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에 의존한 옥외광고, 이제 그만” 양승만 애드타입 사업총괄
1만 개 매체 발로 뛰며 쌓은 데이터, 옥외광고 시장 바꾼다
옥외광고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데이터 기반의 집행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강남역에 설치된 광고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그중 우리 브랜드 타깃은 얼마나 되는지, 나아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더 잘 기억하게 됐는지 정확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그간 옥외광고는 순전히 ‘감’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남역에 2030 세대가 많아서”라던가, “경쟁사가 성수에서 하니까”라는 이유가 대부분이었죠. 광고 후에도 도달률이나 인지도, 상기도 같은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 보니 다음 캠페인을 기획할 때 또다시 추측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런 옥외광고 시장의 오랜 숙원을 정면으로 풀어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 옥외광고 솔루션 조직 애드타입입니다. 종합 광고 테크 솔루션 컴퍼니 드래프타입(Draftype)의 옥외광고 부문 브랜드인 애드타입(Adtype)은 2023년 옥외광고 시장에 뛰어든 이후 국내 시장에 없던 옥외광고 데이터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옥외광고 시장이 ‘깜깜이’였던 건 관련 데이터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옥외 매체 앞을 지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동선 데이터와 ‘옥외 매체가 얼마나 눈에 잘 띄는지’를 의미하는 매체 가시권 데이터 모두 없었죠. 이 두 가지만 확보할 수 있다면 옥외광고를 원하는 타깃에게 정확히 송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승만 드래프타입 이사 겸 애드타입 사업총괄의 설명입니다.
다만 이런 데이터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요. 애드타입은, 양승만 이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식한’ 방법을 택합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존재하는 1만2000여 개의 크고 작은 옥외 매체를 모조리 방문, 관련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것이죠. 이 과정에만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2023년부터 수도권에 있는 모든 옥외 매체를 방문했어요. 주야간은 물론 날씨 별, 유동인구 밀도 별로 매체 주목률이 어떻게 되는지 AI 아이트래커로 측정했습니다. 그렇게 축적한 가시권 데이터 위에 자체 보정을 거친 통신 및 공공 이동 데이터를 얹히자 그제서야 비로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경로로 옥외광고를 바라보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옥외광고도 디지털 광고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타기팅과 성과측정이 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애드타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옥외 캠페인 컨설팅 및 미디어 플래닝인데요. 시장은 바로 반응했습니다. 매체 원청사와 광고 에이전시, 광고주들의 문의가 쏟아졌고요. 신세계면세점, 메디힐과 같은 대형 브랜드부터 게임사, 피부과의원, 스타트업 등 다양한 광고주가 애드타입의 고객사입니다. 광고주 재집행률은 90%. 업계 평균(50%)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양승만 이사는 “예산 한 푼이 아쉬운 기업 입장에서 성과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수 억 원 규모의 옥외광고는 사실상 ‘도박’과 다름 없다”며 “누군가는 신발에 흙을 묻혀야만 낙후된 국내 옥외광고 시장을 바꿀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양승만 이사와 애드타입의 운영사인 드래프타입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옥외광고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감’과 ‘경험’에 의존해 온 브랜드 마케팅 전반의 혁신을 꿈꾸는데요. 지난달 서울 성수동 드래프타입 사무실에서 양승만 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만 개 매체 실사로 확보한 국내 유일 데이터
국내 옥외광고 시장이 낙후됐다고 들었다.
옥외광고는 대부분 경험과 감에 의존한다. 광고를 누가 얼마나 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행하는 캠페인은 베팅이나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도 유동 인구 데이터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
일반적으로 유동 인구 데이터가 옥외광고 성과 지표로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하려면, 단순히 특정 구역에 머무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집계하는 것을 넘어 특정 경로에 어떤 성별, 연령대의 사람이 지나가는지까지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측정하나?
비식별 통신사 이동 데이터와 공공 오픈데이터를 파고 들었다. 다양한 출처의 이동 데이터를 모두 모아 공간 해상도를 높였다. 이후 머신러닝 모델을 적용해 타깃 오디언스의 ‘실제 시간대별 이동 패턴’과 ‘체류 시간’을 정량적으로 추론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순 인구수 집계가 아니라 타깃의 주거지, 직장, 여가 동선까지 세밀하게 꿰뚫어 볼 수 있다.
말만 들어선 잘 모르겠다. 애드타입의 동선 데이터가 기존 유동 인구 데이터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기존 데이터가 강남역 전체의 유동 인구만 알려주는 데 반해 애드타입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평일 8~9시 사이에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는 경로에 25~29세 여성 직장인이 몇 명 지나갑니다.’
이것만으로도 광고주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 같은데, 굳이 1만2000개 옥외 매체를 직접 방문한 이유는?
아무리 타깃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도 정작 광고를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광고판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시야가 얼마나 잘 확보돼 있는지 등 옥외 매체의 ‘실제 노출 가능성(Viewability)’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 조사를 했다. 이 가시권 데이터는 국내에서 애드타입만 갖고 있다.



