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새롭게 탈바꿈한 피그마의 브랜딩 비주얼
피그마는 왜 검은색 윤곽선을 버렸을까?
지난 16일 UI·UX 디자인 작업을 위한 필수적인 작업 툴로 자리를 잡은 피그마가 새로운 브랜딩 비주얼 쇄신을 발표했다. 2019년 피그마의 브랜딩 비주얼 업데이트 이후 수많은 기술 혁신이 있었고, 시장 내 피그마의 위치가 확고해짐에 따라 새로운 메시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실제 피그마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피그마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도구에서 개발자, 프로덕트 매니저 등 모든 제품 개발 팀을 지원하는 생태계로 성장했다”며 “지난 5년간 브랜드를 정의했던 벡터 언어에 뿌리를 둔 정적인 시각적 언어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인지했다”고 브랜딩 비주얼 쇄신 사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피그마는 새로운 브랜딩 비주얼은 어떤 모습일까? 또 각각의 디자인과 결정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이번 글에선 피그마의 브랜딩 비주얼 쇄신에 대해 다룬다.
검은색 윤곽선을 과감히 버린 피그마
이번 피그마의 브랜딩 비주얼 쇄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형 변화, 그것도 윤곽선의 삭제다. 실제 이번 브랜드 쇄신을 통해 피그마의 브랜드 이미지에선 기존에 피그마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떠오르던 상징적인 검은색 윤곽선이 사라졌다.
이렇게 윤곽선을 벗어던진 피그마는 색채 대비와 패턴, 모션 등을 통해 형태를 표현해냈다. 또한 윤곽선이란 틀을 벗어던진 피그마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기본 도형(Primitives)를 도입했다.
피그마 캔버스 내에서 객체의 선택과 편집시 나타나는 꼭짓점의 점을 ‘점보 노드’로 대체했으며, 시간차를 둔 모션을 통해 피그마 특유의 협업성을 표현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피그마에 따르면 이번 외형 변화는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와 건축가 센다 미츠루 교수의 ‘놀이터(playgrounds)’에서 콘셉트 영감을 받고, 피그마 캔버스의 정체성에 접목시켜 발전시킨 결과다. 실제 피그마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외형 변화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창작하고 실험하는 공간인 피그마 캔버스에 대한 은유였다”며 “협업의 유연성과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고 윤곽선 삭제를 포함한 디자인 변화 의도를 밝혔다.
팔레트에 새로운 색상을 더해낸 피그마
피그마는 외형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장 먼저 인식하는 디자인 언어인 ‘색상’에도 변주를 넣었다. 이번 비주얼 쇄신에서 피그마는 기존 보라색 색상 톤을 유지한 채 더 넓은 색상 스펙트럼을 도입했다.
그 결과 피그마의 브랜드 이미지들엔 검은색, 회색, 갈색 등의 명도가 낮은 색상은 물론, 여러 대담한 원색과 심지어 네온 색상들까지 추가됐으며, 사용자에게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색상 변화에 대해 피그마는 더 이상 단일 색상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것은 현대적인 색상 접근 방식이 아니며, 피그마 사내 디자인팀은 유연한 색상 조합 스펙트럼이 브랜드의 확장성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그마는 다양한 색채 대비는 피그마로 작업하는 팀들의 팀워크와 팀원들의 강렬한 에너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디자인 해석과 검은색 윤곽선이 없어 색상이 더욱 쉽게 강조돼 선명한 대비를 이룰 수 있었다는 시너지 언급도 덧붙였다.
실제 피그마 브랜드 디렉터 데미안 코렐(Damien Correll)는 고유한 단일 색상이나 조합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브랜딩이라 여겨지는 업계 인식에 대해 “헤리티지 브랜들은 지금껏 색상 자산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며 “하지만 수많은 현대 브랜드가 이런 접근 방식을 가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헤리티지 브랜드란?
유산, 계승이란 뜻을 가진 헤리티지(Heritage)라는 단어를 브랜드에 접목시킨 단어다. 단순히 오래된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넘어, 오랜 시간 축적된 브랜드의 가치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의미와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지칭한다.
새로운 자체 폰트를 선보인 피그마
피그마는 폰트와 타이포그래피의 힘에도 주목했다. 기존에 Whyte 폰트를 브랜드 폰트로 사용하고 있던 피그마는 최신 브랜딩 비주얼 쇄신의 일환으로 스위스의 폰트 제작사 ‘그릴리 타입(Grilli Type)’과 협업해 ‘피그마 산스(Figma Sans)’를 시작으로 ‘피그마 콘덴스드’ ‘피그마 모노’ ‘피그마 핸드’ 4가지 신규 폰트를 선보였다.
특히 주력 폰트인 피그마 산스 기본형은 베리어블 폰트로써 사용자가 서체의 웨이트와 너비, 기울기 등을 개발 제품 및 화면 설정에 맞춰 입맛대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피그마 콘덴스드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설계된 폰트라는 개발 의도에 맞게끔 가로폭을 줄였다.
피그마 모노는 코딩 등의 개발 환경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폭 폰트다. 마지막으로 피그마 핸드의 경우, 손글씨를 폰트로 만들어내 아이디어 디자이너와 비디자이너 모두를 위한 강력한 협업 도구로 자리잡은 피그마에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하고 있다.
피그마에 따르면 신규 폰트들은 단순 심미성은 물론, 기능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만들어졌다. 피그마 디자인 매니저 타린 코워트는 “우린 피그마의 정신을 구현하면서도 어디서나 사용하기 쉬운 폰트를 원했다”며 “새 폰트는 모든 종류의 화면에 잘 맞으면서도 고객센터의 텍스트를 읽을 때도 가독성이 뛰어나고 아름다워야 했다”고 말했다.
피그마와 협업해 폰트를 제작한 그릴리 타입의 공동 설립자인 티에리 블랑팡 역시 “이번 폰트는 전문가와 초보자, 프로덕트 매니저와 개발자, 디자이너 모두에게 어필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라고 말하며 다재다능한 폰트를 만들고자 했음을 밝혔다.
피그마 산스를 비롯한 신규 폰트들은 피그마 사용자들에게 기본 제공된다. 또한 피그마는 향후 피그마 산스를 다양한 광고매체들에 직접 노출시켜 피그마의 브랜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으로
이번 피그마의 2024 브랜드 쇄신은 단순한 미적 변화가 아닌 다양한 사용자들의 창의적 협업 과정을 시각화하고, 더 나아가 피그마의 영역 확장을 예고한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실제 피그마의 디자인 매니저 타린 코워트는 “이번에 우리는 앞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동안 맞춰서 적응해나갈 수 있는 유연하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이번 쇄신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단순히 UI·UX 디자인 툴을 넘어 협업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피그마가 향후 디자인 업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이번에 새롭게 구축한 브랜딩 비주얼은 어떤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대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