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는 이런 기업이 알려야 하는 겁니다
휴먼터치(Touch)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한국시니어연구소의 B2C 마케팅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 대한민국. 이를 증명하듯 매년 노인부양인구비는 증가하고, 2022년 들어 생산 가능 연령층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고령화를 겪은 일본과 미국은 실버산업에 뛰어들어 산업 저변 확대와 기술 질적 성장을 이뤘지만, 그에 반해 한국은 기술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열악하다. 특히 노인 돌봄 현장은 더욱 그렇다. 해결 방안은 여럿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노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시니어연구소 구슬기 본부장. 마케팅 전문가이자 시니어 전문가인 그녀에겐 다 계획이 있었다.
글. 신주희 기자 hikari@ditoday.com
디자인.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제공. 한국시니어연구소
안녕하세요, 구슬기 본부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시니어연구소 마케팅 본부장으로서 마케팅 전반의 일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마케터 경력만 10년 차고요, 이곳에 입사한 지 4개월 정도 됐습니다.
마케터 10년 차라… 정말 한길만 걸어오셨네요? 이전에도 시니어 관련 업무를 하셨나요?
원래는 패션을 시작으로 캐릭터, 작가, 작품 등을 다루는 플랫폼에서 일했어요. 캐릭터나 작가 라이선싱 관련해 업무하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지는 4년 정도 됐네요. 동종업계인 ‘케어닥’에서는 시리즈 A 투자를 받기 위해 열심히 달렸죠. 퇴사 후 전혀 다른 섹터에서 근무한 적도 있는데, 결국 다시 시니어 기업으로 오게 됐어요.
시니어 업계로 다시 돌아온 이유가 있으신지요?
다른 곳을 가보니… 제가 시니어에 진심이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또, 실버산업이 얼마만큼 문제되는지 봤기 때문이에요.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혹은 데이케어 서비스를 받다 건강 상태가 오히려 나빠진 어르신을 많이 접했고, 이러한 부분을 직접 마주하다 보니 이 업을 쉽게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적응하느라 많이 바쁘실 것 같아요. 그럼 한국시니어연구소 마케팅본부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사실 오자마자 마케팅 조직 개편부터 시작했어요.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이기도 한데, 적은 리소스에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브랜드팀, 퍼포먼스(그로스)팀, CX팀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브랜드팀은 스마일시니어라는 브랜드 자체를 리브랜딩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메시지, 로고, 메인 컬러, 비주얼 아이덴티티 등 콘셉트와 가이드를 리뉴얼하고 캠페인 및 제휴를 진행하고 있죠. 퍼포먼스팀은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등의 페이드 채널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 프로덕트를 최적화해 신규 전환을 이끌어 내고 있어요. 주 타깃층인 시니어를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일지 콘텐츠를 고민합니다. 마지막으로 CX팀은 CRM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시니어와 보호자의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CRM 마케팅: 고객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객 관계 경영 마케팅. 고객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알리고, 증대된 만족과 로열티를 통해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함.
한국시니어연구소는 2019 년 7 월 설립된 실버테크 스타트업으로 기술 혁신을 통해 실버산업의 질적 진화를 목표로 한다. 재가(在家)요양서비스에 디지털 혁신을 더하기 위해 지난 7월에는 국내 3 위 방문요양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합병했고, 현재 전국 55 개의 센터를 파트너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스마일시니어 방문요양센터의 행정 자동화를 돕기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하이케어’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2 만 1,000명 이상의 국가 인증 요양 보호사의 구인구직을 해결하는 알림 서비스 ‘요보사랑’을 운영한다.
마케팅에서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인데요, CX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듣고 싶어요.
주 고객층인 시니어 분들은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전화를 선호하세요. 당장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단순 전화상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컨설팅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재가 요양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사업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도를 잘 모르는 고객도 많고, 어르신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거든요.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순 있어요. 하지만 개개인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컨설팅하기보다 법령이나 제도를 알려주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CX팀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요.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르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 솔루션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X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첫 째도 고객, 둘 째도 고객이죠. 물론 지표나 전월 성과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지만, 가장 비중 두는 부분은 고객 경험이에요. CX팀에서 파악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와 니즈가 다른 팀에 좋은 인사이트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어르신이 지팡이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화해보니 휠체어가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어요. 이런 고객의 경험과 피드백을 듣고 여러 팀과 의견을 공유해야 개선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가 퍼포먼스팀에 반영돼 방향이 달라진 적도 많죠.
실제로 고객 만족도가 굉장히 높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웃음). B2C 기업 중에서도 클레임이 많은 편도 아니고요.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건 ‘휴먼터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고객과 가장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본부인만큼, 어르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어야 해요. 또, 보호자와 어르신이 안심할 수 있는 컨설팅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죠.
온라인 마케팅도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시니어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할 거라는 편견 때문인 지, 온라인 마케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분명 많을 것 같아요. 실제로 2년 전만 해도 인스타그램은 마케팅 효과가 높지 않았죠. 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효과를 보고 있어요. 알고 봤더니 요즘 50대 분들도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자주 이용한다고 해요. 페이스북이나 밴드를 쓰시지 않을까 다시 여쭤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요즘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니까 정보를 제공받는 대상은 기존 SNS에서 볼 정보가 없던 거죠. 그리고 요즘 시니어분들도 모바일 기기에 많이 익숙하시더라고요. 근데 정작 내 부모님을 돌봄 할 때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체 온드미디어 채널을 더 강화하고 저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다양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 대표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가차 없이 챌린지하라’예요. 부딪히고 실험하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다음 챌린지를 성공시킬 수 있는 힘이 돼주는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도전할 챌린지 중 플랜 하나만 미리 소개해 주신다면요?
