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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폰트 디자이너는 어떻게 폰트를 만들까?

활자를 디자인하는 기업, 산돌의 이수현 팀장과 임혜은 PD

구글의 노토 산스(Noto Sans), 애플의 샌프란시스코(San Fracisco) 등 우리가 접하는 폰트는 다양해졌다. 브랜딩·마케팅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폰트가 생기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아졌고, 그만큼 디바이스에 대한 의존율도 높아졌다. 디바이스 화면에 텍스트가 없던 때가 있었던가? 우리는 쉴 새 없이 텍스트를 접한다. 같은 텍스트라도 폰트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이렇듯 우리가 접하는 텍스트에 숨결을 불어넣는 폰트 디자이너를 만났다.

디자인. 박민지 디자이너 mji@ditoday.com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사진.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수현 산돌연구소 팀장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서체 디자인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라이엇게임즈 LCK·토스 프로덕트 산스 등 커스텀 폰트 제작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혜은 비즈니스그룹 PD

시각 디자인, 금속 공예 등 다양한 디자인 재능 속에서도 서체의 매력에 빠진 디자이너다. ‘Sandoll 가웨인’ ‘Sandoll 윗치’처럼 산돌구름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리테일 폰트를 제작한다.

폰트 디자이너가 모이는 곳, 산돌

팀이 다르네요?

수현: 원래는 저랑 혜은 PD님이랑 같은 산돌연구소 소속이었어요.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관련 논의를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해 리테일 폰트는 비즈니스그룹에서 담당하게 됐죠. 혜은 PD님은 비즈니스그룹에서 리테일 폰트를, 저는 산돌연구소에서 커스텀 폰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리테일 폰트? 커스텀 폰트?

혜은:  「Sandoll 고딕Neo」 「Sandoll 그레타산스」 「Sandoll 거복」 등 산돌구름의 이름으로 출시되는 폰트가 리테일 폰트입니다. 커스텀 폰트는 보통 외부 클라이언트가 요청해 제작하는 폰트를 말해요. 토스 프로덕트산스, 왓챠산스, T 우주산스 등이 산돌에서 제작한 커스텀 폰트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알 정도로, 이제는 많은 사람이 폰트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아요.
두 분은 어떻게 폰트 디자이너가 됐나요?

수현: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전공하며 다양한 디자인을 두루 배웠는데, 졸업할 때쯤 서체 디자인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에서 활자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며 역량을 키워갔죠. 글꼴도 제작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그때 생긴 인연으로 산돌과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혜은: 모든 집에는 벽이 있잖아요? 그렇기에 집에서 보는 시각적인 배경은 벽이기에, 벽지는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글자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글자는 우리 삶 어디에나 존재하고, 특히 콘텐츠에서는 필수죠. 벽지로 인테리어 분위기가 바뀌듯, 용도에 맞는 폰트를 사용하면 해당 콘텐츠와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폰트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폰트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습니다.

두 분처럼 산돌에 입사해 폰트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꿀팁 부탁 드릴게요.

수현: 꿀팁일지는 모르겠는데, 폰트 제작 경험 유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간도 매우 길고, 해야 할 일도 많죠. 폰트 제작은 회사나 팀 단위로 진행하지 않으면 끝내기 쉽지 않은 프로젝트입니다. 그렇기에 폰트 디자이너로 일한 사람이 아니라면 관련 프로젝트를 경험한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관련 경험이 있다거나 혼자서 폰트를 제작했다면 눈에 띌 수밖에 없죠.

한글은 영어나 라틴어 계열에 비해 제작해야 하는 양이 많다고 들었어요.

혜은: 소문자, 대문자 26자씩 52자를 제작하는 영어에 비해 한글은 제작할 것이 많긴 해요. 원론적으로는 1만 1,172자를 제작해야 하지만 보통 규격은 2,350자 정도입니다. 산돌에서 정한 규격은 2,780자입니다. 우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100자에서 500자 정도 통일성을 가지고 자기가 구조나 규칙에 대한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완성한다면 더욱 좋겠죠.

네이버 글꼴 관계자는 1년 정도의 기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수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릴 때도 있어요. 저는 그래픽 디자인도 좋았지만, 호흡이 짧다고 느껴졌고 이 점이 아쉬웠죠. 그런 면에서 폰트 디자인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혜은: 저도 비슷해요. 요즘은 많은 것이 빠르게 세상에 나오고 사라지죠. 모든 호흡이 빠르잖아요? 짧은 시간 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줘야 하지만, 결국에 한계가 있습니다. 폰트는 다른 결과물에 비해 휘발성이 적어요. 물론 폰트 디자인도 기한이 정해져 있지만, 다른 프로젝트에 비교하면 완성도를 높일 시간이 있습니다.

제작해야 할 것도 많고 프로젝트 기간이 길다면, 계획이 특히 중요할 것 같아요.

