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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트렌드

어도비, 피그마 인수 합병 무산… 디자인 업계 “오히려 다행”

요금 인상 및 디자인 툴 발전 저하 등의 우려 사라져

“독자적인 길을 가는게 최선이라 판단했다”

지난 18일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가 피그마 인수합병 계획 철회를 발표하며 전한 말이다. 어도비가 지난 2022년 9월 피그마를 인수하겠다고 공표한 지 약 15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후 어도비는 피그마 측에 인수합병 계약 위약금으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지불할 예정이다.

본래 어도비는 피그마를 200억 달러(약 26조60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피그마가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인정 받은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규모였다.

하지만 이렇게 거금을 들인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합병은 어도비의 생각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전 세계의 규제당국이 반독점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합병 반대에 앞장 선 것은 영국의 시장경쟁청(CMA)이었다. 이들은 인수합병이 디지털 디자인 산업에 있어 경쟁 저하, 소비사 선택권 침해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로 인수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후 어도비 규제 당국과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볼 것이라 말했지만, 결국 어도비는 규제 당국 설득에 실패했다. 어도비 CEO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지만, 더 이상 승인을 받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양사는 경쟁당국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반대한다”라고 말하면서 끝까지 규제 당국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어도비는 왜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여 피그마를 인수하려 했을까? 또 이번 인수합병 실패가 디자인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실제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합병 실패를 들여다본다.

어도비는 왜 피그마를 인수하려 했을까?

(자료=피그마)

피그마는 지난 2016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빠르게 성장한 디자인 툴이다. 특유의 편리한 사용성과 높은 접근성, 낮은 가격으로 인해 빠르게 디자인 시장에서 입지를 늘려왔다. 그 결과 2023년 현재 UI·UX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 툴은 어도비 제품이 아닌 피그마다.

물론, 어도비도 이런 피그마의 혜성과도 같은 등장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피그마에 대항해 UI·UX 특화 디자인 툴 어도비 XD를 출시해 업데이트하고, 이외에도 협업 특화 기능인 어도비 CC와 캔버스를 출시하고, 기존 어도비 디자인 툴의 협업 기능을 추가하며 피그마를 추격해왔다.

하지만 이런 어도비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어도비와 피그마의 격차는 가까위지기는커녕 매년 멀어져만 갔다. 실제로 UI·UX 디자인 업계 전문 설문조사 기관 UX 툴즈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500명의 전 세계 UI 디자이너 중 XD를 사용하는 디자이너는 고작 117명뿐이었다. 반면 피그마를 주력 디자인 툴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 디자이너는 2254명에 달했다.

이처럼 시간이 갈수록 패색이 짙어진 어도비는 출혈뿐인 경쟁이 아닌 경쟁 판도 자체를 바꾸려했다. 바로 경쟁사인 피그마를 아예 인수하는 것이다. 어도비는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에서 피그마 인수합병으로 콘텐츠 제작과 협업을 개선하기 위함이라 말했지만, 많은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디자이너는 어도비의 인수합병이 UI·UX 시장의 지배력 강화가 주된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보였다.

한동안 요금제 걱정을 접을 수 있을까?

(자료=피그마)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합병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다면 이제 인수합병 무산이 디자이너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알아 볼 차례다. 과거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온 후 피그마를 사용하던 UI·UX 디자이너들이 가장 먼저 우려한 것은 요금제 인상이었다.

요컨대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면 현용 디자인 툴에 비해 저렴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던 피그마가 어도비의 가격 정책에 따라야 하고, 이는 곧 UI·UX 업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었다.

실제로 기존 피그마가 기간 제한 없는 무료 사용 옵션을 제공해 개인 사용자는 사실상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은 물론, 디자인 학교의 학생이나 교사에게 영구적으로 무료 버전을 제공했지만, 어도비는 대부분의 자사 디자인툴에 월간 요금제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포토샵과 같은 인기 디자인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 22.99 달러(한화 약 2만4000원)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피그마가 단체 및 팀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페셔널 요금제에 12달러를 받는 것보다 약 2배 높은 가격이다. 심지어 어도비의 UI·UX 디자인 툴인 어도비 XD는 올해 4월 규정 변경으로 인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 플랜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게 변경됐으며, CC의 요금제 가격은 월 59.99달러(약 61,600원)다.

