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유대감’이 불러온 서비스
특별한 나로 존재하며 함께하기
MZ세대는 많이 사고 자주 사는 것, 즉 소유하는 것이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모두가 공유와 구독을 말합니다. 아주 잘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빌려 쓰는 공유, 내 취향과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를 몇 가지는 이용해야 ‘트렌디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점은 ‘소유하지 않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유하는 행위보다 심리적 유대감과 공감을 통해 마음이 움직이는 행위에 더욱 즐거워합니다. 이 시대의 유대와 공감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특별한 ‘나’들이 모인 우리가 될래!
한정판에 대한 인기가 나날이 높아집니다. 혹자는 인기 이유를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주력 소비층인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 분석하기도 합니다. 사용자들이 국내 상품뿐 아니라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에 익숙해지면서 구하기 힘든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이 확장된 환경적 요인도 존재합니다. 기업 측면에서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한정판 굿즈나 컬래버레이션 제품 등을 시장에 선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한정판을 모으는 사용자는 결국 ‘나는 특별하다’라는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정판을 소유하려면 정보력이 필수입니다. 결국은 나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정보를 받아내야 합니다. 나만 갖고 싶은 물건이지만 그 물건을 적절하게 얻어낼 방법에는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편’을 만들게 됩니다. 일종의 ‘유대’가 필요합니다. 무신사에서 론칭한 서비스 ‘솔드아웃’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냅니다. 솔드아웃은 인기 있는 한정판 제품의 발매 정보와 스케줄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에서는 갖고 싶은 한정판 제품을 일반 사용자가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솔드아웃이 직접 가품 검증을 진행하고 안전거래 방식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정판 구매를 위한 정보 공유에서 끝나지 않고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보유한 사람, 내가 팔고 싶어 하는 물건을 구매할 사람이 끊임없이 거래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즉 한정판이라는 소재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서비스의 핵심 키가 된 것이죠.
2. 내가 누군지 모르게 함께 할래!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나’를 해당 플랫폼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실제 나와 다르지만 일정 부분 나와 닮아 있거나 내가 되고 싶은 이미지를 차용해 온라인 플랫폼에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나’의 존재를 현실에 가깝게 혹은 시각적 이미지를 투영해 상상한 존재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명의 ‘나’를 만들기 용이해졌습니다. SNS의 경우도 본계정, 부계정을 나눠, 표현하고 싶어 하는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톤·이미지·무드 등을 변화해 사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개인이 상황에 맞춰 다른 자아를 표출하는 것)를 지향하는 사용자는 서로 모여 취향 공동체를 만들기도 합니다. 내가 누군지 밝히기는 부담스럽고 꺼려지지만 무언가 함께하고 싶어 하는 니즈를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피클 플러스라는 서비스는 이러한 사용자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넷플릭스·왓챠·티빙·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 서비스는 여러 명이 모여 계정을 공유하면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같이 이용할 지인에게 내가 무엇을 보는지 알려주고 싶지 않거나 혹은 금액을 나눠 내는 것 등에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들과 모였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입니다. 하지만 피클 플러스는 OTT 서비스 계정을 함께 공유할 사람을 모집해 주고 사람들과 정산하거나 송금할 필요 없이 자동 정산 기능을 제공합니다. 즉 함께하고 싶지만 내가 누군지 밝히기 싫어하는 유대관계를 불편함을 해소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작고 소중해도 함께 할래!
SNS 피드에 가장 많이 보이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꿀팁’ 혹은 ‘꿀템’입니다. 콘텐츠 소비가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동 중에 쉽게 볼 수 있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틈이 생기면 의미 없이 핸드폰을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벼운 콘텐츠 소비(스낵 컬처)가 많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꿀팁’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면 ‘사용자는 나만 모르는 것인가?’ ‘나만 몰라서 손해 보기 싫은데?’ 와 같은 행동 변화를 이끄는 넛지로 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됩니다. 즉 ‘나’만 모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 또한 ‘나’만 알기 아깝고 함께 공유하고 싶기 때문에 공유합니다. 그게 아주 작은 정보일지라도 말입니다.
겨울만 되면 ‘주머니에 3,000원정도 넣어가지고 다녀야지’라는 말을 유행어처럼 합니다. 길거리 음식을 사 먹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이러한 소소함을 담은 서비스가 있습니다. 가슴속 3천원이라는 서비스는 겨울철 우리 가슴속에 지니고 다니는 3천원을 털어가는 붕어빵·타코야끼·계란빵·호떡 파는 곳을 알려줍니다. 사용자가 직접 점포를 등록할 수 있고 별점과 후기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진을 포함해서 리뷰를 쓸 수 있는데 해당 점포 근처에 근접해야만 후기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어디에서도 ‘공유받기 어려운 정보를 우리가 직접 모아서 검증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3,000원으로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먹을 곳을 서로 공유하고 간식이라는 소재로 유대를 형성한 사례입니다.
요즘 시대의 유대감은 특별한 나로 무리에 속하는 것, 그러나 내가 누군지 모르게 하거나 여럿의 나를 인정해 주는 것, 작은 것에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사례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 건강 목표를 함께 달성해가는 챌린지를 진행하는 ‘챌린저스’, 지인 기반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과 목돈 모으기 계모임을 함께 하는 ‘아임인’,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투두 리스트를 달성해 나가는 ‘투두 메이트’ 등도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서비스입니다.
요즘 사용자는 독립적이며 다름은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어딘 가에 속해 누군가와 함께 유대감을 갖기 원합니다. 우리가 MBTI와 같은 각종 성격 테스트에 환호하는 것도 결국은 비슷한 맥락입니다. 개성은 인정하되 비슷한 사람들끼리 편 나누기를 통해 유대관계를 만들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같은지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이러한 소소한 재미가 결국 이용 빈도와도 직결되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갈 서비스와 사용자의 끈끈한 관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초점 중에 하나가 사용자가 특별한 나로 존재하며 취향 혹은 목적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풀(Pool)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