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병연님의 아티클 더 보기

마케팅

변방의 도서 편집자는 어떻게 팔로워를 모았나

드렁큰에디터 남연정 대표 인터뷰

드렁큰에디터는 에세이를 만든다. 에세이를 만드는데,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은 낮맥 사진이다. 지금도 종종 비슷한 사진이 올라오는 걸로 봐서는 콘셉트가 아니다. 찐이다. 출판사 공식계정보다는 (술 좋아하는) 출판업 종사자의 개인 계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드렁큰에디터는 에세이를 만든다. 첫 책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 나온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드렁큰에디터. 그의 인스타그램 운영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남연정 대표님,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에세이 전문 브랜드 드렁큰 에디터입니다. 한 달에 한 권씩 먼슬리에세이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어요. 저는 10년차 편집자고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드렁큰에디터를 시작했어요. 도서 기획부터 편집, SNS마케팅까지 1인 체제로 운영 중이에요.

드렁큰에디터는 인스타그램을 ‘본진’처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네이버포스트도 개설했는데 아직까지는 서브 채널에 가깝죠. ‘위트 있고 트렌디한 에세이’라는 책의 콘셉트를 이미지로 전달하고 싶었는데, 인스타그램이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었죠.

사실 처음엔 젊고 감각 있는 마케터를 찾아 운영을 맡기려고 했는데, 원하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첫 책 출간일이 다가오니 똥줄은 타 들어가고… 에라 모르겠다, 직접 해보자. 그렇게 됐죠.

책을 ‘어떻게 만들까’와 ‘어떻게 팔까’를 함께 고민해요. 기획과 편집만큼 마케팅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죠. 드렁큰에디터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책만큼 중요한 게 인스타그램이에요.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을 수밖에 없어요.

첫 책인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이 나올 때 드렁큰에디터 계정을 팔로잉 했습니다. 바로 맞팔해 주시더라고요. 제 사진에 하트도 꼬박꼬박 눌러주시고요.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게 보여요.

절박하니 열정이 생기더라고요(ㅎㅎ). 1인 출판이다 보니 각 잡힌 공식 계정보다는 친근한 개인 계정처럼 다가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일대일로 바로바로 소통하는 느낌을 주는 거죠. 사실 인스타그램은 눈팅만 했었거든요. 하나씩 배우면서 하고 있어요.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가 늘어나니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요. 초반에는 정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매달려 있었어요. 자다 깨서도 확인했고요. ‘하루에 20시간씩 한다’라고 했던 말이 마냥 농담은 아니었죠. 그렇게 폭주했던 거에 비하면 최근엔 텐션이 떨어진 편이에요(ㅋㅋ).

시리즈 작가들도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다른 작가의 책도 자주 언급하시고요. 영향력 품앗이랄까, 한 팀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기획자로서 혼자 구상은 했었죠. 시리즈 작가 대부분이 인스타그램을 하시니까, 서로 책 소개를 해주거나 릴레이로 홍보해줘도 좋겠다. 근데 막상 책이 나오니 부탁하기가 좀 애매하더라고요.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시리즈에 참여하신 10명의 작가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분들이라 마케팅적으로도 조언을 많이 얻고 있어요.

SNS 운영은 업무의 일부일 텐데요. 보통은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한 달에 한 권씩 먼슬리에세이를 출간하고 있어서, 일주일 정도 화면교정(워드 파일에서 원고 수정)을 본 뒤 교정지가 나오면 2주 정도 교정교열을 봅니다. 그 사이에 책 제목을 정하고 표지 시안도 수정을 거쳐 확정하구요. 마감 후엔 인쇄 감리를 보고 보도자료를 쓰고 마케팅 준비를 하죠. 틈틈이 다른 저자분들 마케팅 관련 스케줄을 챙기고, 원고 피드백도 드리고요. 일반적인 편집자 업무예요.

