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프레임’에서 벗어난 ‘차이’, 그리고 최영섭 대표의 통찰력
-급여 주고 나면 통장에 잔고 50만원만 남던 시절도… 취급고 2000억원대로 성장
-모두가 어렵다던 캠페인 수주, 다양한 영역 퍼포먼스로 인정 받아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를 만나다 보면 자주 회자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차이커뮤니케이션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호에 본지에서 소개한 대로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 ‘이마트 LIVE’로 소셜아이어워즈 최고대상을 거머쥔 차이커뮤니케이션 박주연 실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반 보만 앞서가려고 한다”고. 너무 시대를 앞서 가지도, 뒤쳐지지 않고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는 힘은 한 발이 아닌 ‘반 보’에 내재돼 있단다. 당시 차이커뮤니케이션은 유튜브 채널의 중요성을 오래 전에 직감하고 PD팀, 모션그래픽팀, 3D팀을 구성, 예열했다. 차이의 반 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글. 김관식 기자 seoulpol@wirelink.co.kr
사진. 이재은 작가 jaeunlee@me.com
-차이의 핵심가치, 비대면으로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
-차이의 디지털, 17년 동안 철저히 체득한 가치
최영섭 대표는 올 한해 차이커뮤니케이션의 성장을 위해 또 한 번 포석을 깔았다. 아트워크 포커싱으로 시장에 대응하려는 것.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과 2022년을 겨냥했다.
먼저 신선하고 새로운 눈빛이 필요했다. 그는 단숨에 외국인 아티스트를 두 명 세팅했다. 그 시작이 지난해 12월이었다. 이 모든 걸 담담히 말하는 그의 표정에선 아무 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다만, 냉철한 판단으로, 길게 보고 결정한 사안이라는 걸 직감만 했을 뿐.
그렇게 차이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매번 반 보 앞서가기 위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프레임을 깨나갔다. 가장 성공적인 외교는 51대 49로 승기를 잡는 데 있다고 하지 않던가. 대세를 굳히지 않는다. 살짝 앞서갈 뿐. 그 흐름이 어제, 오늘, 내일 이어지는 셈이다.
최근 그 반 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모멘텀도 뒤따랐다. 철저한 시장분석과 확신은 근거 있는 투자와 자신감의 밑거름이 됐다. 그 과정에서 투자와 조직 구성을 외곬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진행하는 캠페인과 사내 조직도 프레임에 갇혀 진행하거나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혜안과 정답을 그 울타리 밖에서 찾았다. 그 이유와 과정을 그에게 직접 들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다양한 시너지와 아이디어가 융합돼 결과로 잇고자 하는 추진력은 차이커뮤니케이션의 DNA다. 이 DNA는 하루 아침에 생성되지 않는다. 맨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선 기업의 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전사적으로 한 몸처럼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보라. 2021년 현재 차이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모했는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FC)처럼 전지전능한 1인 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는 것도 차이커뮤니케이션의 DNA다. 최 대표는 ‘팀워크’가 가져오는 시너지를 확신한다. 혼자 앞서가다 보면 전투에는 한두 번 이길지 언정 전쟁에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점은 최영섭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제 어쩌면 광고대행사라는 말이 없어지고, 나아가 기존 광고제작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을 터. 광고주의 니즈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통합 디지털 플랫폼 문화가 더욱 강세를 띌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집단지성,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뭉쳐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이제 광고와 홍보, 마케팅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멘트는 이미 식상한 단골 메뉴 아니던가.
