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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PEOPLE]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다, 정영우 BX디자이너

다양한 문제의 솔루션을 시각적인 사이드에서 고민하는 일

브랜드를 다룬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대부분이 브랜드기 때문 아닐까? 경험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브랜드를 진부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떨까? 매일 다양한 문제를 직시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진짜’ 브랜드 이야기를 들었다. 정영우 BX디자이너다.

글. 김수진 기자 soo@ditoday.com
사진. 정영우 디자이너 제공


  • 다양한 문제의 솔루션을 시각적인 사이드에서 고민하는 직군
  • 문제를 확실하게 정의하고,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 디자이너 시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를 보는 것이 핵심 

안녕하세요, 영우 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BX디자이너 정영우입니다. 현재 뱅크샐러드의 인터널 브랜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먼저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드릴게요. 에이몽 디자인 스튜디오를 2년 동안 운영하고, 이후 여러 회사에서 BX디자이너로 근무하셨는데 언제부터 BX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제 전공은 UX디자인 쪽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프로덕트 디자인을 할 줄 알았죠. 제가 운영한 에이몽 디자인 스튜디오는 캐릭터브랜드와 현대적인 한복 브랜드를 갖고 있어 UX디자인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디자인보다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원단을 고르고 SDF 같은 행사에서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이 잦았어요. 그러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했죠. 그 결과, 지금까지 접근했던 디자인이 BX라는 한 방향을 가리키더라고요. 이때부터 BX분야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결국 BX였다는 것이 운명처럼 들리는데요(웃음). 그런데 BX라는 용어는 아직 생소한 것 같아요. BX디자이너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요. 그전에 BX디자인에 대해 먼저 설명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BX는 ‘브랜드 경험’이라는 뜻인데요. 저희는 일상생활에서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를 경험해요. 서비스 자체를 경험하거나, 광고를 보거나, 물건을 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때문에 고객 문의를 남기면서 경험하기도 하죠. 이 모든 것이 BX가 다뤄야 할 영역이에요. 매번 처음 겪는 상황에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해야 하죠. 그리고 그 솔루션이 디자인이 아닐 확률도 굉장히 높아요. BX디자이너는 다양한 문제 앞에서 고객이 겪는 브랜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시각적인 사이드에서 고민하는 직군이에요.

그렇다면 BX디자이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프로젝트와 함께 설명해 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BX를 우스갯소리로 ‘별의별 eXperience’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과거 PlusA 재직 당시, 브랜드 운영을 위한 룩앤필을 통일하고, 임직원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템플릿을 만들었어요. 카카오IX에서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F&B업장의 메뉴판, 사이니지 등을 디자인하고 셰프들과 함께 시식회도 하면서 메뉴에 대한 의견도 드렸죠. 가장 재밌었던 경험은 카카오프렌즈의 해외진출 프로젝트였는데, 공간에 브랜드를 입히는 방법과 외국어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고민했죠. 현재 일하고 있는 뱅크샐러드에서는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은 어떤 팀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터널 브랜딩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어요. 채용사이트를 제작하고, 핵심 가치를 정하며, 뱅크샐러드를 하나의 팀으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죠. 최근에 제작한 파크원 오피스도 같은 맥락이고요.

국내 BX분야의 현황 및 트렌드는 어떤가요?

5년 전만 하더라도 BX디자인은 로고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때 당시, 에이전시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운영보다는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성향이 있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인하우스에서 BX팀을 구축하는 사례가 많아 운영을 중요시하는 흐름이에요. 브랜드 구축 후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 과정이 중요해진 거죠. 또한, 전면적인 개편보다 점진적인 개선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UX 사례가 나오면서 BX에서도 한 번에 바꾸기보다 천천히, 하나씩 개선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BX와 UX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UX는 특정 서비스의 경험이라면, BX는 브랜드의 미래를 위한 튼튼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BX와 UX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둘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외국에는 BX디자이너 직군이 없어요. 대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나아가고자 하는 서비스 방향을 정하고, 어떤 기능을 사용할지, 어떻게 보일지 정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특이하게 UX와 BX를 구분해 일하고 있죠. 구분하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고, 더 자세한 분야에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니까요.

BX는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집중해 브랜드 로고와 비주얼 에셋, 커뮤니케이션 톤, 핵심가치와 디자인 원칙 등을 정의한다면 UX는 그것들이 고객의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일을 해요. 고객 움직임을 분석하고, 미리 정한 톤앤매너에 맞춰 고객에게 친숙한 언어로 말을 걸죠. 이때, 둘 사이에 경계를 두기보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브랜드가 자기 검열하는 순간 활력은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전문성이 없는 분야일지라도 이슈를 제기할 줄 알고, 두 팀이 전문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X디자인은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 그리고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프로세스 플로우 중에서 특히 비중 두는 것이 있다면요?

