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라는 유산, 만달로리안의 길 [OTT 오딧세이⑪]
‘베오울프’로 엿보는 ‘만달로어인’의 서사
가히 OTT 전성시대입니다. 재능 있는 콘텐츠 창작자는 모두 OTT 시장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OTT 미디어랩 수석 디렉터이자 기획자인 김우정 인사이터는 지금의 스트리밍 플랫폼 업계를 두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 감독, 배우라는 영웅들의 무대”라고 말합니다. <OTT 오딧세이>는 그들의 영웅 서사를 기록한 글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연재 되는 글을 16주에 걸쳐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에게 함께 소개합니다.
<OTT 오딧세이 시리즈>
① 제국 ‘넷플릭스’를 세운 행운의 소년: 호머의 일리아드를 통해 본 ‘리드 헤이스팅스’ 혁신의 여정
② 광기 위에 세운 적자생존의 ‘드라마’: 리어왕을 통해 만나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
③ 넷플릭스의 ‘브랜드 에센스’는 무엇인가?: ‘멋진 신세계’를 통해 본 ‘넷플릭스’ 브랜딩의 정수
④ 멍청한 할리우드를 능가한 천재 감독: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데이비드 핀처’의 평행이론
⑤ 성공방정식을 탈출한 지옥의 게임: 단테의 ‘신곡’을 통해 본 ‘오징어 게임’
⑥ 티빙의 ‘마케팅 스턴트’는 계속될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본 OTT 마케팅의 본질
⑦ 한국 OTT를 빛낸 5인의 위인들: ‘실낙원’을 통해 본 대한민국 스트리밍 산업의 역사
⑧ ‘삼체’ 이후 오리지널 전쟁의 결말은?: ‘데미안’을 통해 본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⑨ 쿠팡플레이가 펼치는 ‘경쟁전략’의 비밀: ‘로빈슨 크루소’를 통해 본 ‘쿠팡’의 스트리밍 사업
⑩ 할리우드 황제의 ‘디즈니’ 재건 스토리: ‘군주론’을 통해 본 ‘밥 아이거’의 리더십
⑪ 스타워즈라는 유산, 만달로리안의 길: ‘베오울프’로 엿보는 ‘만달로어인’의 서사
프롤로그
들으라! 우리는 옛날옛적 창을 든 덴마크인들을, 그 백성들의 왕을, 그리고 그들의 영광을 전해 들었노라, 그의 귀족들이 얼마나 용맹을 떨쳤는지를.
<베오울프> 中
‘베오울프’는 북유럽 게르만족의 영웅으로 그의 전설은 서사시로 남았다. 베오울프는 왕족으로 태어나 세계 곳곳을 떠돌며 포악한 괴물들을 퇴치한 후, 고향 예이츠로 돌아와 왕이 된다. 그는 불 뿜는 용을 처치하고 결국 숨을 거둔다.
<만달로리안(이하 만안)>은 <스타워즈>의 스핀 오프 시리즈로 2019년부터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 중이다. 주인공은 만달로어인 출신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이다. 만안은 딘 자린과 아기 ‘그로구’가 겪는 모험을 담은 SF 시리즈다.
만안은 디즈니에 인수된 후 저물어가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일으켜 세웠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만안은 팬들이 새로운 메인 시리즈라고 추켜 세울 정도로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 세계관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현상금 사냥꾼에서 은하계의 전사로
은하 제국이 붕괴한 후, 고독한 만달로어인은 그로구와 함께 무법천지인 은하를 헤쳐나간다.
<만달로리안> 시놉시스 中
만안은 <스타워즈 레전드> 세계관에 등장했던 현상금 사냥꾼 ‘장고 펫’에서 출발했다. 주역이 아닌 보조 악당 정도였던 장고 펫은 만안이 공개된 후 스타워즈 ‘캐넌(CANON)’에 정식으로 등재된다. 캐넌은 현재 루카스필름에서 공식으로 인정하고 있는 스타워즈의 정사(正史) 개념이다.
일개 현상금 사냥꾼이 제다이, 시스와 같은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건 한 성덕의 힘이었다. 만안의 크리에이터는 ‘존 패브로’ 감독이다. 그는 아이언맨 실사영화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사실 스타워즈의 열혈 팬이었고 특히 만달로어인의 추종자였다. 패브로는 <클론전쟁 3D>에 만달로어인 ‘프리 비즐라’로 출연하며 애정을 과시했었고, 결국 <만달로리안> 프랜차이즈의 수장이 된다.
만안은 급조된 전설처럼 보이지만, 사실 차곡차곡 쌓여온 스타워즈 사가의 총아라고 볼 수 있다. 스타워즈 프리퀄 트릴로지와 오리지널 트릴로지에 나오는 펫 부자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클론전쟁>에 등장하는 만달로어인 전사들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팬들의 성원이 축적돼 새로운 서사로 재탄생한 이야기가 만안이다.