혜은: 맞아요. 최대 1만 1,172자를 만들어야 하죠. 처음 폰트 디자인을 할 때였어요. 1,000자 정도 진행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 했죠. 그리고 끝내기 2주 정도 전에 다시 밤새워가며 1,000자 가량을 수정했죠.

수현: 그렇기에 프로젝트 전체 여정에서 여러 체크 포인트를 지정합니다. 프로젝트 규모와 성격에 따라 체크포인트가 다르지만, 대체로 50자를 제작한 후 체크 포인트를 둡니다. 50자에서 1만 1,172자가 파생되거든요. 이후 완성될 때까지 팀원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아요. 5~6번의 체크 포인트를 거쳐 하나의 폰트가 완성돼요. 모든 검수를 마치고 나면, 개발자님에게 보내요. 그럼 폰트가 파일로 만들어지고 세상에 출시됩니다.

제가 아는 디자이너들은 혼자 폰트 제작을 했는데, 산돌은 팀으로 진행하나요?
여러 명이 제작하는데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수현: 저희는 3~4명이 한 팀으로 진행해요. 아마도 홀로 작업하시는 분은 본인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거나, 스스로의 목표로 인해 진행하는 거라 그 자체로 큰 도전이죠. 산돌은 폰트 제작이 저희의 업이고, 제한된 시간 내 결과물을 내야 하기에 팀으로 움직입니다. 요즘 자주 들리는 말 중에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있죠. 저희가 제작한 폰트는 한 명이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폰트를 접하는 사람은 다수입니다. 그렇기에 취향도 성향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폰트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혜은: 규모에 따라 혼자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일정 기점마다 PM에게 보고해 디렉션 받거나, 다른 디자이너에게 진행 상황을 공유해요.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진행하며 지니고 있던 의문점이나 의견을 물어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혼자 진행할 때의 단점을 보완합니다.

폰트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폰트 디자인시 어떤 글자로 시작하나요?

수현: 가장 기본 모듈로 사용할 수 있는 글자를 먼저 제작해요. 그게 보통은 ‘ㅁ’입니다. 글꼴이 바뀌더라도 변형 폭이 가장 적어요.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생긴 ‘ㄴ’ ‘ㄷ’을 제작합니다. 보통 저희 팀은 커스텀 폰트를 제작하기에 엄청 특이한 폰트를 제작하는 경우 많지 않아요. 변형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 이뤄지죠.

혜은: 결국은 폰트에서는 1만 1,172자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그 일관성은 디자이너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자신이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폰트 디자이너는 이를 벡터 이미지로 나타내는 거죠.

기간도 길고, 작업량이 많아 폰트 디자이너는 특히 꼼꼼함이 중요할 거 같아요.
폰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사진 찍던)철민: 버리는 거?

수현: 맞아요. 꼼꼼함은 기본이긴 한데, 너무 미시적인 부분에 집착하다 보면, 전체 일정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어요. 거시적인 계획을 고려하며, 일정 시점까지만 해당부분을 고도화하고 그 시점이 지나면, 거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결단력이 필요한 한 것 같아요.

혜은: 영원히 수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해당 지점이 고민된다면 그것을 계속 수정하기보다는 폰트가 완성됐을 때, 그 지점이 어떻게 구현될지 예측하고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예측과 실제 구현한 후가 일치할수록 폰트 디자이너로서의 역량도 성장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LCK폰트
LCK 대회에 적용된 ‘LCK폰트’

기간이 길다보니, 제작한 폰트에 대한 애착이 클 것 같아요.
지금 생각나는 폰트가 있나요?

수현: 저는 LCK폰트와 왓챠산스가 생각나요. LoL이라는 게임 아시죠? 한국에 개최되는 LoL 대회가 LCK에요. 이미 LoL은 ‘Chaney Extended’와 ‘Termina’를 사용해 영문을 표기했기에 이와 어울리는 한글 폰트가 필요했죠. 그래서 A의 특징을 ㅅ·ㅈ·ㅊ에 반영하며 기존 폰트의 특징을 한글로 재해석했고, ‘LCK 타이틀’과 ‘LCK 서브타이틀’을 제작했죠. 프로젝트를 완료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방송을 통해 폰트를 다시 접하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저는 주로 커스텀 폰트를 만들기에 클라이언트와의 호흡이 중요해요. 그런 면에서 왓챠 산스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것이 가장 일치했던 것 같아요. 결과물 자체는 깔끔한 고딕 서체인데, 물 흐르듯 진행했던 기억이 있어요.