차이의 ‘반 보 앞으로’에 따른 결과물을 이날 최영섭 대표를 인터뷰하던 당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해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이날 최영섭 대표와 나눌 주제와 질문을 복기했다. 잠시 후 최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한 최경란 상무와 커피 한잔하며 입을 풀던 중 차이가 최근 ‘쿠팡이츠와 아모레퍼시픽 캠페인 사업을 수주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종합광고대행사를 상대로 당당히 경쟁해 수주했으니 그가 12년 전 기자에게 했던 약속은 현실이 된 셈. 사실 최영섭 대표와 기자는 구면이다. 2009년 1월(월간 IM 2월호)에 한 번 대면해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있다. 당시 그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2008년) ‘아티스트’를 부각시키며 차이를 알렸습니다. 저희로서는 지난해가 정말 중요한 시점이었거든요.” “메이저급 대행사로 한 단계 올라서느냐, 아니면 고만고만한 성장에 멈추느냐는 기로였던 시기죠. 매출만 오른다고 메이저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성장에 걸맞는 내부 시스템과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체질 개선도 병행 해야겠죠.”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리면서, 혹은 광고주를 만나면서 생길 수 있는 딜레마를 아티스트로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온라인에도 스타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 스타가 바로 ‘차이’에 있다면 더 좋겠죠.”
실은 기자도 그의 바람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현실이 될지 알 수 없던 터였는데 과월호를 보고 나서야 그가 강조했던 꿈이 떠올랐다.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된 것을 보며 그의 또 다른 내일이 궁금해 질문을 급히 수정했다. 2009년과 2021년 차이커뮤니케이션과 최영섭 대표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가 기다리고 있던 방문을 열자 그는 환한 웃음으로 기자 일행을 반겼다.
차이, 시나브로 업계 기준이 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10여년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어요.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인데요. 마스크를 써도 단박에 알아보겠어요(웃음).
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웃음). 몰라서 그러시지 저도 그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 2009년 1월이었을 겁니다. 그때 대표님은 ‘아티스트 차이’를 경영 모토와 슬로건을 내세우며 업계에 주목을 받았죠. 지금도 변함 없지요?
네. 지금까지도 이는 우리 차이커뮤니케이션의 경영 철학입니다. 우리의 성장동력이기도 하고요.
-그때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우리는 확실히 메이저급으로 올라서겠다’고요. 이제 업계가 차이를 디지털종합광고대행사로 인식하며 대외적으로도 메이저급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규모를 보면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과 ATL을 넘나들며 메이저 광고회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여기에 방점을 찍으려고 해요.
-이제 차이커뮤니케이션도 메이저급으로 발돋움한 이상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메이저급 대행사의 기준이 궁금해요. 정량적(定量的)인 건지, 정성적(定性的)적인 건지.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죠. 이제 메이저급 대행사의 기준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대응하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퍼포먼스와 성과가 지표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브랜딩까지도 넘나들어야 하죠. 차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2019 유튜브 웍스 어워드(YouTube Works Awards 2019)에서 ‘테라 MCN 캠페인’으로 ‘베스트YouTube미디어 전략 부문’ 수상을 계기로 아시아 1위 대행사로 발돋움했습니다. 차이는 오히려 메이저급 대행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이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17년에도 구글 프리미어 파트너 어워드에서 차별화된 애드테크 역량을 인정받아 한국 최초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Winner로 선정됐죠.