BBY 9991 년경, 외곽 림의 만달로어 행성에서 시작된 만달로리안의 역사는 용병과 현상금 사냥꾼으로 명성을 얻으며 은하계 전역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전사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또한 신화 공룡을 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화 공룡 해골 엠블럼은 만달로어 도상학의 전통적인 상징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만달로리아 대격변 훨씬 전에 멸종된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현대 은하 공화국이 형성되기 전에도 전쟁이 그들의 삶의 방식을 지배했습니다.
이런 전쟁의 삶은 결국 확장의 꿈으로 바뀌었고, 만달로리아 십자군으로 알려진 만달로리안 전사들은 다른 종족과 전쟁을 벌여 그들의 세계를 정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갑옷을 입고 검을 휘두르는 십자군은 전쟁 중에 많은 세계를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십자군은 자신들의 행성을 넘어 여러 세계와 행성을 정복했는데, 그중에는 크라우니스트 행성과 100번의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콩코드 새벽 행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행성 질량의 거의 3분의 1이 부서져 우주 잔해로 변했습니다.
<스타워즈 캐넌> 中
스페이스 웨스턴, 유산의 영리한 변형
만안은 ‘스페이스 웨스턴’을 표방하는 작품이다. 스타워즈가 공화국과 제국의 전쟁을 다룬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였다면, 만안은 소수의 영웅들이 강력한 빌런들과 전투를 벌이는 우주 서부극이다. 만안은 우주를 배경으로 영웅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슈퍼 히어로물에 가깝다.
만안은 위대한 유산의 부담을 안고 성장해야 하는 후손의 숙명을 영리하게 해결했다. 초창기 조지 루카스의 실험 정신은 이어받으면서도, 스파게티 웨스턴과 스페이스 오페라를 결합한 독특한 작풍을 창조하며 오리지널 팬들의 결핍을 채우며 디즈니 프랜차이즈 성과에도 혁혁한 성과를 세웠다.
만안의 독창성은 크게 3가지다. 첫째, 현상금 사냥꾼을 만달로어인이라는 전설적인 집단으로 재정립했다는 점이다. 비즐라, 크리즈 같은 주요 가문의 설정을 더욱 구체화하였고, 베스카 금속을 활용한 갑옷과 블라스터, 제트팩, 다크세이버 등의 무기 활용은 기존 스핀오프에서 볼 수 없었던 디테일의 결정판이었다.
둘째, 오리지널 세계관에서 사라진 그랜드 마스터 ‘요다’의 캐릭터를 같은 종족이지만 아기인 ‘그로구’로 부활시켰다. 사실 스타워즈 팬덤에서 요다의 역할은 다스베이더와 함께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지만 시퀄 트릴로지에서 요다의 존재감은 대체되지 못했고, 팬들은 실망했다.
셋째, Z세대가 열광하는 슈퍼 히어로 장르와의 창조적 융합이다. 어벤저스로 상징되는 히어로 장르는 최근 미국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히트 상품이었다. 만안은 어벤저스의 첫 시작이었던 ‘아이언맨’의 감독을 스핀오프의 감독으로 기용하며 무너지던 유산을 가까스로 일으켜 세웠다.
만안의 성과는 기대보다 놀라웠다. 로른 토마토 신선도 지수 93%, 관객 점수 92%를 기록했고, IMDb 평점은 8.7로 역대 텔레비전 시리즈 64위에 랭크되었다. 스타워즈 팬덤이 약한 한국에서도 키노라이츠 지수 96.63%, 왓챠피디아 별점 4.3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만안은 2020년 네뷸러상, 휴고상, 프라임타임 에미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2021년에는 골든글로브상 작품상, 새틀라이트상 최우수 TV 시리즈상 등에도 노미네이트 되면서 크리틱스 초이스 슈퍼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과 새턴상 텔레비전 영화상을 수상했다. 또한 휴고상, 네뷸러상, 프라임타임 에미상에는 2년 연속 후보에 올랐다.
미국이 세계다, 할리우드의 전통 공식
만안의 세계관은 미국의 역사와 흡사하다. 첫째, 만안의 모성 만달로어는 여러 문화권에서 이주해 온 종족들이 어우러진 집단이다. 둘째, 일종의 혈통 가문인 ‘클랜(Clan)’과 일족 개념인 ‘하우스(House)’가 50개의 주와 상하원으로 구성된 미국과 유사하다. 셋째, 구성원 모두가 무장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도 미국스럽다.
사실 1977년 탄생한 <스타워즈> 또한 미국이라는 로컬에서 크게 흥행한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는 4억6099만8007달러로 월드 박스오피스의 절반 이상이었고, 이는 미국 역대 영화 중 2위였다. 추정 티켓 판매량은 1억7800만 장으로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약 3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기록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인의 신화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사라지지 않을 거대한 세계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넘어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가슴 한편에 새겨진 뿌리 같은 이야기다. 그렇게 미국인의 신화는 전 세계인에게 이야기로 전파되었다.