혜은 PD님은 어떤 폰트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혜은: ‘Sandoll 윗치’입니다. 한글 폰트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시 저는 경험이 전무하던 때고, 기획도 처음이었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팀장님이 한 마디해 주셨죠. “회사는 혜은 PD가 잘할 거라 판단했고, 그래서 맡긴 거야.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진행해 봐”라고요. 엄청 감동받았고, 자신감이 생겼죠. 제가 구상한 대로 영문 폰트에서 보이는 뾰족하면서 두툼한 웻지 세리프를 도입해 예리함과 부피감을 동시에 드러냈고, 가로획과 세로획의 대비를 명확하게 설정해 강렬함을 더했죠. 독특한 목적으로 개발한 폰트라 더욱 기억에 남아요.

폰트 디자이너로서 직업병이나 습관이 있나요?

수현: 시야에 폰트가 보이면 그냥 지나쳐지지 않아요. 길가며 간판을 볼 때나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마주했을 때 ‘어떤 폰트를 사용했을까?’ ‘이 폰트를 사용한 의도는 무엇이지?’ 등이 떠오르더라고요. 또한, 손글씨도 유심히 관찰해요. 폰트를 접하면 내용보다는 모양이 먼저 보여요.

혜은: 저도 비슷해요. 자신이 어디에 있던, 그 시야에는 텍스트가 들어오죠. 특히 작업이 더딜 때는 주변 텍스트가 더욱 자주 보이고, 해당 폰트의 장점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텍스트 감옥에 갇힌 것 같기도 해요(웃음).


산돌이 예측하고, 주도하는 폰트 트렌드

2023년은 어떤 폰트가 트렌드는 핫할까요?

수현: 아무래도 최근 트렌드는 다양한 UI 환경에서 사용하기 좋은 폰트입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제작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폰트에 대한 수요가 많더라고요. 산돌의 고객사들과 미팅을 진행해 보면, 지류보다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한다는 의뢰가 많아요. 그래서 호환성 높은 폰트라면 조만간 유명해질 거예요.

혜은: 게다가 점점 기술력이 발달하고 있기에 다양한 굵기나 웨이트를 지닌 패밀리 폰트가 출시되고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폰트파일로 다양한 웨이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배리어블 폰트 기술이 주목 받을 것 같아요.

배리어블 폰트(Variable Font)?

혜은: 지금은 하나의 폰트라도 얇은(Thin), 보통(Regular), 굵은(Bold)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는데, 배리어블 폰트는 사용자가 직접 굵기나 폭을 설정할 수 있어요. 같은 폰트라도 사용자에 따라 다른 형태로 보일 테고, 차별성을 강조하기에 유용할 겁니다. 아무래도 지류에서는 가독성이 중요해 많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벡터 그대로 볼 수 있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거예요.

최근 산돌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웹폰트’라고 있더라고요.

수현: 일종의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웹폰트는 컴퓨터에 폰트가 설치돼 있지 않아도, 웹 사이트에 적용된 폰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기술이에요. 웹사이트에서 폰트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웹사이트 개발 관련 전문 인력이 없다면 폰트 바꾸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일이 됩니다. 그런데 웹폰트를 사용하면 산돌에서 제공하는 워드나 파워포인트에서 글꼴 바꾸듯 편리하게 변경할 수 있어요.

다양한 웹폰트를 다양한 환경에서 무제한으로
산돌구름의 다채로운 폰트, 웹에서도 산돌구름의 폰트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간단한 방법으로 실현하는 멋진 웹사이트
폰트를 선택하고 코드를 붙여넣기만 하면 상상하던 멋진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어요!
산돌구름만의 기술로 더욱 가볍고, 편리하게!
특허 받은 산돌의 웹폰트 기술로 웹에서도 가볍고 빠르고 멋지게! 지금 바로 체험해 보세요.

저도 디아이투데이에 적용하고 싶은 폰트가 있었는데…
웹폰트 출시가 너무 기다려져요.

수현: 지금 티저페이지를 운영 중으로 1분기 내 정식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출시되면 연락드릴게요.

웹폰트 알림신청 받기

감사해요. 더불어 폰트 제작에 입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조언 부탁 드릴게요.

혜은: 폰트를 구매하는 경험을 추천하고 싶어요. 하나의 폰트를 신중히 선택해 구매한 후, 패스(Path)·선 등 폰트의 구성요소를 정밀히 분석합니다. 그러면 하나의 폰트가 어떻게 구성되고,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한 느낌(?)이 올 거예요. 이런 경험을 해 본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폰트 디자이너로서 2023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수현: 우선은 좋은 폰트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올바른 폰트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해 ‘선순환하는 폰트 생태계 구축’입니다. 폰트 업계는 산돌이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 자부심이 있기에 저희가 폰트 업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거든요.

혜은: 저도 동일해요. 폰트 디자이너로서 좋은 폰트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건강 관리가 동반돼야 할 것 같아요. 작업을 컴퓨터로 하기에 점점 시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결국에 좋은 폰트를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고, 많은 폰트를 제작하려면 오래 일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