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과 꽃, 그 파격적인 공존, 그래픽 디자이너 difloxx

꿈에서의 경험을 현실로.

재앙과 꽃. 물과 기름처럼 누가 봐도 섞일 수 없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보면 머릿속에 이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오른다. 어떤 작품은 무척이나 어두워 재앙의 현장을 보는 듯하고 또 어떤 작품은 그 안에서 피어난 희망의 꽃을 발견한 느낌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difloxx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이름. difloxx 지역. Korea
URL. instagram.com/difloxx/?hl=ko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 ‘difloxx’입니다.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중학생 때였어요. 그때는 그냥 아는정도였죠. 본격적인 작업은 성인이 된 이후에 시작하게 됐어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Q. 중학교 때 디자인에 접하게 된 거면 꽤 오래 전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있으셨네요.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 다양한 분야를 시도했었어요. 음악도 하고 미술도 했었죠. 그런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재미를 느꼈던 것이 미술이었어요. 미술은 오래 하고 싶더라고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요. 그래서 디자인도 전공하게 됐죠.

Q. ‘difloxx’라는 활동명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특별한 연고는 없어요. 그냥 처음에 재앙(disaster)과 꽃(flower)이라는 단어가 같이 접목되는 게 재밌어서 지었는데 생각해보니 좀 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앞부분만 따서 ‘diflo’라고 붙였어요. 그 후 질려서 이것저것 첨언하다 보니 지금의 상태가 됐네요. 옛날부터 써오던 아이디를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아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Q. 표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분홍색 태양과 달을 보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cover. The Last Stop

Q. 작가님의 작업 방식 궁금했어요. 어떻게 작업하시나요?

전부 3D 툴로 작업해요. 오랜 시간 동안 손 그림을 그렸었는데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3D 툴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Traveler

Q. 작가님의 작품에는 작가님만의 개성이 느껴져요. 독특하고 몽환적이랄까요?

저만의 느낌이라…. 저는 잘 모르겠네요. 특별한 포인트를 가질 만큼 제가 하는 것, 제 작품이 개성이 있다고 여겨본 적이 없어서요(웃음).

Q.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실사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장소나 실제 사물도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요. 주로 장소나 사물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과거의 경험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좋아했던 사물이나 그날 봤던 것들이 작품이 되죠. 제 작품을 보면 종종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장소나 사물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이건 다 꿈에서 본 것들이에요. 꿈에서 보고 경험했던 것들이 작품이 될 때가 많아요. 꿈속에서 본 것들은 기록해뒀다가 최대한 유사하게 표현하려고 해요. 물론 까먹을 때도 많지만요.

무제

Q. 이밖에 다른 부분에서 영감을 받으시기도 하나요?

평소엔 가볍게 대중문화를 즐겨봐요. 특히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많이 보죠. 어떠한 이념과 사상을 배제하고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면 주의 깊게 보는 편이에요. 다른 생각과 삶을 훌륭하게 연기해내는 사람은 그 자체로 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강력한 영감을 주거든요. 최근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랑 조커를 여러 번 보기도 했어요. 이와 별개로 무기력해진 삶에 회생 동력을 받는 곳은 축구에요. 승패를 떠나서, 그냥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영감이 되죠.

Q. 사물들 외에도 주로 등장하는 존재가 있더라고요. 가면을 쓴 사람들인데요. 사람 같기도 하고 악마 같기도 해서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어요. 이 인물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 또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평소 제가 하는 생각이나 기억에 오래 남는 것들이 성선설보다 성악설에 가까워서 악마같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인물들의 외향적인 모습에 주목하는 분이 많은데요. 저는 외형적인 특성보다는 인물이 바라보는 시선과 각도에 주목하는 편이에요. 마주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같은 곳을 향하기도 하고, 제각기 다른 곳을 보기도 하는 시선의 각도를 통해 사람들이 상충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해요.

작품의 컬러 톤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은은하게 회색빛이 깔려 있기도 하고 약간 어둡기도 하네요. 날씨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작업을 진행하는 그 날, 그 하늘의 색을 그대로 옮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운동하면서 하늘을 보는 기회가 많아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오후 5시 30분에서 7시는 제가 가장 많이 하늘을 들여다보는, 가장 주목하는 시간이에요.
물론 하늘을 많이 본다고 해도 그대로 반영되는 건 아니에요. 중간 과정에서 왜곡되기도 과장되기도 축소되기도 하죠. 제가 바라본 하늘에 제 생각이 투영돼서 그런가 봐요.

Jlit

Q. 이런 효과나 색감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객관적인 것을 그대로 표현해서 감상자의 특정 경험을 자극시키기 위함도 있고, 지금 제가 느끼는 것을 전달하기 위함도 있어요. 하지만 소위 말하는 생각은 전달자의 몫이 아닌 감상자의 몫이잖아요. 그래서 의도가 완벽하게 전달되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거시적인 틀만 잡은 상태에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진 않았어요.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굳이 꼽자면 실력 향상이 우선인 것 같아요. 실력이 있어야 뭐든 진행이 가능하니까요. 테크닉 향상을 위해 오랜 시간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편이에요. 손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 기술이라는 분야는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또 문학이나 사회, 철학에 관련된 도서나 글들을 자주 접하려고 해요. 폭넓은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최근에 읽은 책은 마이클 샌델의 책들인데, 생각을 완고히 주장할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간 기분이들어서 재미있었어요.

Q. 영감을 주는 작가나 작품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작가는 고전 화가 중에 초현실주의의 포문을 연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가 있어요. 어린시절 과투시가 들어간, 넓은 공간을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한 그림들에 깊게 매료됐었죠. 단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배경과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는 분명 저의 삶과 닮은 점이 있을 거예요.

Q. 지금 하고 계신 작업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매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냥 재미있다는 거?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더 하다 보면 훌륭한 매력을 찾게 되겠죠.

Ownerless Home

Q.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 또는 앞으로의 계획을 여쭙고 싶어요.

우선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그 이외에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현재에 감사하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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