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왜 CX 조직에 AI를 도입했을까?
CX 고도화의 첫걸음은 리소스 관리… 우리은행 고객경험디자인센터•AI플랫폼부 인터뷰
지난 2월, 강원도 홍천 소노벨비발디파크에서 열린 ‘HCI KOREA 2025’에서 4대 금융지주가 한 자리에 모였다(관련 기사: 4대 금융지주, 그들은 어떻게 CX 경험을 발전시켰을까?). ‘4대 은행의 CX 스토리’를 주제로 강연을 통해 인사이트를 나누기 위함이었는데, 실제 4대 금융지주 모두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내부에 CX(Customer Experience, 고객 경험) 조직을 구축했다.
과거 은행의 본질인 뱅킹은 대면 영업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뱅킹이 필수적인 일이 된 것을 깨닫게 됐고, 2022년에 들어 본격적으로 단순히 개발 등 일부 부서가 아닌 전사 차원에서 서비스 측면의 DX(Digital Transformation)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금융권의 핵심 과제이자 계속해서 CX 조직이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CX 고도화를 위한 금융권의 접근이 은행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눈에 띄는 건 고객과의 접점뿐 아닌 내부 인력의 과업 수행에 AI를 적극적으로 접목해 효율적인 내부 리소스 관리를 토대로 장기적인 CX 향상을 목표로 하는 ‘우리은행’이다.
왜 우리은행은 다양한 방법 중 AI를 통한 리소스 절감으로 CX 고도화를 이루고자 하는 걸까? 지난 HCI 학회에서 미처 듣지 못한 우리은행의 AI 전략을 자세히 풀어보기 위해 지난 3월 초 명동에 위치한 우리금융디지털타워를 찾았다.
고객경험디자인센터, 왜 W-스케치를 도입했나
약 2년 전 우리은행은 고객 금융 경험 향상을 위한 ‘고객경험디자인센터’를 출범했다. 13명의 초기 인원 대부분이 그래픽 디자인 인력이었던 점에서 알 수 있듯 초기 고객경험디자인센터는 디자인 조직에 가까웠다.
현재 약 33명의 인원으로 확장된 고객경험디자인센터는 본격적인 CX 조직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 단순 디자인뿐 아니라 서비스 기획과 내부적인 UX 컨설팅까지 수행하고 있다. 김준한 고객경험디자인센터장에 따르면 그 영역이 개인금융에서부터 해외 법인까지 이른다.
관장하는 영역이 늘어나자 부족한 리소스가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고객경험디자인센터는 원뱅킹, 기업뱅킹, 글로벌뱅킹 등 우리은행의 모든 비대면 채널에 대한 UI·UX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원뱅킹 관련 UI·UX 개선 사항만 300건이 넘었으니, 서른 명 남짓한 인원이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리소스 확보가 급선무였던 것.
따라서 우리은행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도입했다. 우리은행이 AI 기반 이미지 생성 툴인 ‘W-스케치(W-Sketch)’를 개발한 이유다.
W-스케치는 오픈소스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주로 원뱅킹의 그래픽 스타일을 학습했는데, 사용된 이미지만 약 2500장에 달한다. 이를 통해 W-스케치는 2D부터 3D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영역을 처리할 수 있다.
고객경험센터에서 UI 분야를 리딩하고 있는 김영인 과장은 “실제 W-스케치 도입 이후 약 30%의 UI 디자인 업무를 W-스케치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디자이너가 중요한 과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고객경험 향상과 디자인 품질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AI에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
AI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클라우드에 기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W-스케치는 클라우드가 아닌 내부망에서 사용하는 자체 솔루션인데, 우리은행이 클라우드가 아닌 자체 솔루션으로 개발 방향을 설정한 데는 ‘우리은행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만들기 위함이 크게 작용했다.
기업은 기업 컬러에 맞는 고유한 CI와 UI를 가지듯 우리은행도 고유의 CI와 UI를 가지고 있다. 방 차장에 따르면 이를 디자인하는 데 AI가 유의미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에 최적화된 데이터 학습이 필요했다. 엄격한 규제를 가진 금융권에서 적합한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쪽이 용이했던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W-타입의 프로토타입 구축까지 단 3개월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방 차장이 속한 AI플랫폼부의 역량이 지대했는데, 금융권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 보수적일 것이란 세간의 편견과 달리 우리은행에는 이미 2017년 AI 과업을 담당하는 ‘디지털신사업팀’이 존재했다. 디지털신사업팀은 이후 AI 사업부를 거쳐 현재 AI플랫폼부로 역할과 규모를 확대해 업무 효율성 향상과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다양한 AI 솔루션을 내부에 공급하고 있다.
예로 현재 우리은행 내부에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GPT’의 경우 본부 직원이나 영업 직원이 필요한 금융 지식을 GPT 형태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다트(Dart)나 외부 공시 정보 등을 기반으로 한 보고서 작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WON-SHOT 기업리포트’ 기능도 사용하고 있다. 방 차장에 의하면 해당 기능은 AI를 통해 기존 2~3주가 걸리던 보고서 제작을 5분 정도로 크게 단축했다.
다트: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모든 고객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김 센터장은 고객경험디자인센터의 핵심 역할을 ‘고객 중심 금융 최적화’ ‘DX 및 비즈니스 성과 향상’ ‘브랜드 가치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 가지로 정의한다. 우리은행은 AI 도입을 통해 확보한 리소스를 바탕으로 이 세가지 핵심 과제 달성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 고객금융디자인센터는 최근 우리은행이 시작한 알뜰폰 사업처럼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비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도 AI를 활용해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디자인 품질 관리 등을 지원하는 중이다.
김 센터장은 “초개인화 시대에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비단 은행뿐 아니라 모든 플랫폼의 목표”라며 “AI를 통해 이러한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다리가 놓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방 차장은 또 은행에 많은 금액을 예치한 고객에게 제공되는 *‘PB(Private Banker) 서비스’를 예로 들며 “은행 서비스는 냉정히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리소스로 집중해야 하는 과업과 고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AI 기술 발전을 통해 다수의 고객에게도 PB 수준의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PB 서비스: 고객의 자산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은행이 관리해주는 개인화 서비스. 투자상담, 상품선정, 투자진행, 성과관리 등 기본업무부터 세무, 부동산, 법률 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 연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소스 확보에서 시작하는 CX 고도화
DX를 맞이하며 우리은행은 내부과업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W-스케치를 통한 고객경험디자인센터의 UI·UX 디자인 및 보수 업무는 물론, 금융 지식을 안내해주는 우리GPT와 리포트 작성에 도움을 주는 WON-SHOT 기업리포트를 통해 전사 차원에서 모든 직원이 과업 수행에 AI를 활용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보통 기업은 고객과 맞닿은 접점에 가장 먼저 AI를 도입한다. 실제 금융권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AI 챗봇 등을 통해 고객 접점의 AI 서비스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내부 과업 수행의 효율성 증대에서 CX 고도화의 첫걸음을 떼었다. 내부 과업에 대한 효율성을 증대하고, 이를 통해 리소스를 확보해야 중요한 CX 분석과 개선에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AI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왜 모든 고객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PB 서비스는 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화 서비스다. 과연 우리은행이 AI를 통한 효율적인 리소스 관리로 이처럼 높은 수준의 CX 고도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