네. 차이커뮤니케이션은 ‘구글 프리미어 파트너 어워드’에 이어 ‘유튜브 웍스 어워드’까지 한국 최초 타이틀을 두 차례나 획득하며 광고 시장에서의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함께 콘텐츠를 개발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건 흔하지만 결코 쉽지 않아요. 이젠 마케팅도, 광고도 결국 ‘콘텐츠’라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쿠팡이츠와 아모레퍼시픽 라보에이치 캠페인 라이브를 수주했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알만한 기존 종합광고대행사에서 터줏대감처럼 해오지 않았던가요? 이를 차이에서 수주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라보에이치는 헤어케어브랜드입니다. 쿠팡이츠는 워낙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라보에이치와 쿠팡이츠 모두 조만간 캠페인 라이브 예정이며 수주 스토리가 인상 깊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잘 아시는 것처럼 오랜 파트너십의 광고회사가 존재해 다른 광고회사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죠. 하지만 차이에 비딩(Bidding, 입찰) 참여 의사를 타진해 왔고 흔쾌히 용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비딩 결과 차이가 수주하게 됐고 그 자체만으로 업계에 크게 이슈가 됐어요. 10여년 만에 새로운 에이전시가 광고대행사로 선정된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차이의 인사이트가 기존 광고회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 평가가 상당히 좋아 차이에서 캠페인을 론칭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말씀을 듣고 보니 라보에이치도, 쿠팡이츠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고, 오로지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한 결과 차이의 손을 들어준 셈이네요. 이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차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차이는 ATL(Above the Line, 4대 매체인 TV, 신문, 라디오, 잡지를 이용해 광고를 집행하는 활동)과 디지털, 브랜딩과 퍼포먼스를 통합 캠페인으로 플래닝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광고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 역시 동일한 전략하에 크리에이티브를 잘 풀어낸 수주 사례죠. 차이의 미디어 간 경계 없는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 제안은 업계의 이슈를 넘어 업계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 “용감하게 임하자”며 틈틈이 파이팅을 불어넣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가능성만 보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겠죠. 하지만 처음부터 용감하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기존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DNA가 우리에게 있으니 차이만의 차별화 요소와 변별력을 강조하자고 얘기했어요. ATL과 디지털을 통합 제안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발전적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시대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회사입니다. 하나의 카테고리에 엮인 제안보다 통합 캠페인을 제안했고 이것이 좋은 결과로 돌아온 듯합니다.
-이것이 금세 이뤄질 수 없는 동력인데, 처음부터 차이가 제대로 차이를 벌린 셈이네요.
그러한 시도를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음 놓지 않고 늘 반 보 앞서도록 노력할 거고요. 이러한 관점과 시도가 17년 동안 이어진 듯해요. 차이의 지속성장 모멘텀이죠. 이제 차이는 어떤 영역의 캠페인도 시도할 자신 있어요. 용감하게 해나갈 겁니다.
우린 광고회사가 아니다
-차이는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성장시켜 이들이 시장에서 스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전 인터뷰 때도 같은 말씀을 해주셨지요. 내부에서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요. 이것이 낮은 이직률은 물론 그들이 차이의 주축이 되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아니었을까요?
맞습니다. 결국 그들이 차이에서 시너지를 내고 그 노하우를 모두와 공유합니다. 저는 이들이 시장에서 인정받기를 원해요. 저는 이런 점을 오래 기억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영역에서의 캠페인이든 자신 있습니다. 이젠 우리가 시장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광고회사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달리고 싶습니다. <디지털 인사이트>에서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웃음).
-네(웃음).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최근 아트워크 부문에 새로운 수혈이 이뤄졌지요?
매번 저 스스로 아젠다를 정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수시로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올 한해 성장할 것인지 구상하죠. 그중 하나가 바로 아트워크예요. 외국인 아트디렉터 2명을 영입했습니다. 한 분은 연말에 합류했고, 다른 한 분은 4월 중 합류 예정입니다.
-국내 아트디렉터도 있는데 외국인과 함께 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있습니다. 다만, 저는 국내 고정된 시각과 경험을 넘어 글로벌하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새로운 감각과 경험이 필요해서 외국인 두 분을 모시게 됐습니다. 그분들의 감각과 색채를 차이가 함께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아트워크를 크리에이티브화 하면서 다변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또 반 보 앞서갑니다.
PD팀, 모션그래픽팀, 3D팀을 이미 세팅했고, 이제는 3D 캐릭터 개발 단계에 착수해 XR 스튜디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말이 반 보이지만, 상당히 빠른데요.
어느 순간 종합광고대행사가 디지털에이전시 영역을 일정부분 해오고 있었죠. 그렇다면 그 반대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플레잉 단계에서 다각적인 운영과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결을 맞춰 더 디지털스럽게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뤄낼 거고요.
-그러한 인사이트는 주로 어디에서 얻으십니까?
무엇보다 저 스스로 MZ 세대 동향이나 관심사를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결국 그들이 고객이 되고 트렌드를 주도하니까요. 그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봐요.
-광고나 마케팅에 대한 분석 리포트라든지, 그런 부분도 관심이 많으시죠?
