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슬기님의 아티클 더 보기

UI/UX

문화 차이가 UX에 미치는 영향

문화에 따른 UX 디자인 사례

글. 라이트브레인
RightBrain lab은 라이트브레인만의 UX 인사이트와 소중한 현장 경험들을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간의 성장을 돕고 꾸준히 공부해 가는 열린 소통의 장입니다.

*본 콘텐츠는 라이트브레인 블로그에 게재된 문화 차이가 UX에 미치는 영향에서 발췌했음을 알립니다.


디자인은 문화의 외피(外皮)이다. 따라서 문화의 차이는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 차이에 따른 웹사이트 인터페이스 디자인 비교연구 中

여러분은 서양권에서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저는 최근에 와서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 역사적인 이유 외에 기후와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리며 장마가 있는 동양권과는 달리, 서양권은 가벼운 소나기가 주로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우산을 써도 옷이 다 젖기 때문에 우산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우산보다는 우비나 방수가 되는 옷들을 선호하며, 우산을 잘 쓰지 않는 문화로 발전됐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산은 어떠한 나라에서는 비를 막아내는 데에 탁월한 UX(사용자 경험)를 제공하지만, 조건에 따라 탁월했던 그 무엇이 다른 것으로 대체돼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 문화권에서 탁월하다고 받아 들여지는 UX는 다른 문화권으로 이동되며 현지 문화에 맞게 바꿔야 탁월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주요한 행동 양식과 상징체계와 조건,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이죠.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하면서 기업들은 한 국가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내놓는 추세이며, 자연스레 유저들의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고려하여 기획하는 것이 Uxer의 과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스타벅스가 이탈리아에서 성공적으로 1호점을 오픈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이겨내고 지금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 비결이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에 맞는 UX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카페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입에 털어 넣고 나가는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를 고려해, 스타벅스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안락한 소파 좌석과 넓은 테이블을 걷어냈습니다.

대신, 에스프레소 바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도록 기획했고, 고객이 불편함 없이 빨리 마실 수 있도록 음료의 온도도 낮춰서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이탈리아에서 우유가 들어간 음료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마시곤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아침 메뉴판에는 라떼와 카푸치노를 강조해 보여주고, 오후에는 다양한 종류의 원두와 에스프레소를 더욱 크게 배치하여 시간대에 맞는 정보를 보여주도록 했습니다.

스타벅스 사례에서 배울 점은 커피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커피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관찰해 그의 방식대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서비스를 기획할 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타깃 유저의 문화를 반영하여 그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공적인 UX를 기획하는 데에 중요한 열쇠일 것입니다.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문화 차이를 고려해 제작된 서비스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레이아웃

아랍권에 속하는 나라들은 읽는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울에 비추듯 양쪽이 반전된 레이아웃을 제공해야 하는데, LG 계정 사이트와 같은 다국어 사이트는 유연한 글로벌 템플릿을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언어를 수용해 국가별 사이트 간의 일관성을 최대한 지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관성을 유지하기보다는 현지 유저의 성향에 맞춘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왼쪽)과 중국(오른쪽)의 모질라 파이어폭스 랜딩 페이지를 비교하면 한눈에 차이를 알아볼 수 있죠. 왼쪽 미국의 페이지를 보면 매우 간결하게 CTA(call-to-action) 버튼이 제공돼 있고, 그 외의 부가적인 정보들은 생략되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됐습니다. 중국의 페이지는 반대로 뉴스나 배너 등의 정보들을 전시하며 밀도 있는 레이아웃을 갖추고 있습니다.

왜 다를까요?

여러 논문에 의하면 이런 레이아웃의 차이는 중국은 집단주의 사회, 미국은 개인주의 사회라는 문화적인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유저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높아 보통 자기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중국의 유저들은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높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을 궁금해하는 성향을 띠고 있어 여러 정보를 나열하는 레이아웃이 지배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모질라 파이어폭스는 국가별 사이트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생각합니다.

