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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디지털 시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방법

고객 접점을 찾아 신뢰를 구축하라

다윗의 등장

2017년 7월, 카카오뱅크 출시 후 시중은행은 크게 들썩였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니. 대중은 환호했다. 이를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시중은행은 카카오뱅크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했다. 이는 곧 디지털 시대에 은행이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 요청서에 기재된 사항은 카카오뱅크  ‘수준’의 사용성 확보, 카카오뱅크’처럼’ UI/UX를 개편하는 데 있었다. 사실 본질은 시중은행이 지점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옮기며 금리를 강조한 상품마케팅에 힘을 줄 때 카카오뱅크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장벽을 없애고 생활 속 금융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즉, 서비스 본질의 핵심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다.

<그림 1>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결국 다윗의 승리로 끝났다.(이미지 출처:CBinsights)

시중은행에 대항하는 카카오뱅크의 등장처럼 새로운 파괴자(Disrupter)의 등장은 계속된다. 몸집은 가볍지만(Asset-Light) 기술적 뒷받침이 되는 사업자(Digital·Data Native)가 고객의 행태를 이해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 밀접하게 대응하면서 오랜 전통사업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흔들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을 긴장시킨 카카오뱅크, 전통 호텔업을 위협하는 에어비앤비(Airbnb), 전자제품 제조업의 신흥강자가 된 샤오미(Xiaomi), 기존 운송업에 혁신을 가져온 우버(Uber)처럼 새로운 혁신적인 도전자는 초개인화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때로는 전통 골리앗이 다윗의 모습으로 시장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림 2> 다윗으로 연상되는 디지털 혁신기업들.(이미지 출처: 각 사 웹사이트 캡처)

전통사업자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디커플링(Decoupling)해 제공하는 기업도 늘었다. 앞서 언급한 우버를 보면 ‘고객이 차량을 이용하는 단계’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구매·유지·관리 단계를 생략했다. 다만 ‘이용’ 단계의 차원을 넓혀 각종 모빌리티·운송 관련 서비스로 확장했다. 자동차와 바이크, 헬리콥터까지 이동하는 수단을 확장하기도 하고 사람과 음식, 물류까지 이동 대상도 넓혔다. 우버가 추구하는 업(業)의 정의를 내리면 ‘사람의 이동’에서 ‘사람을 위한 서비스의 이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파괴자(Disrupter)는 고객에게 접근할 때 전통사업자가 제공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무리하게 혁신하려 하지 않는다.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샘앤파커스, 2020)) 기존의 것을 고치는 혁신이 아니라 판을 엎고 새로 짜는 교란 수준에 가깝다.

과연 다윗은 어떤 무기를 쓰는가? | 콴타스 항공 사례

호주의 콴타스 항공(Qantas Airline)도 다른 항공사와 비슷하게 항공 연료의 가격 폭등, 주요 고정비 상승, 저가 항공사 등장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하 압력으로 사업의 위기를 맞았다. 대부분 항공사는 외부 위험요소에 따라 수익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카약(Kayak)이나 스카이 스캐너(Skyscanner)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로 이용자 수요가 옮겨가며 직접 판매 비율도 감소했다. 고객과 스킨십도 조금씩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림 3> (이미지 출처: Qantas Airline)

시장에 대응할 것인가? 새로운 판을 짤 것인가?

콴타스는 이러한 외부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보다 자신들의 기존 비즈니스 판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더 이상 항공권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의 미래가치를 재구성할만 한 콴타스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제 콴타스 로열티는 호주 인구 절반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용자는 이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항공권 구매는 물론 일상 속 다양한 활동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드라이클리닝, 커피 구매, 놀이방, 골프, 보험가입 등 항공권과 상관없이도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포인트를 쌓고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로열티 프로그램은 콴타스 국제사업 전체 수입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울워스 마트, 호이츠 영화관, 록풀 레스토랑,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기업도 콴타스의 포인트를 구매해 고객에게 보상한다. 기업들이 구매하는 포인트는 국제선 항공권을 파는 매출보다 많다.

콴다스는 기존 비즈니스를 위협하던 외부 요인에 대응하거나 직접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하는 대신 로열티 프로그램을 런칭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콴타스는 고객의 항공권 구매내역과 일상 속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고객의 행동과 선호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 통찰력을 활용해 제품설계와 신규 출항지 및 경로 개발, 효율적인 자본 할당, 고객지원 교육 및 창의적인 전략을 구상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됐다.

콴타스는 파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찾아낸다.
-콴타스 CEO 앨런조이스-

콴타스는 더 이상 항공권 제조업으로 전락한 경쟁사와 경쟁하지 않는다. 실제 비행이라는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고객과 관계를 심화하고 타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쌓은 ‘진짜 신뢰’는 고객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넘쳐나는 다윗 사이에서

우리는 항공사의 티켓을 OTA, Meta Search, 종합여행사, 포털사이트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항공사는 항공권을 만들어 내는 제조업 포지션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항공사 뿐 아니라 디지털 채널이 상품을 구매하는 ‘수단’의 플랫폼에 멈춰 있다면 기업은 고객과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항공권을 해당 항공사의 디지털채널에서 구매하지 않는 사용자처럼, 대체재는 많고 시장은 이미 다윗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외친다. “이제는, Direct to Customer!”

<그림 4> 책 <신뢰이동>에서 저자인 레이첼 보츠먼은 ‘신뢰는 미지의 대상과의 확실한 관계’라고 강조한다(이미지 출처: 흐름출판 제공)

15년 전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은 경쟁사를 동종산업에서 찾던 기존 프레임을 깼다. 하지만 이미 산업 간 경계는 희미(Big Blur)해졌고 넘쳐 나는 수많은 다윗에 대응해야 한다. 이제 기존 프레임을 바꾸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것으로는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호주의 콴타스처럼 고객과 색다른 경험으로 ‘직접’ 만나야 한다.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야 되는 시대다. 관계와 신뢰가 역으로 비즈니스를 이끄는 모멘텀(momentum)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기업이 외부 위험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근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