스카이워커 사가로 통틀어 불리는 오리지널 3부작, 프리퀄 3부작, 시퀄 3부작은 스카이워커 가문을 바탕으로 하는 시리즈이며,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가장 핵심적인 시리즈다. 오리지널 3부작은 1977년부터 1983년까지 3년 간격으로 개봉했으며, 이후 조지 루카스는 오리지널 3부작으로부터 대략 20에서 30년 전을 다루는 프리퀄 3부작을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똑같이 3년 간격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이후 조지 루카스가 만든 영화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이 디즈니에 2012년 인수된 후 오리지널 3부작으로부터 약 20년 후를 다루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된 시리즈가 시퀄 3부작이다. 시퀄 트릴로지의 완결 이후로는 만달로리안이 핵심 시리즈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스타워즈 캐넌> 中
스카이워커 사가 이외에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방대하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클론 전쟁> <스타워즈 반란군>와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있고,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도르> <오비완 케노비> 등도 제작됐다. 하지만 어떤 작품도 스카이워커 사가의 위용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런데 만안이 태어났다. 만안은 스타워즈의 거대한 세계관을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불과 2년의 짧은 시간에 3부작 24편의 에피소드가 제작되었고, 스핀오프 시리즈 ‘북 오브 보바 펫’도 탄생시켰다. 만안의 숙제는 어쩌면 미국이 여전히 건재하는 제국이고, 디즈니가 영원한 엔터테인먼트의 황제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포스 데이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는 길
매년 5월 4일은 ‘스타워즈의 날’로 일명 ‘포스 데이’다. 이 날은 스타워즈 ‘제다이’의 인사말 ‘포스가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과 ‘5월 4일에 함께 하기를(May the fourth be with you)’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서 착안한 팬들의 말장난에서 유래했다. 1979년부터 매년 이어지는 팬덤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이 기념일은 4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만안은 스타워즈의 적자로 대접받고 있지만 출발점은 크게 달랐다. 첫째, 관객과 만나는 플랫폼이 다르다. 만안은 OTT 플랫폼에서 태어났고, 스타워즈는 극장에서 태어났다. 둘째, 미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스타워즈 개봉 당시의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이 극한까지 치닫던 시기였고, 우주를 구하는 기사의 서사는 미국 시민들이 전쟁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신앙으로 식각 될 수 있었다. 지금 미국의 두려움은 매우 복잡하다.
그럼에도 만안의 팬덤은 스타워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안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태어났지만, 별도의 서사를 구축했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팬들은 여전히 제다이의 기사도와 라이트 세이버의 무용과 포스의 영험한 기운을 기대한다. 2024년 6월 공개되는 이정재 주연의 <애콜라이트>가 그 증거다. 어쩌면 만안이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은 스타워즈 팬덤 자체일지 모른다.
<베오울프>는 게르만 민족의 전설이지만, 브리튼으로 건너간 앵글로색슨족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문헌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문헌은 수도자들에 의해 정립되었고, 기독교적 각색이 추가되었다. 베오울프는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최근까지도 다양한 소설, 영화로 리메이크 중이며 게임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스타워즈는 미국인의 신화지만, 전 세계로 퍼져나가 다양한 팬덤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워즈의 제다이는 종교 현상까지 만들 정도였다. 2001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인구조사에서 제다이교를 믿는 사람은 39만여 명으로 유대교를 제치고 네 번째로 큰 종교로 기록됐다. 만안은 종교로까지 진화할 수 있었던 그 정수를 담아내야 한다.
영웅 아버지를 둔 자식의 인생은 대부분 비참하다. 만안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스타 부모를 둔 자식들이 반짝 스타로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대부분 부모를 넘지 못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선대의 영광을 넘는 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게. 물론 하늘의 행운도 함께. 쉽지 않지만 가야 하는 길.
에필로그
만달로어의 전설에는 ‘타르 비즐라’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만달로어인 최초이자 최후의 제다이였다. 그가 생전에 사용한 검은 ‘다크 세이버’였고, 만달로어인에게 그 검은 절대 권력의 상징이자 이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전사는 백성을 단결시키고 행성 전체를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병기공: 이 검에 대해 뭘 알지?
<만달로리안> 中
딘 자린: 다크세이버라고 들었어.
병기공: 맞아. 이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나?
딘 자린: 이 검을 가진 자는 만달로어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더군.
병기공 : 힘만으로는 검을 다룰 순 없다. 정신이 없고, 힘으로만 다루려고 든다면 어차피 결과는 다를 바 없어.
스타워즈의 ‘어사 렌’은 “다크세이버를 드는 건 아무나 가능해. 목숨을 부지하면서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지”라고 말한다. 현재 만안이 처한 상황을 이보다 잘 묘사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다. 부디 멀티 유니버스로 넝마가 된 ‘MCU’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포스가 함께 하기를.
만달로어인은 종족이 아냐. 계율이지.
<만달로리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