실사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말이 쉽지, 1만 개 넘는 매체를 일일이 다 측정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주택가 구석구석, 상가 밀집 지역까지 들어가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옥외광고 시장을 데이터로 혁신한다는 사명감이 원동력이 됐다.
데이터, 옥외광고 캠페인에 ‘전략’을 더하다
수집한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것도 과제일 듯하다.
그래서 개발 인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애드타입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머신러닝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개발 직군이다.

지난 2년간 동선 데이터와 가시권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나?
가시권 데이터와 동선 데이터를 결합하면 옥외광고의 가장 중요한 질문, ‘누가, 언제, 얼마나 광고를 볼 수 있는가?’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앞선 예시를 다시 들어보겠다. 동선 데이터는 ‘평일 8~9시,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는 경로에 25~29세 여성 직장인이 몇 명’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가시권 데이터는 ‘그들에게 최적으로 노출되는 매체 위치’를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노출 규모와 노출 빈도를 연령별, 성별 별로 1일 단위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옥외광고의 타깃 노출 접점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애드타입의 솔루션을 활용한 구체적인 캠페인 성과가 궁금하다.
한 화장품 브랜드 캠페인의 경우 핵심 타깃인 25~29세 남녀가 자주 방문하는 장소 위주로 미디어를 플래닝한 결과 타깃 도달률이 80%까지 올랐다. 또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경우, 신메뉴 캠페인 집행 후 단기 매출이 약 120% 증가했으며, 장기적인 고객 생애 가치(LTV)도 48억 원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제품 상기도와 광고 회상률이 크게 개선됐다는 피드백을 공통적으로 받는다.
제품 상기도와 광고 회상률?
옥외광고 성과 지표 중 하나다. 사실 옥외광고의 핵심 성과는 매체 도달률이 아니라, 그로 인한 브랜드 자산의 변화다. 상기도나 인지도 같은 것들. 원래는 전문 리서치 업체의 서베이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데, 리서치 데이터를 광고에 특화하여 심층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브랜드 자산을 심층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 자산 분석 서비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브랜드타입이라는 AI·머신러닝 기반 리서치 데이터 심층 분석 솔루션이다. 핵심은 ‘사람들 머릿속에 우리 브랜드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느냐’를 정량적으로 측정해주는 것이다. 성별, 연령 별로 우리 브랜드의 인지도, 상기도, 이용 경험 등을 경쟁사와 비교해 보여준다. ‘우리가 20대 충성도 면에서 경쟁사와 5%p 격차가 있구나’ 같은 걸 알 수 있다.
그걸 왜 개발했나.
옥외광고가 비즈니스와 브랜딩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광고주에게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미 대기업은 연간 수백억 원 예산을 써가며 이런 브랜드 자산을 측정 중인데, 작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브랜드 헬스를 쉽게 점검하고, 정량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광고주 반응이 궁금하다.
이제 좀 만족해하는 것 같다. 처음 우리가 옥외광고 시장을 혁신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시큰둥해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봐, 너희 같은 회사 많았어’ 같은 느낌이었다. 매체별 주목률과 동선 데이터를 결합한 뒤에도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봤는지 말고, 캠페인 성과까지 측정할 수 있어?’ 브랜드타입까지 개발하고 나니 이제서야 고객사 미팅 자리에서 ‘오케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옥외광고 시장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회사나 플랫폼이 많았나 보다.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매체 중개 사업’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에 있는 옥외 매체의 위치와 가격을 정리한 뒤, 광고주와 매체 원청사를 연결해 중개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위치 정보나 동선 데이터의 부재 탓에 정밀 타기팅과 성과 측정이라는 광고주의 근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늘 인터뷰로 애드타입의 노하우가 공개됐다. 다른 회사가 따라하지 않을까?
분명한 기술적 해자가 존재한다고 자신한다. 2년 간 신발에 흙 묻히며 얻은 1만 개 이상의 매체 실측 데이터는 그 자체로 상당한 진입 장벽이다. 게다가 사람의 시선을 학습시킨 AI 기반 가시권 모델이나, 수많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타깃 동선을 추론하는 데이터 통합 노하우도 하루아침에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애드타입은 계속해서 머신러닝 모델을 고도화하며 격차를 벌려 나갈 계획이다.
문득 드는 궁금증. 왜 옥외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동료들이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에 예산을 과도하게 투입하다 유동성 문제로 폐업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그때 ‘브랜드 캠페인도 디지털 전환이 됐다면 무리한 집행을 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느꼈고, 이런 갈증이 애드타입 팀 전체에 깔린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특히 이중 옥외광고 시장이 가장 낙후된 영역이라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애드타입의 비전은?
단기적인 목표는 솔루션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더 정확하고 더 빠른 모델이 목표다. 여기에 소득, 소비, 사업장 같은 다양한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타깃 분석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지역 확장과 통합 시스템 구축이다. 특히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타기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옥외광고를 본 사람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오프라인 매체로 어떻게 끌어 들일까?’ 같은 복잡한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옥외광고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 타기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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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 섬네일조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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