다음 달에 MBN에서 주최하는 건강미 박람회에 참가해요. 매경과 함께 실버산업에 대한 포럼을 진행해 민간기업의 역할과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해요. 실버산업 관련 이벤트의 니즈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관련 업계에서 연구하신 분들의 인사이트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에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실버산업도 점차 성장하고 있고, 확실히 예전보다 실버 문제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니어와 보호자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시니어 문제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키오스크예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키오스크는 진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어쩌면 문제 되지 않을 수 있어요. 키오스크 문제를 겪는 대상은 액티브·아더 시니어거든요.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미국 시카고대학 뉴가튼 교수가 시니어를 프리시니어(Pre-senior),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아더 시니어(Other Senior), 실버(Silver) 총 4그룹으로 구분했어요. 여기서 실버는 치매 혹은 중증을 앓고 계신 분을 의미하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분들은 일반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자기 생활이 가능한 액티브·아더 시니어를 말해요. 그래서 시급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요.
프리시니어 | 40~49세 |
액티브 시니어 | 탄탄한 경제력과 경력으로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는 50~75세 |
아더 시니어 | 경제력이 떨어지고 소비관여도가 낮은 50~75세 |
실버 | 자녀 의존적이고 노쇠한 75세 이상 어르신 |
음… 기대수명이 늘었으니 액티브 시니어가 실버를 모시는 상황이잖아요, 저희 부모님 경우엔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실지, 집에 모실지 많이 고민하셨거든요.
네 맞아요. 요즘 그런 고민 정말 많이 하세요. 저희는 시니어 업계 동향이나 보호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요. 얼마 전 CX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님과 이야기하던 중 <서울 체크인>에서 이효리가 ‘병원에 모시는 게 정답일까?’라고 언급했다면서 화두를 던졌어요. 그 순간 지금 어르신을 모시는 모든 보호자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 액티브 시니어의 경우 ‘나는 아직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해야 되는데 내 부모를 안심하고 돌봄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고민하다 결국 비용 문제로 넘어가요. 일반 병원에서 하루 10만 원씩 계산해도 한 달에 300만 원이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고민이 우리 부모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요? 대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에이징 인플레이스(Aging in Place), 들어보셨나요? 즉, 노인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머물던 곳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해요. 최근 시니어 업계에서 계속 화두 됐던 키워드고, 윤석열 정부 100대 과제에도 에이징 인 플레이스 환경 조성을 위해 의료 요양 돌봄 체계를 연계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이 에이징 인플레이스가 가능하려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노력,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저희는 민간기업으로서 어르신 일상에 스며드는 서비스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스마일시니어의 경우, 방문 요양뿐 아니라 데이케어, 방문 목욕 등 다양한 돌봄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어요. 에이징 인플레이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집에서 돌봄 가능한 조건이 갖춰져야 하잖아요. 얼마 전 일본에서 전동 침대를 수입한 것처럼 집에서 돌봄 할 때 필요한 것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어르신이 집에서 온전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저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뿐만 아니라 스마일시니어라는 브랜드를 더 많은 세대에 알려야 해요. 특히, MZ세대가 많이 찾는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가하고 싶어요.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같은 기업들이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SDF)에서 자신들의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저희도 브랜드 가치를 전하고 싶고, 또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세대가 실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하는 데 도움될 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실버산업의 전망,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실버산업의 전망, 밝다고 생각합니다! 대교는 데이케어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실버산업과 관련된 학습지를 만들죠. 롯데는 최근 마곡에 실버타운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이처럼 실버산업에 관심 있는 개인, 기업이 많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이라 당연히 더 성장할 겁니다. 물론 ‘이 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죠. 그래서 저희는 본질로 돌아가 시니어를 더 생각하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기술이 진정 어르신을 위한 건지 단순 기술력의 발전인지는 생각해 봐야 해요. 예를 들어 갤럭시 워치는 어르신 건강 상태도 알 수 있고 응급상황을 알려주기까지 해요. 문제는 어르신들이 워치를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세요. 스마트 기저귀는 기저귀에 붙인 밴드가 온도와 습도에 따라 기저귀를 갈아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어르신들이 원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더욱 휴먼터치를 강조하게 됩니다. 어르신과 접점을 가까이하면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실버테크 플랫폼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구슬기 본부장과 마케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 이 사람은 비즈니스적인 결과만을 위해 마케팅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업을 위해 사회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업이 마케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의 모든 말에는 마케팅을 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다. 노인 돌봄의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실현을 한 시라도 앞당겨야 한다는 것. 실버테크 스타트업으로서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할 테지만,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개척하는 이들에게 무한한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저도 그랬듯, 젊은 세대는 시니어 문제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계속 외치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우리가 시니어가 돼 살아갈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내가 늙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한 번쯤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젊은 세대가 함께 고민한다면 좋은 변화가 더 빨리 찾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인 꿈이기도 해 주변 사람에게 계속 말하고 있어요. 말로 계속 내뱉어야 진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