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 데이터 분석의 기준이 될 겁니다”
강슬기 포커스미디어코리아 데이터전략팀 팀장 인터뷰
블레이드러너, 제 5원소 같은 영화를 보셨나요?
왜 옥외광고(OOH) 필드에서 일하기로 결정했냐는 물음에 이런 물음이 되돌아왔다. “봤다”고 대답하자, 그는 “미래 도시에 가득한 디지털 전광판이 인상적이었다. 그 전경이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 믿었다”며 다소 독특한 계기를 밝혔다.
SF 영화에서 옥외광고 산업의 미래가능성을 봤다는 그는 생활 밀착형 옥외광고인 엘리베이터 옥외광고 기업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데이터전략팀 강슬기 팀장으로, ‘레오버넷’, ‘이노션’ 등 여러 기업의 데이터 관련 부서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옥외광고는 전통적으로 ‘스프레이&프레이(Spray&Pray)’ 전략을 취한다. 불특정 다수가 가능한 많이 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던 셈이다. 이는 옥외광고의 형태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는데, 디지털을 접목시켜 전광판에 광고를 송출해도 타깃을 설정하고 광고에 대한 퍼포먼스를 측정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옥외광고 기업에 데이터전략팀이 있고, 그 안에 여러 데이터 전문가가 근무한다는 점은 다소 생소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왜 데이터 전문가에게는 낯선 필드인 옥외광고를 선택했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강 팀장은 “상세한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은 옥외광고 시장에서 분명한 효과를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현재 수도권에만 7만2000대의 엘리베이터TV를 설치해 해당 분야에서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광고 효과도 눈에 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엘리베이터TV를 통해 광고를 시청하는 시청자 수는 하루 평균 100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인구 5분 1가량이 매일 한 번은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엘리베이터TV를 통해 광고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강 팀장은 이처럼 엘리베이터TV라는 옥외광고 필드에서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두각을 나타내는 까닭은 “단연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에 있다”고 자신한다. 데이터 불모지로 불리는 옥외광고 시장에서 데이터 전문가로써 그가 발견한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여의도 포커스미디어코리아 사옥에서 만났다.
데이터 전략가, 옥외광고의 미래를 보다
회사에 합류할 때, 실제로 머릿속으로 SF 영화를 생각하고 있었죠
강 팀장은 SF 영화처럼 언젠가 우리가 소비할 사이니지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중 엘리베이터TV가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옥외광고가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기존에도 엘리베이터TV라는 개념은 있었어요. 다만 타깃의 시선을 고려하지 못하고 가장 자리 위쪽 등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작은 화면으로 존재했죠. 엘리베이터TV 만큼 타깃과 밀착된 옥외광고는 없어요. 필요한 건 타깃의 시선이 보통 어디에 위치하는지 등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노출도를 확보하는 일뿐이었죠.”
강 팀장은 이를 위해 대학 기관과 연구 협업을 통해 관련 논문까지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타깃에 대한 분석의 깊이만 더해지면 엘리베이터TV는 일상에 가장 밀접한 옥외광고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처럼 일상에 가장 밀접한 광고 매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은 데이터 전문가인 강 팀장이 데이터 미개척지와 같은 옥외광고 필드를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 그에게는 이미 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완연한 산업 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는 시장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이다.
강 팀장은 “옥외광고 시장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을지 몰라도, 이제 측정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섰으니 클라이언트가 데이터에 대한 니즈를 체감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옥외광고 시장은 이미 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팀장은 “결국 템포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외국 시장이 더 빨랐을 뿐, 국내도 머지 않았다는 것.
강 팀장은 국내 옥외광고 시장에 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짙어졌을 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이미 데이터가 준비된 기업’뿐이라고 강조한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그런 기업이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요한 건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현재 사업 6년 차에 접어들었다. 데이터전략팀이 구성된 지는 4년이 됐다. 사업 기반을 다진 직후 바로 데이터 조직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외주가 보편화된 옥외광고 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행보다. “그냥 외부에 위탁하면 편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강 팀장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답을 전했다.
