거시 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장기 계획이 궁금하다. 5년 뒤 노션은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말하면, 답하기 어렵다. 지금 같은 AI 시대에 중장기 예측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다만 노션은 창립부터 ‘도구’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시대마다 도구의 정의는 달라진다. 그게 지금은 AI 워크스페이스인 거고.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든, 5년 뒤에도 노션은 유용한 도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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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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