오히려 광고와 관련한 건 잘 안 보려고 해요.
-안 보신다고요? 의외네요.
네. 대체로 뭐가 괜찮다고 하면 너무 한 곳에 몰리잖아요. 광고도 뭐가 트렌드다, 하면 그쪽으로 맨파워가 쏠리고요. 저는 오히려 저희만의 색을 갖고 다른 산업, 즉 산업이나 건축,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서 엿볼 수 있는 마케팅 툴이나 유행 칼라 등을 세심히 살펴요. 우리 광고주에게 어떤 색채를 보여줄지 고민하죠. 요즘엔 분야별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나 브런치, 페이스북을 많이 봅니다. 통찰의 힘, 즉 산업 전반의 인사이트를 키우려고 해요.
-광고회사지만 광고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노력에 눈길이 갑니다.
저희 모티브는 광고회사가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광고를 하게 된 사람들이죠. 크리에이티비티를 추구해요. 앞으로 광고가 디지털 바람을 타고 언제 어떻게 확장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광고 외 다양한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해요. 광고 플랫폼 외적으로 사업이나 경영, 인사부분도 마찬가지지요.
-대표로서 임직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계신지 궁금해요
요즘 세대에 어설프게 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제는 선배가 후배에게 ‘이 길로 가라’고 하기보다 그들의 생각을 응원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요. 게다가 요즘엔 많은 분이 멘토나 스피커로 활동하기 때문에 굳이 나까지 나서면 혼란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사내에서도 가급적 업무적인 얘기 외에는 그들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PT나 클라이언트와의 중요한 업무적 결정 정도만 개입해요. 차이는 철저히 자율적인 회사입니다.
사표가 아닌, 출사표를 던지다
-시계를 설립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왜 창업하셨습니까? 너무 단도직입적인가요.
아닙니다. 하하. 어렸을 때부터 사업에 대한 욕심과 꿈이 있었어요. 제 것을 하고 싶었죠. 차이커뮤니케이션 설립 직전에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그렇게 불편할 수 없었어요. 외부에서 봤을 땐 자율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하고… 그리고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단순 반복 업무에 이것저것 취급해야 하는 것이 저와 맞지 않았나봐요. 윗 분 퇴근하지 않으면 아무도 갈 수 없고. 광고장이로서 매번 찍어내는 광고가 아닌, 하나를 하더라도 새롭게 접근해 날카롭게 임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어요. 당시 디지털이 태동하던 시기였고 광고회사도 변화가 요구되던 때였죠. 하지만 디지털 경험자도 전무했고 인재 풀도 적었고, 그러다 마침 ‘내가 해보자’ 마음 먹고 사표가 아닌, 출사표를 2004년에 던졌죠.
-자본금은?
어머님이 2001년에 돌아가시고 독립했어요. 프리마호텔 근처 주택에 반지하 방이 하나 있었어요.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50만원. 그 보증금과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차이를 세웠어요. 거의 1년 동안은 급여를 가져가지 못 했어요. 아마, 당시 회사를 세웠던 대표님 대부분 어려우셨을 거예요. 저도 통장에 50만원 밖에 없어서 직원 급여를 위해 이리저리 뛰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네요.
-차이의 신입사원과 재직자 교육 커리큘럼을 소개 해주신다면요.
커리큘럼 자체는 다양합니다. 그중 한 예로, 매달 콘텐츠어워드를 진행했어요. 자체적으로 좋았던 소셜콘텐츠 등을 모두가 심사해 시상하고 리뷰하는 시간이죠.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 하나도 비대면으로 해야하기에 조금 어렵고 제한적이에요.
-비대면 얘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이지만 경영적으로 조직에 메시지를 전하기 어려워졌다는 곳이 많아요.
맞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로 우리만의 핵심가치를 전달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이게 제일 큰 고민이죠. 12년 전만 해도 저희 직원이 막 100명을 넘었을 때지만 지금은 관계사까지 300명이 넘어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않고도 핵심가치를 어떻게 전달하고 임직원 간 관계에서 녹여낼지 준비하는 것도 올해 제게 주어진 과제네요.