입력 인터페이스

앞서 설명한 중국과 미국 사이트 간의 차이를 만들어 낸 다른 중요한 이유는 입력 인터페이스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한자는 알파벳에 비해서 입력하기에 더 번거로운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검색창을 터치하고 공을 들여 입력하는 대신,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 유저에겐 더욱 간편했을 것입니다.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WeChat은 알파벳을 한자로 변환시켜주는 편리한 입력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만, 대다수의 현지 앱은 번거로운 방식으로 한자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문자를 손으로 타이핑하는 방식을 제외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중국의 대부분 메신저 앱은 음성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며 현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음성 메시지를 통해 소통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로 중국의 대부분 모바일 서비스는 음성 검색 기능을 제공하며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 ‘Baidu’의 전 부사장 Andrew Ng가 검색 중 10%는 음성검색 기능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밝힐 만큼 음성 인식 기술이 전통적인 타이핑 방식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문화에 적합한 아이콘과 색상

지난 2018년, 아마존은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인도에 진출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E-commerce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검색을 인도인들은 이용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이유를 조사하고자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인도인들의 ‘검색’에 대한 멘탈 모델(Mental Model: 사람들이 자기 자신, 다른 사람, 환경, 자신이 상호작용하는 사물들에 대해 갖는 프레임/모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생긴 불상사였는데 대부분이 돋보기 아이콘을 검색과 관련된 아이콘으로 인지하는 대신, 탁구채로 인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은 UI를 수정했는데 돋보기 아이콘을 제거하는 대신 검색창을 만들어 돋보기와 함께 배치했고 검색을 유도하는 힌디어 텍스트를 집어넣어 유저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어포던스(affordance)를 주었다고 합니다.

아이콘 외에도 국가별로 각 색상이 상징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유의해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는 중국과 미국의 포털 사이트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비교해 놓은 데이터입니다.

쓰이는 색상을 비교해 보면 중국은 보통 노랑, 빨강, 파랑 등의 원색을 미국은 대부분 무채색과 파란색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은 중국에서 긍정적인 단어들을 상징하는 색상이기 때문에 중국 어디에서나 선호되며 그만큼 자주 활용되는 색상입니다.

그에 반해 미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만큼, 미국인 대다수가 선호하는 색상이란 것은 없으며 무난한 파란색과 무채색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에 활용했습니다.

번역체

미국, 영국, 호주, 인도는 모두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같은 영어 단어라도 나라마다 받아들이는 의미와 뉘앙스에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와 지역에 모두 적합한 라이팅이 제공돼야 하고, 이는 단순히 번역을 잘하는 것을 넘어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합니다.

왼쪽은 샤오미의 계정 생성 절차 중 한 화면인데, 한국어 라이팅이 매끄럽지 못해 투박한 서비스라는 인상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교체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구체적인 라이팅은

1) ‘귀하’ -> ‘회원님’
2 ‘사서함’ -> ‘메일함’
3) ‘~시오’로 끝나는 문장 -> ‘~세요’

였는데, 의미 전달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래된 서비스에서 볼 법한 어휘들로 UX writing을 다듬었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서비스로 느껴졌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오른쪽의 화면처럼 ‘계정 동결’이라는 기능은 계정을 ‘얼린다 [동결(凍結)]’ 즉, ‘계정 일시정지’라고 유추해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 쓰지 않는 어휘기 때문에 어설프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계정 일시 정지’라는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유저들은 샤오미의 ‘계정 동결’이라는 기능에 대해 유추하기 힘들 것입니다.

상단에 함께 보이는 얼음 아이콘마저도 유저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사람 대부분은 얼음을 보며 일시정지를 연상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같은 의미라 하더라도 단어가 한 문화권에서 어떻게 쓰이는 지를 알고 반영해야지만 매끄러운 UX writing이 될 것입니다.

나라마다 천차만별인 인터넷 속도와 단말기

위의 이미지는 세계의 인터넷 속도를 색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보라색에 가까울수록 인터넷이 빠른 것을 의미하는데,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 몇 개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100Mbps로, 비교적 느린 속도로 이미지가 업로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베네수엘라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다면 업로드 속도를 저하하는 요소들을 랜딩 페이지에서 과감히 제거해야 합니다.

인터넷 속도와 더불어, 나라마다 유저가 보유한 단말기의 종류가 상이하다는 것도 염두에 둘 점입니다. 단말기마다 스크린 사이즈, 인터넷 속도, 구현할 수 있는 정보와 이미지의 해상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간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 봅시다. SMART는 필리핀의 대표 통신사인데, 전용 앱을 출시하기 전 유저들이 보유한 단말기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41%의 유저들만 삼성 갤럭시 기종을 사용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분류되지 않는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조사하지 않고 최신 휴대전화를 기준으로 앱을 기획했다면, 대부분의 유저는 사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의 앱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여러 사례를 접하며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문화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로 인해 ‘내가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에서 어떤 점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가?’라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날짜 표기법부터 레이아웃 등 제가 있는 문화와 언어에 맞춰 기획된 것이죠.

글로벌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부분을 의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UX 기획자로서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