어도비 XD 로고(자료=어도비)

이러한 우려에 어도비는 지난해 9월 외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수합병 이후 가격이 바뀔 것은 없을 것이라 말하며 피그마 사용자의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디자인 도미네이션 팟캐스트의 진행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부스트의 디자이너겸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콜린 그라처는 “거대 기업이 시장 전체를 소유하게 되면 태만해질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때가 되면 디자이너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을 것이다”며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합병 결정에 우려를 내보였다.

이처럼 어도비의 해명 이후에도 많은 사용자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그 결과 이번 인수합병 무산에 어도비의 가격 정책을 언급하며 반기는 디자이너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UI·UX 디자이너에게 있어선 새로운 기회?

(자료=피그마)

일부 디자이너와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무산이 디자인 툴 시장의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동안 자칫 어도비가 시장을 독점해 디자인 툴 발전이 점차 줄어들 우려가 있었으나, 인수합병 실패로 그럴 걱정이 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는 앞서 언급된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얼핏 너무 시장 경쟁 이론만을 맹신하는 의견으로 볼 수도 있으나, 마냥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어도비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도비는 피그마 인수합병 발표 이후 지난 15개월 동안 XD에 대한 신규 기능 업데이트를 일괄 중단하고 최소한의 유지 관리만 진행해왔다. 적지 않은 사용자가 이에 항의했지만 어도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제 피그마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어도비는 XD를 다시 개편하거나, 새로운 디자인 협업 솔루션 기능을 개발해야만 할 처지에 놓였다.

실제로 한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 관계자는 “이번 합병 무산으로 인해 피그마는 독자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고 이것이 더 효율적이며 창의적인 작업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인수합병 무산이 UI·UX 디자이너에게 있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디지털 인사이트>에 전했다.

이제 어도비와 피그마는?

(자료=피그마)

이번 인수합병 결과와 무관하게 피그마는 앞으로도 기능 업데이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실제로 어도비 XD의 업데이트를 잠정 동결한 어도비와 다르게 피그마는 개발자 모드, AI 기능, 변수에 기반한 고급 프로토타이핑과 같은 신규 기능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9월 인수합병 발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툴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딜런 필드 피그마 CEO는 공식 피그마 블로그에서 “인수합병이라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피그마 팀이 디자이너 커뮤니티를 위해 기여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15개월 동안 피그마가 발표한 신규 기능을 언급하고, 상상과 현실의 격차를 없애 누구나 아이디어를 디지털 작품으로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는 피그마의 창립 이념을 강조했다.

이처럼 내년에도 혁신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피그마와 달리 어도비의 향후 행보는 다소 모호하다. 어도비는 인수합병 과정에 피드백을 준 커뮤니티에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피그마와 함께 협력해 디자이너 및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문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피그마를 대신할 새로운 인수합병 대상을 찾기 위해 시장을 탐색할지, 다시 어도비 XD 재활성화 여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앞으로

많은 혼란과 소동을 불러 일으킨 이번 인수합병 사태는 디자인 업계에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디자인 툴은 결국 디자이너를 보조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웹·앱 디자인 UX 솔루션 사이트인 로그로켓은 이번 어도비 피그마 인수합병 시도를 두고 “결국 디자인 툴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것으로 대체될 테지만, 디자이너를 전문가로 만드는 것은 경험과 지식”이라며 디자이너 스스로의 발전을 강조했다.

능서불택필. 당나라 시절 명필 구양순이 붓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쉽게 말해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뛰어난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디자인 툴 변화에도 균일한 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스스로를 갈고 닦아 나가야 할 것이다.

8 thoughts on “어도비, 피그마 인수 합병 무산… 디자인 업계 “오히려 다행”

    1. 한자 아니(불/부) 뒤에 ㅈ,ㄷ 이 오는 경우에만 부라고 읽습니다. 따라서 능서불택필이 맞는 표현입니다 ^^

    2. 능서불택빌 → 능서불택필 기사 내 오타 수정 진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1. 어도비… 제발 피그마는 가만 놔둬라.
    포토샵 한번씩 켤때마다 스트레스 받는다. 이렇게 만들까봐 겁나.

    1. 피그마가 앞으로도 가볍고 사용하기 편한 툴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 나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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