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클은 왜 전기차 광고를 찍으러 시골에 갔을까?
독특한 광고를 만드는 펜타클 플래닝 1국 인터뷰
한 시골 마을 주민 어르신들이 모여 고사를 지내고, 자동차를 이리저리 구경하는 영상이 있다. 자동차 이름이 마을 이름과 비슷하다고 헷갈려하기도 한다. 그럴만한 것이, 이 영상은 전라남도 담양에 위치한 ‘도래수’라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나오는 ‘KGM(KG모빌리티)’의 신형 전기차 ‘토레스 EVX’의 광고다.
전기차 광고라면 으레 깔끔한 차림의 젊은 남녀가 신도시를 배경으로 깨끗한 공도를 달리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콘셉트의 전기차 광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는 보통 전기차 광고의 콘셉트가 전기차가 가진 ‘미래지향적’이라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련된 콘셉트라고 할지라도 익숙해지면 식상해지기 마련. 이처럼 너무 소비돼 익숙해진 콘텐츠를 ‘바닐라 콘텐츠’라고 부르며,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의 바닐라 콘텐츠는 ‘세련된 스타일’인 셈이다.
KGM의 토레스 EVX 광고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이 같은 맥락에서다. 모두가 ‘세련됨’에 초점을 맞추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닐라 콘텐츠를 만들어버릴 때, 광고 대행사 ‘펜타클’은 수수하고 향토적인 시골 마을을 통해 전기차의 편리함을 역설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눈을 사로 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 토레스 광고를 제작한 펜타클의 독특한 팀, ‘플래닝 1국’을 만났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도전
지난 10월, 펜타클 사옥에서 만난 플래닝 1국 팀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모두 꽤 젊어 보인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모두 이번 캠페인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토레스 EVX는 KGM이 사명을 변경하고 처음 출시하는 차량이었다. 캠페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으로 느끼기 보다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도전을 함께한다고 생각했다“
토레스 EVX 광고는 기존 전기차 광고와 좀 다른 것 같다
“오프로드로 간 거라고 생각한다. 전기차라고 하면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강한데 전기차가 가진 강점이 그게 전부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대해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브랜드와 같은 무기를 가지고 싸우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어떤 키워드를 중점으로 생각했나?
“친환경과 편리함이었다“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차 마을’이라는 콘셉트도 같은 맥락인가?
“맞다. 이번 캠페인은 단발성 광고 영상 제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가 가진 친환경, 편리함이라는 키워드의 실효성을 몸소 보여주고자 했다“
담양에 위치한 도래수 마을은 자연이 가득한 고즈넉한 풍경이 눈에 띄는 곳이다. 그러나 자연이 가까이 있는 마을은 꼭 도래수 마을이 아니어도 많다. 당장 경기도로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한 마을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꼭 도래수 마을이어야 했던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도래수 마을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토레스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점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공동체’라는 마을의 생활 방식을 눈여겨 본 까닭이다“
공동체?
“도래수 마을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매번 공동으로 장을 봐야 하고, 병원 진료라도 가려면 차로 30분은 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교통 소외 지역인 셈이다“
주민들이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
“결국 차량은 편리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전기차라는 매개체를 통해 친환경적인 마을의 어떤 요소도 훼손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변화시키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마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나?
“친환경 전기차 마을은 도래수 마을과 MOU를 맺은 결과다. 협약에 따라 KGM은 마을에 토레스 EVX 차량을 기증하고, 전기차 충전 시설물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이 전기차를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어려워하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주민분들이 여름에 농사 지을 때 전기차에 연결해 선풍기를 쓴다던가, 냉장고를 연결해 시원한 식혜를 마시겠다 등 농촌에 맞게 전기차를 활용하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많이 이야기했다“
마음을 얻기 위해
취지는 좋지만, 클라이언트나 마을 주민들이 마냥 처음부터 우호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클라이언트의 경우 처음 아이디어에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것 같다“
기존의 전기차 광고와 다르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쉽게 가는 길은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나?
“단순히 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캠페인으로 풀어나간다는 점 등, 과정과 취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취지라면?
