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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예술로 목욕하는 곳 ‘행화탕’

마케터의 주말 사용법 2탄!! 일과 생활에서 영감을 주었던 나의 핫플레이스들

마음의 때를 미는 목욕탕 카페 ‘행화탕’

마포구 아현동의 행화탕은 1958년부터 4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아현동 주민들이 즐겨 찾던 동네 목욕탕이었지만 지난 2011년 아현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후 아무도 찾지 않는 건물로 방치되었던 행화탕이 지난 2016년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사 ‘축제행성’의 손을 거쳐 ‘예술로 목욕합니다’를 모토로 카페와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시 탄생했다. 행화탕이란 이름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1번 출구를 나와 조금 걸어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목욕탕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붉은색 굴뚝과 다 지우진 듯한 글자의 행화탕이란 이름의 노란 외벽의 건물을 만난다.

행화탕을 처음 방문하게 되면 붉은색 외벽과 색이 바래고 일부가 깨진 사각 타일과 낡은 천장 골조 등 60년 전 목욕탕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놀라게 된다. 행화탕에서는 탈의실, 목욕탕, 사우나실 등 기존 공간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평소에는 카페로 때로는 공연, 전시,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진행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한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바닥에 깔려 있는 하얀색 자갈과 작고 네모난 교자상과 동그란 방석이 그리고 예전 모습 그대로인 붉은색 외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액자가 시선에 들어온다. 그리고 예전 탈의실로 사용되었던 공간의 곳곳에는 행화탕의 로고를 활용해 제작한 티셔츠와 때수건, 목욕탕 열쇠, 티셔츠, 머그잔 등 디자인 굿즈가 진열되어 이 공간의 매력을 더한다. 탈의실 바로 옆 목욕탕으로 사용되었던 카페 안쪽 공간 역시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주로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커피를 주문했다. 행화커피의 시그니처 메뉴는 1인 15잔만 한정 판매하는 ‘반신욕 라떼(이름도 너무 잘 지었다)’지만 나는 더치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도 행화탕의 특별한 공간을 체험하는 시간이 된다. 행화탕의 모든 커피는 쟁반이 아닌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 세숫대야에 담겨 나오는데 이 순간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다. ‘예술로 목욕을 한다’는 공간 콘셉트를 또 재미있고 색다르게 체험하도록 하는 센스 있는 아이디어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와 평상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색다른 공간에 취하다 보면 약간의 불편함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술로 목욕 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자’라는 이곳에서 빠른 도심 속에서 일상의 밸런스를 맞춰보는 경험을 하고 나면 왜 이렇게 낡고 오래된 투박한 공간이 오히려 더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느껴지는지 알 수가 있다.

새롭게 탈바꿈한 이 매력적인 공간 행화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철거 일정이 확정되면 언제든 건물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행화탕의 마지막 영업일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곳을 나는 자주 찾을 생각이다.

이상훈 더크림유니언 커뮤니케이션 본부 그룹장

‘스투시의 마케팅팩토리’ 블로그, 페이스북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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