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가이드라인부터 업무 영역까지… 변화 중인 UX 라이팅 시장

와이어링크가 현장에서 목격한 3가지 흐름


UX 라이팅이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사용자가 디지털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작성하는 작업을 뜻하는 UX 라이팅은 2010년대 초반 UI·UX의 하위 영역으로 처음 소개됐는데요. 이후 2020년 즈음 소위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와 토스 등 IT 업계가 UX 라이터 직군을 채용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열풍이 불었습니다.

토스가 공개한 초기 UX 라이팅 원칙 중 하나는 '글에서 잡초(군더더기 표현)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자료=토스)
토스가 공개한 초기 UX 라이팅 원칙 중 하나는 ‘글에서 잡초(군더더기 표현)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다(자료=토스)
배달의민족은 정보 입력이 필요한 이유를 핵심만 간단히 전달하고 법적 근거는 최소한으로 넣었다(자료=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은 정보 입력이 필요한 이유를 핵심만 간단히 전달하고 법적 근거는 최소한으로 넣었다(자료=우아한형제들)

이후 UX 라이팅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됐는데요. 특히 쇼핑몰이나 배달앱, OTT 같은 앱 기반 B2C 플랫폼과 토스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금융권에서 빠르게 도입됐습니다. 실제 KB, 신한, 농협 등 주요 금융 지주는 지난 수년간 UX 라이팅에 적극 투자하며 앱 내 콘텐츠를 더 쉽게 개선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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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UX 라이팅 업계가 성장기를 지나 초기 성숙 단계로 진입 중인 가운데, 국내 최대 UX 라이팅 전문 기업 와이어링크는 “최근 들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흐름이 감지된다”고 전합니다. 구체적으로 1)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의 실용화 2) AI 답변에 유리한 콘텐츠 3) UX 라이팅 업무 영역의 확대입니다.

와이어링크는 국내 UX 라이팅 시장 개척자 중 하나로, 업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레퍼런스와 최다 UX 라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금융사, 통신사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UX 라이팅 전략 컨설팅과 가이드라인 제작, 솔루션 개발을 주도해 온 만큼, 지금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하고 조직적으로 대응 중인데요. “UX 라이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실무, 마케팅, 비즈니스 관점에서 더 뾰족해지고 있다”는 와이어링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 달라지고 있는 UX 라이팅 가이드라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이 실용적인 도구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이드라인을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은 콘텐츠 작성 원칙과 용어 규칙, 예시 등을 담은 문서입니다. 보통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 분량의 PDF 형식으로 배포되는데요. 이 탓에 실무자가 참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프로젝트 도중 매번 문서를 열어 용어 규칙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물론 UX 라이터가 콘텐츠를 검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통 기업에는 UX 라이터가 없거나, 있다 해도 1~2명뿐이라 현실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완벽히 소화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도 고객 경험을 개선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죠.

박증우 와이어링크 이사는 “실무자들이 가이드를 완전히 숙지하기도 어렵거니와, 숙지했다 해도 응용하는 건 또 다른 능력”이라며 “UX 라이터를 보유한 조직도 드물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다양한 방법을 통해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인 게 가이드라인의 형식 변화입니다. 와이어링크는 지난해부터 일부 고객사와 함께 PDF 대신 피그마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이 피그마로 구축된 곳은 화면설계서와 가이드라인을 같은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고, 기획자나 디자이너도 작업 중 궁금한 용어가 생기면 새 문서를 열 필요 없이 곧바로 라이팅 규칙을 참조할 수 있어 가이드라인의 실무 활용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피그마에서 작동하는 UX 라이팅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와이어링크가 고객언어 데이터셋을 제공했다. 이미지는 피그마 플러그인 화면 예시(자료=와이어링크)
NH농협은행은 지난해 피그마에서 작동하는 UX 라이팅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와이어링크가 고객언어 데이터셋을 제공했다. 이미지는 피그마 플러그인 화면 예시(자료=와이어링크)

나아가 AI를 활용해 UX 라이팅 자동화 솔루션도 개발했습니다. 와이어링크가 지난해 선보인 뒤 고도화 중인 ‘TX 라이팅 솔루션’은 콘텐츠 초안 작성부터 콘텐츠 검수까지 지원하는 솔루션으로, 최근 피그마 플러그인과 연동돼 실무자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와이어링크의 노하우를 녹여 모든 기업이 높은 수준의 UX 라이팅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특징이죠.

아울러 와이어링크는 가이드라인 내용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박증우 이사는 “가이드라인의 형식만 피그마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관 부서 실무자들이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용어 사례를 발굴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실용화하는 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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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콘텐츠는 실제 사용자를 향해 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과 AI, 두 독자를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UX 라이팅 업계가 마주한 새로운 과제입니다.