문제를 확실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다수 브랜드 디자이너는 해외 유명 브랜드나 에이전시가 진행한 작업들을 선망하면서 멋진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확실히 정의하지 않으면 화려한 외관과 달리 무용한 디자인이 나올 확률이 높죠. 그래서 저희 팀은 프로젝트 기획에 많은 리소스를 쏟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인덱스 조사에서 브랜드의 매력도가 하락했다면 어떤 직군이 그렇게 느꼈는지, 어떤 접점을 주로 접하는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고, 어떤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빠르게 정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 정의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밀도 있게 완료하는 거예요. 자칫 기획 단계에 너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 실행력이 약해졌을 때는 트렌드에 뒤처진 디자인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현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겸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회사에선 만들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가 크다.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너지를 얻는 것이다. 정영우 디자이너는 몸이 여러 개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굉장히 다양하게 하시더라고요. ‘다운타운 매거진’ 소개와 만든 이유, 앞으로 어떻게 만들 계획인지 듣고 싶어요.

다운타운 매거진은 하나의 브랜드를 주관적으로 분석하는 프로젝트예요. 현재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어요. 시작한 계기는 단순해요. 만날 때마다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토론이 재미있어서 밤새 이야기할 정도였죠. 그러던 와중에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군살을 빼고 담백하게 만든 콘텐츠가 다운타운의 1번지 ‘브런치 에피소드’입니다.

저희는 브랜딩이 집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집 주인의 성격에 따라 아파트로 지을지, 단독주택으로 지을지, 건축양식과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마당과 담장의 유무가 정해지죠. 그렇게 지어진 브랜드로 이뤄진 마을이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잘 지은 집(브랜드)을 소개하고, 하나씩 다운타운에 입주시키자는 콘셉트로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브런치에 기고하지만 에피소드가 쌓이면 타블로이드로도 만들고 싶어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환경 속에 권위가 느껴지지 않도록 화장실에 비치해보자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타이포스터디 ‘TypeTypeType’도 흥미롭던데요.

BX디자이너 중에는 그래픽디자인 출신이 많아요. 저는 UX출신이라 다른 분들에 비해 그래픽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이 타이포스터디를 만든다고 해서 바로 합류했어요. 예전부터 타이포그래피 관련 스터디를 하고 싶기도 했고, 폰트를 만든다는 것은 디자이너라면 누구든 갖고 있는 로망이니까요. 현재 8명의 디자이너가 주기적으로 모여 만들고 있는 타이포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빛의 직진성과 새어나옴을 주제로 ‘TTT_Glance’라는 서체를 제작 중이에요. 올드 스타일 세리프(Old Style Serif) 기반이지만, 디스플레이(Display) 타입답게 리듬감을 살려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약 아홉 가지 두께(Weight)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TypeTypeType의 제작물은 7~8월에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목표고, 실제로 판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기수도 모집해 계속 이어갈 예정이에요.

음악·산업평론가 차우진 님의 뉴스레터 ‘TMI.fm’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신데, 어떤 부분을 담당하시나요?

TMI.fm은 DJ가 독자의 사연을 읽고, 그에 맞는 조언과 함께 노래를 선곡하는 콘텐츠예요. ‘라디오를 뉴스레터로 받아보면 어떨까?’하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죠. 좋은 기회에 우진 님을 알게 됐고, 매력적인 성격과 비전에 반해 어떻게든 도움드리고 싶어 다른 디자이너와 함께 브랜딩을 맡기로 했어요. 라디오라는 콘셉트를 현대적이고 밀도 있게 녹이기 위해 디지털 타입을 사용해서 워드마크를 만들었고, 그래픽 요소는 뉴모피즘을 적용했어요. 그리고 디자이너 도움 없이 우진 님 혼자서도 제작 가능하도록 템플릿과 포토가이드를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이런 활동과 함께 영우 님이라는 브랜드를 어떤 방향으로 구축해나가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재미있을 것 같거나 유익할 것 같다면 주저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런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만약 ‘정영우’라는 브랜드 퍼스널리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정영우 디자이너는 현재 뱅크샐러드에 재직 중이다. 뱅크샐러드는 국내 최초 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 서비스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해 고객을 위한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누적 다운로드 850만 회를 달성하며 범국민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일하고 계신 뱅크샐러드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뱅크샐러드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 가치를 두고 이직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뱅크샐러드는 궁극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동안 기관이나 기업이 갖고 있던 데이터를 개인에게 돌려주고, 종합하고 큐레이션해 마치 아이언맨의 자비스가 되고자 하는 멋진 비전에 마음이 끌려 합류하게 됐습니다. 마침 뱅크샐러드는 브랜드를 정리하고 도약해야 할 시기라 제가 가진 능력을 사용한다면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뱅크샐러드의 BX디자인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고, 앞으로 어떻게 브랜딩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또한, 뱅크샐러드 안에서의 영우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XD(eXperience Design)라고 불리는 팀에 속해 있어요. 저희는 뱅크샐러드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사람이 필요하고, 어떤 팀이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팀으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내부 문화와 전문성을 외부에 전달해 잠재구성원들이 뱅크샐러드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선망하도록 조직 브랜딩(a.k.a. 채용 브랜딩)도 하고 있죠. 뱅크샐러드에서 진행했던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B-note