“신차 판매로 이어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캠페인은 판매 증대가 목표의 전부는 아니었다.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한 캠페인이다. 기업의 목소리를 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
기업이 이에 공감했다고 봐도 되나?
“그렇다. 실제로 KGM과 이후로도 함께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예로 도래수 마을은 원래 체험 활동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체험 마을이었다.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체험 활동이 곧 재개될 예정인데, 토레스 EVX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결국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고, 사회적 활동은 당장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지출로 여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젊은 팀원이 의기투합해 기업이 사회적 활동에 공감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설득했다는 사실은 다소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은 어땠을까?
마을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땠나? 처음부터 마음을 열진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연락하기도 쉽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이 다소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시골 마을에서 자동차 광고 촬영을 한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으니 이해는 간다. 어떻게 경계심을 녹일 수 있었나?
“진심으로 다가가려 했다“
진심?
“마음을 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캠페인도 긴 호흡으로 진행하게 됐다“
긴 호흡이라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렸나?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4개월 정도 걸렸다”
그 4개월은 마을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여러 번 마을에 찾아가기도 하고, 자주 전화로 안부를 주고 받기도 하며 가까워지려 노력했다“
캠페인을 빠르게 끝내는 게 효율적이지 않았나?
“빨리 끝내기 위해 조급하게 진행하면 마을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캠페인이었던 만큼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천천히 진심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열게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업과의 소통은 계약서를 쓰는 등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말 그대로 새롭게 사람을 사귀는 일이었으니“
기억나는 일화 같은 게 있나?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전화로 연락을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전화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낯설어 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업무적인 느낌으로 대했다고 봐도 되나?
“아차 싶었다. 물론 전화로도 많이 소통한다. 그러나 대개 전화로 하는 이야기는 정말 안부 이야기다. 이를테면 농사는 어떻게 됐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같은“
캠페인이 끝났다고 연락이 줄어들면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자주 연락한다. 오늘도 통화했다. 정말 손주, 손녀처럼 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가치를 찾기 위해, 누구나 목소리를 내는 곳
이번 캠페인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듣다 보니, 쉽게 가지 않으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예쁘고 보기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클라이언트와 함께 고민하려 했다“
그 정도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그렇게 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도 이렇게 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펜타클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숨은 가치 찾기(Finding Value)’다. 클라이언트의 고민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주도성을 늘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다들 주도적인 분위기로 일하고 있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회사의 일이기 때문에, 또는 팀의 일이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은 없다”
이번 캠페인을 맡은 팀원 모두 젊어 보이는 이유도 비슷할까?
“누구나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서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주도적인 환경을 통해 캠페인에 자신의 의견과 관점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의미로도 들리는데
“욕심이 없으면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가기 급급해진다. 캠페인이나 일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함께 더 나은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따라가기만 하면 안되나?
“클라이언트는 자사의 서비스나 상품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우리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사이에서 함께 고민이 이뤄져야 클라이언트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오프로드에 도전하는 회사, 펜타클
추세를 따라 전기차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에 집중했다면 세련돼 보일 수는 있어도,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얼핏 보고 잊혀지는 바닐라 콘텐츠가 됐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기차 광고의 댓글을 보면 “멋지다” “세련됐다” 등 비슷한 반응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반응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억에 오래 남는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 아무도 가지 않은 오프로드를 가야 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이번 토레스 EVX X 도래수 마을 캠페인의 경우 “재밌다” “칭찬한다”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 자리 잡은 브랜드와 다른 무기로 경쟁하고자 했다는 플래닝 1국 팀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플래닝 1국 팀에 이번 캠페인에 대한 감회를 물었다.
이번 캠페인을 어떻게 기억할 것 같나?
“불가능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이번 캠페인은 더 도전적인 캠페인을 가능하게 해주는 경험으로 기억할 것 같다”
또 다시 오프로드로 가는 도전적인 콘텐츠를 기대해도 되나?
“좋다. 캠페인에 중요한 것은 행동에 나서거나, 또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업과 소비자의 긍정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새롭고 도전적인 캠페인을 선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