AI가 검색의 첫 관문으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습니다. 사용자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에 “30대 직장인 남성에게 어울리는 신용카드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AI는 인터넷의 수많은 콘텐츠 중 일부를 참조해 답변을 구성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서비스나 상품이 AI 답변에 인용되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시대가 된 것이죠.

2025년 3월 글로벌 배포된 구글의 AI 개요(자료=구글 캡처)
2025년 3월 글로벌 배포된 구글의 AI 개요(자료=구글 캡처)

이 흐름을 마케팅 업계는 ‘제로클릭’이라 부르고요. 이미 전체 검색 결과의 60%가 클릭 없이 끝난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AI에 자사 콘텐츠가 잘 인용되도록 하는 전략을 GEO(생성형엔진최적화)라고 합니다. GEO는 주로 이커머스 전략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 왔는데요. AI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기업 정보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국내 최대 UX 라이팅 전문 기업인 와이어링크에도 관련 의뢰가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현재 와이어링크는 한 대기업 고객사의 상품 페이지가 AI에 잘 인용될 수 있도록 콘텐츠 작성 가이드 컨설팅을 진행 중입니다. ‘AI가 어떤 콘텐츠를 잘 이해하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국내외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중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명확하고 논리적이며 구조화되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흥미롭게도 이는 그간 와이어링크가 지향해온 UX 라이팅 원칙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고현미 TX라이팅그룹 그룹장은 “AI와 사람이 선호하는 콘텐츠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너무 AI 친화적으로 쓰면 오히려 사람이 보기 어색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와이어링크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AI 시대의 콘텐츠 설계 노하우를 축적하는 중이며, 앞으로 AI와 사람 독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기업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GEO 컨설팅은 대부분 전직 SEO 전문 대행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들은 웹사이트 구조화 같은 기술적 영역에선 강점을 지녔지만 실제 콘텐츠 작성 노하우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따라서 GEO 시대에도 사용자 관점의 글쓰기 역량을 갖춘 UX 라이팅 전문가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와이어링크의 시각입니다.

3. 확장되고 있는 라이팅 영역

마지막 변화는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업의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브랜드 콘텐츠 전반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통합 관리하려는 곳이 늘어난 건데요.

와이어링크가 진행한 삼성생명 CX 라이팅 개선 사례. 문자 메시지의 가독성과 명료함을 높였다. CX 라이팅 적용 결과 메시지 개봉률이 70%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와이어링크)
와이어링크가 진행한 삼성생명 CX 라이팅 개선 사례. 문자 메시지의 가독성과 명료함을 높였다. CX 라이팅 적용 결과 메시지 개봉률이 70%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와이어링크)

와이어링크에 따르면, 예전에는 전통적 의미의 UX 라이팅, 즉 디지털 서비스의 UI 텍스트가 주된 프로젝트 대상이었다면, 최근엔 문자와 알림톡, 푸시 메시지 등 다양한 고객 접점 콘텐츠를 함께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UX 라이팅에서 CX 라이팅(고객 경험 글쓰기)으로의 확장입니다.

고현미 그룹장은 “CX 라이팅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비단 알림톡 같은 디지털 소통 채널뿐 아니라 AI 챗봇 스크립트나 VIP 고객을 위한 매거진, 지면 상품 설명서까지 고객과 마주하는 콘텐츠 전반이 프로젝트에 포함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국내 산업에서 고객 경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웹이나 앱을 잘 개선했어도 문자나 카카오톡 등 외부 채널이 엉망이면 기업의 전체적인 인상은 훼손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따라서 무엇을 써야 하고, 무엇을 쓰면 안되는지 등 콘텐츠를 일관되게 관리하기 위한 통합 원칙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여기서 와이어링크의 컨설팅 및 가이드라인 제작 역량이 발휘되는 상황입니다.

박증우 이사는 이런 변화를 두고 “기업들이 콘텐츠를 브랜드 경험과 고객 경험을 구축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를 통해 더 확실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내길 원한다고 풀이합니다. 결국, 앞으로 UX 라이팅이 사용성 향상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긴밀히 맞닿아야 한다는 뜻이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왜’에 대한 설명 능력인데요. 와이어링크는 “왜 이 단어를 써야 하는지, 왜 이 구조가 사용자에게 더 효과적인지, 왜 이 문장이 브랜드 정체성과 일치하는지 등 모든 질문에 논리적 근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 라이팅 전문가가 앞으로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변화 모두 UX 라이팅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기존에는 웹·앱의 난해하고 불친절한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고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 경험이 개선됐다면, 앞으로는 가이드라인의 실용화와 GEO 대응, 콘텐츠를 통한 브랜드 경험 설계 등 고려할 것이 더 많아진 셈인데요. 과도기에 서 있는 국내 UX 라이팅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에 적응해 나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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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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