열 명의 작가와 열 권의 책을 두 개 시리즈로 묶었기 때문에 타깃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막연하게나마 상상한 독자의 모습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2~30대 여성으로 잡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책을 내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반응하는 독자 연령대가 조금 더 높더라고요. 30대를 중심으로 40대까지 아우르는데, 작가들의 연령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에세이는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내밀하게 드러내는 장르이기 때문에 비슷한 나이의 독자들이 공감하며 읽기 좋죠. 실제로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 등 활발히 소통하시는 분들도 3~40대가 많아요.

팔로워 분들도 인스타그램 헤비유저일 것 같아요.

편집자나 마케터들이 많이 팔로잉 해주시는 걸 보고 놀랐어요. ‘나 같은 변방의 편집자를 어떻게 알고?’ 싶은 마음이었죠. 특히 출판사 공식계정이나 출판사 마케터가 팔로워 목록에 있는 걸 보면 지금도 신기해요. 자신이 속한 업계에서 SNS마케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관심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다들 자기 일에 열심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이벤트 공지는 물론 작가들과 주고받는 카톡 캡처화면, 이주윤 작가의 그림 등 올리는 콘텐츠가 다양해요. 반응이 좋은 콘텐츠는 뭔가요?

카톡을 공개하는 식으로 작가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때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예능을 진짜 좋아하는데 나영석PD의 프로그램에는 첫 회가 주는 설렘과 기대가 있어요. PD와 출연자의 사전미팅 장면을 보여주잖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사적 모임을 훔쳐 보는 기분이 들어요. 날 것 그대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보여주는 데 재미 포인트가 있어요.

책도 그렇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죠. 편집자와 작가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케미를 보여줘도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면 그가 만드는 결과물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칭찬과 걱정, 그러니까 ‘대단하다!’와 ‘왜 그렇게까지?’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재밌다’, ‘웃기다’, ‘편집자가 어떻게 인스타까지 하냐’, ‘책은 언제 만드냐’, ‘그렇게 술 마시면 건강은 괜찮냐’처럼 다양하죠. 저로서는 모든 피드백이 감사해요. 출판업 종사자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은 아직도 놀랍고 신기하고요.

독자 중에는 제게 내적 친분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홍보 만화로 그렸던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거나 에코백, 메모지, 노트 그림 액자 같은 걸 보내주시기도 해요. 화장품 브랜드인 ‘나스’에서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에 ‘나스의 립펜슬’이 언급된 걸 보고 기프트박스를 보내준 적도 있었어요.

그동안 드렁큰에디터를 운영하며 얻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브랜딩은 꾸준함에서 비롯된다는 걸 많이 느껴요. 저는 초반에 불이 확 붙었다가도 뒷심이 달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시리즈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잖아요. 스스로의 멘탈과 텐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하우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나름대로 원칙은 생겼어요.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것, 잘 되든 안 되든 하던 걸 계속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길게 내다봐야 한다는 것.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일도 사랑도 일단 한잔 마시고>, <자기만의 (책)방>

먼슬리에세이 시즌1이 곧 마무리되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알려주세요.

먼슬리에세이 시즌1 마지막 책을 마감 중인데요. 한 텀 쉰 다음 내년에 시즌2를 출간할 예정이에요. 쉬는 동안 시즌1 통합 마케팅과 시즌2 원고를 준비하려고요. 시즌2는 ‘일’이라는 주제 아래 다섯 명의 젊은 작가가 쓴 에세이를 묶을 거예요. 시즌1이 ‘위트 있는 에세이’를 지향했다면, 시즌2는 ‘인사이트 주는 에세이’를 추구해요.

시즌1의 중요한 목표가 드렁큰에디터의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였는데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독자 팬덤을 가진 브랜드, 에세이 작가들이 책을 내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사랑하는 독자님들! 드렁큰에디터 인스타그램에 하트도 많이 눌러주시고 재밌다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도 해봅니다. 먼슬리에세이 시즌1 사랑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해요. 작가님들 몫까지 더해서 감사함을 전합니다. 10월에 ‘식욕’을 주제로 한 시즌1 마지막 에세이가 출간되는데요. 마지막까지 여러분들이 재밌게 읽으실 수 있는 위트 넘치는 에세이 만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