뱅크샐러드처럼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채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채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모신 인재들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생활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죠.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읽을 수 있는 워크북을 제작합니다. 하지만 이 워크북은 입사 첫날 펼쳐보고는 서랍에 넣어놓고, 퇴사할 때까지 안 꺼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워크북에는 회사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이 있어요. 막상 정보가 필요할 땐 워크북을 보지 않고, 피플팀에 물어보니 피플팀의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었죠. 또한, 급성장하는 회사다 보니 내규가 빠르게 생겨나고 없어지는 상황이 잦아요. 그런데 책 형태로 워크북을 만들게 되면 매번 제작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죠. 그래서 ‘매일 지니고 다닐 수 있으며 업데이트가 용이한 워크북’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 결과, DIY형 노트를 완성했습니다. 각 낱장을 개인이 취향껏 조립할 수 있다 보니 매일 쓸 수 있고, 컬처 카드도 빠른 주기로 업데이트가 가능해졌어요. 시즌별로 커버 디자인도 바뀌어 구성원들에게 재미도 줄 수 있고요.

뱅크샐러드 HQ @파크원 오피스

뱅크샐러드는 작년 말에 새로운 오피스로 이사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총무팀에서 오피스 구성을 주관하고 인테리어 업체와 함께 진행하는데, 저희는 사내 경험 증진과 인터널 브랜딩을 위해 저희 팀에서 프로젝트를 총괄했습니다.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오피스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목표였어요. 뱅크샐러드에 딱 맞는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 곳곳에 카메라를 달아 관찰조사를 진행하고,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해 어떻게 일하는 팀인지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오피스를 설계하기 위해 많은 동선과 레이아웃을 그렸어요. 건축사무소와 함께 진행했지만, 뱅크샐러드를 잘 알고 있는 저희가 주도적으로 레이아웃과 톤앤매너, 심지어 아고라의 높이와 디자인, 구조까지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핵심가치가 살아있는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 Impact, Transparency, Ownership, Fearlessness, Respect를 디자인적으로 해석한 사이니지를 곳곳에 설치하고, 회의실 이름도 핵심가치로 만들어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상 핵심가치를 외울 수밖에 없도록 설계했죠.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Customer Bowl이에요. 사내에서는 보드룸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회사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곳이죠. 저희는 이곳을 웅장하게 만들기보다 고객에게 헌정하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VOC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존중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큰 테이블 옆면에 저희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을 준 고객들의 목소리를 적어놓았어요. ‘모든 결정의 고객의 의견에 기반해서 결정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죠. 이렇게 만들어진 오피스는 내부 직원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견학하는 공간이 됐어요.

위 예시를 보면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맞나?’하는 의문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아웃풋을 내는 채널이 특정되지 않은 BX디자이너 특성상 디자인 관점뿐만 아니라 기획자나 마케터의 관점에서도 염두에 두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사내 문제점을 고쳐가고, 외부에 있는 잠재 구성원들이 뱅크샐러드에 입사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나아가 인터널 브랜딩의 교과서로 업계에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브랜딩에 특정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일을 하면서 좋은 브랜딩과 살짝 아쉬운 브랜딩의 차이를 느끼신 적이 있나요?

여러 브랜드를 보면 지향하는 비전은 높고 웅장한데, 실제 행동은 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브랜딩을 멋지고 쿨한 장식처럼 생각하기 때문이죠. 브랜딩에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언행일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거죠.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인 상태에서 추구하는 이상이 하늘에 닿았을 때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되는 것 같아요.

영우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아가 BX디자이너로서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사실 그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BX디자이너만의 노력으론 부족해요. 브랜드는 작은 터치포인트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지는 이미지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 퀄리티, 사회적 지향점, 사용하는 언어, 팬들의 퍼스널리티 등 많은 부분도 관리해야 해요. 브랜딩을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시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해요. 최종적으로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처럼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그전까지는 다양한 회사와 환경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검증하면서 성장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