-그런 면에서 ‘차이는 이것 하나만큼은 최고다’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곰곰이 생각하다) 최근 클라이언트 대표님이 이렇게 묻더라고요. ‘차이의 디지털은 무엇이 다른가’하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차이의 디지털은 17년 동안 실행과 실무로 체득한 가치라고요. 저희는 절대 글로, 이론으로 디지털에 접근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최고의 디지털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차이를 경험해봐야 한다고 자부합니다.
-이 질문, 정말 고민했습니다. (조심스레) 결혼 하셨습니까?
(환히 웃으며) 하지 않았습니다.
-(놀란 표정으로) 바빴기 때문인가요?
아뇨. 창업할 때부터 내 청춘을 차이와 함께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이젠 결혼 포기했어요. 결혼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차이에서 다 느꼈어요.
-가수들 보면 ‘음악과 결혼했어요’, 이런 얘기 이제 진부하지 않나요?
저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정말 생각 없어요.
-혹시 결혼하시면 그 순간 온라인판은 수정하겠습니다.
아뇨. 그럴 일 없을 듯합니다(웃음).
-하하.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작년 대비 올해 성장률을 예상한다면 어땠나요?
물론 상황이 쉽지 않지만 기회이기도 해요. 올해 잡은 목표가 있는데 지난해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취급고로 1,75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임직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직원에게 늘 이런 말을 합니다. 차이는 개인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구요. 한 사람의 일방적 주장과 아이디어보다 팀의 동의와 함께 이뤄낸 아이디어가 더 빛을 발하며, 그럴 때 차이의 가치관이 광고주에게 잘 전달된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욕심이 마치 차이 전체의 생각인 듯 외부에 비춰지는 것, 즉 한 사람의 생각이 모두의 생각을 대변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을 매우 우려하고 지양합니다. 그런 가치관이 17년 동안 이어지면서 차이가 클라이언트에게 인정받은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차이는 많은 디지털 영역을 추구하는 곳이기도 하네요.
네. 차이는 퍼포먼스, 브랜딩, 소셜, 모션그래픽, 테크 등의 본부가 있어요. 각각 하나의 스타트업이 모인 셈이죠. 차이에서는 디지털 관련 모든 걸 배울 수 있습니다. 멀리서 배우지 말고 동료들에게도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 디지털 에이전시에 기회이기도 할 듯합니다만.
네. 실제 저희와 거래중인 대다수 클라이언트의 매출이 디지털에서 발생합니다. 이제 마케팅의 중심은 디지털일 수밖에 없어요. 광고집행예산도 2017년 기준 전체 15조원 중 7, 8조원이 디지털 시장으로 넘어왔어요. 그만큼 빨리 실행하고 시장을 리드해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인재상이 궁금하다고 어떤 독자가 제 SNS로 부탁하더라고요.
인내심 있는 사람이요. 물론 오늘 하루하루가 중요하죠. 하지만 성공을 전제로 한다면 ‘미쳐야 한다’고 봐요. 저 역시 광고에 미쳤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인재상이라기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즉 미칠 정도로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영자이기 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최근 리니지 광고에 재미있는 표현이 있었죠.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으로 부르더라고요. 저도 영섭이 형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역사가 짧다 보니 벤치마킹할 롤모델이 많이 없어요. 앞으로 시장도 넓어지고 업의 존재감도 더 커질 상황에서 마주할 선배보다 함께 치열한 경쟁을 이겨온 형 같은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어요.
최영섭 대표는 말미에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를 말을 빌려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어진 기준 안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익숙한 가정과 규칙을 무시할 때 창의성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진정한 차이의 DNA였다.
기자는 여기에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Charles Ives)의 말을 하나 더 보탰다. ‘사람들은 익숙한 소리를 아름다운 소리라 생각하지만 그런 소리야 말로 음악발전에 걸림돌이다’라고. 차이는 차이만의 운율로 디지털 마케팅 파고를 오르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