중요한 건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는 겁니다
강 팀장이 집중한 건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납득 가능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내부에서만 통하는 데이터라면 해당 데이터를 통해 세워진 질문과 가설이 당위성을 확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처럼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에 무게를 두는 것은 엘리베이터TV가 일반적인 옥외광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TV는 보통의 옥외광고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큰 화면을 통해 노출되는 형태가 아니다. 특정 타깃에 대한 효과적인 노출을 우선에 두는 형태에 가깝다. 더해서 ‘입주민’이라는 고정적인 데이터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했다. 옥외광고 시장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유동 인구에 기반한 데이터는 변수가 많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엘리베이터TV에 적용하기엔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엘리베이터TV가 가진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외부에 위탁하는 부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구조를 구상했고, 현재 내부에 ‘풀 벨류 체인(Full Value Chain)’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고객 접점 개발부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캠페인 기획 운영과 더불어 콘텐츠 기획에서 편성, 송출까지 모든 과정이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과정에 대한 내재화가 완성된 것에 강 팀장은 “덕분에 엘리베이터TV라는 특수한 환경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가질 수 있었고, 이는 폭발적인 효과를 도출하는 오너십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풀 벨류 체인을 통해 단지별 특성 데이터에 기반한 숙소를 타기팅해 송출했던 ‘여기어때’ 광고의 경우, 일반 단지 대비 140%의 광고 인지 비율과 180%의 앱 설치 비율을 보인 바 있다.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독특한 데이터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데이터전략팀이 가진 또 다른 독특함은 ‘자체적으로 트렌드 리포트를 제작해 발간’한다는 점이다. 트렌드 리포트는 보통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에서 발간되는 게 일반적이다. “옥외광고 기업이 굳이 왜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는가?”라는 물음에 강 팀장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파트 입주민은 꽤 특별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강 팀장은 입주민이라는 데이터를 마치 ‘땅에 묻힌 보석’처럼 바라본다. 가치가 가려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즉 트렌드 리포트 발간은 입주민이라는 데이터에 대한 가려진 가치를 알리기 위함이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리포트 제작은 땅에서 보석을 캐듯 팀원과 실제 패널 설계부터 가설 설정, 질문 구성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진행해 꼬박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완성된 리포트에는 외부에 위탁한 수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강 팀장은 리포트 제작 과정을 회상하며 “2035명에 대한 대면 조사, 공문 처리 등 업무의 양도 많았지만, 낯선 부분이 많은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힘듦보다는 좋은 결과물을 업계에 보여주겠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고 전했다.
그만한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었죠
리포트를 통해 바라본 아파트 입주민은 실제로 여러 산업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였다. 충분한 소비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문화 생활이나 여가 생활에도 굉장히 적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등 얼리어답터의 성격 또한 내비쳤다. 트렌드 변화를 빠르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데이터인 것이다.
옥외광고 시장의 변화를 이끌 것
제 목표는 단순히 데이터의 가치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강 팀장은 자신의 일을 ‘데이터PR’이라고 명명한다. 데이터 전문가로써 “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회사를 알리고 나아가 옥외광고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일”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강 팀장은 아직까지 옥외광고 시장이 단순히 ‘얼마나 노출됐는지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TV와 동일한 방식의 시청률 집계,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한 인지도와 선호도 변화 트래킹, 전환 측정 등 더욱 세부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인식은 스프레드&프레이 방식에 기반한 모호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데이터에 대한 인식 개선은 결국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그는 나아가 ‘타기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시각을 변화시켜야 함을 피력했다. 그는 지금도 “타기팅을 했으니 세일즈가 증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엘리베이터TV의 중심은 브랜딩’에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엘리베이터TV는 밀폐된 공간에서 타깃에게 하루 평균 4회 이상에 달하는 높은 노출도를 가진 매체다. 이를 통해 기업과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과는 단순히 당장의 단편적인 구매 증가가 아니라 입주민이라는 타깃에게 브랜드를 서서히 녹아 들게 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 강 팀장의 설명이다.
요컨대 당장 한번 구매하고 잊혀지는 게 아니라, 타깃에게 잠재적으로 브랜드를 각인시켜 필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엘리베이터TV의 가치라는 것이다. 강 팀장은 이에 대해 “실제로 브랜드에 대한 인지가 이뤄지고 있는지 주기적인 조사를 통해 검증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숫자가 아닌 가치로
엘리베이터TV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강 팀장은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이념은 ‘사람을 이롭게 한다’다. 이를 위해 실제로 엘리베이터TV 인벤토리 절반 가량을 광고가 아닌 입주민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입주민에 대한 안내문 등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벤토리 절반을 포기한다는 건 매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한다는 의미죠.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정말 ‘회사의 이념을 따르기 때문’이라 답할 것 같네요
강 팀장은 바람은 결국 ‘데이터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정의된다. 데이터를 통해 옥외광고 시장의 변화와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마지막 말도 “입주민은 물론 소상공인의 매출 상승 등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사회 많은 부분에 기여해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실현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어쩌면 데이터 전문가는 ‘데이터 안에서 숫자가 아닌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