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면접의 추억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에이전시 마케터입니다만
https://www.youtube.com/watch?v=uu02PiT0c_g
01. 프롤로그: 일과 나의 연결고리
02. 짜릿한 면접의 추억
03.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04.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05.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06. 기획자도 취재를 간다
07. 글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08. ‘함께 잘하는 사람’이 어울리는 곳
짜릿한 면접의 추억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혹시, 시간이 되시면 다음 주에 한번 뵙는 것도 좋겠네요. 적극적인 메일과 행동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신입 채용이 마감된 회사에 다짜고짜 ‘꼭 입사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채용계획은 또 없느냐’며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자기소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첨부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 민망하지만, 그만큼 절실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토록 바랐던 소셜벤처에서의 나날을 뒤로한 채 퇴사를 결심했다. 어쩌면 소셜벤처가 바라보는 이상향만 보고 그토록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퇴사 후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소셜벤처에서 6개월 동안 마케팅 업무를 맡으며 경험했던 것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했고, 자기소개서도 다시 작성했다.
마음에 드는 에이전시를 몇 군데 발견했지만, 모두 채용이 마감된 상황이었다.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어차피 잃을 것이 없었던 터라, 그때부터 무작정 각 에이전시에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짧은 메일을 통해 최대한 나의 경험과 간절함을 보여주고자 노력했고, 몇몇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접의 기회가 찾아왔다.
면접 당일, 제법 강하게 부는 바람에 길거리는 낙엽으로 가득했다. 약 1시간 30분에 걸쳐서 도착한 학동역의 첫 풍경은 ‘강남치고는 소소하다’였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면접인지, 초행길에 혹여나 지각이라도 할까 봐 일찍 나왔더니 면접 시간까지 1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결국, 회사 인근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카페모카로 목을 축이며 곧 있을 면접에 대해 생각했다. 다시 한번 회사소개서를 읽어보고, 그동안 겪어온 경험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되뇌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조금 더 자신감이 붙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1시간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어느덧 면접 시간이 되었고, 서둘러 사무실로 이동했다. 한쪽 벽면을 채운 뉴욕 타임스퀘어의 풍경, 커다란 책장,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에 들어가서 보게 된 에이전시의 첫 풍경이었다. 텅 빈 회의실에서 혼자 앉아 대기하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넥타이가 목을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기다림도 잠시, 곧 면접이 시작됐다.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소개가 끝나고, 처음 받은 질문이었다. 직업을 정하기에 앞서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첫 질문부터 내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짜릿했다.
“마케팅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의문을 다양한 전략을 통해 관심과 확신으로 바꾸는 것이 마케팅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가장 좋은 해답을 찾는 것이 마케터의 옳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대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의 대답이었다. 첫 질문에 대해 또렷하게 대답을 하고 나니, 다음 질문부터는 편하게 담소 나누듯이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느낌 좋은 면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그로부터 이틀 후, 정식 오퍼를 받게 되었고 대표님이 진행하는 신규 사업의 마케팅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앞서 마케팅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이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관들은 일면식도 없는 면접자들의 서류만을 보고 면접을 진행한다.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는 물음표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 물음표를 나의 고민과 노력 끝에 느낌표로 바꾸는 순간은 그야말로 짜릿하다. 그 날의 면접은 나에게 짜릿한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