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질 게 터졌다” UI·UX 디자인 관점으로 본 쿠팡의 다크패턴 논란
쿠팡 사태로 살펴본 다크패턴 디자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조사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쿠팡이 오는 8월부터 월 회비를 8000원 수준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고객들이 탈퇴하고 있는 와중 적절한 가입 해지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공정위가 포착한 것이다.
전자상거래법에선 고객이 청약을 철회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걸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을 상대로 본사 약관 자료 확보 현장 조사를 벌이고, 법 위반을 확인 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많은 눈길이 집중되고 있는 와중, 여러 UI·UX 디자이너는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그동안 UI·UX 디자인 관점서 봤을 때 쿠팡의 멤버십 해지 UX 디자인은 국내 다크패턴 디자인의 대표 예시라 불릴 정도로 문제가 많았고, 최근 쿠팡 멤버십 가격 인상과 맞물리면서 다크패턴 디자인이 결국 화를 불러왔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UI·UX 디자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쿠팡의 멤버십 가입해지 디자인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이번 글에선 쿠팡 다크패턴 논란에 대해 다뤄본다.
📖다크패턴이란?
다크패턴은 2010년 영국의 UX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속이는 유형의 디자인’을 모아 정립한 UI·UX 디자인이다. 당시 그는 다크패턴에 대해 ‘사용자를 속여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UI’라 설명했다. 2024년 현재 공정위는 다크패턴을 ‘사업자가 소비자의 착각과 부주의를 유발해 불필요한 지출을 요구하는 행위 또는 디자인’이라 정의하고 있다.
다크패턴의 대명사 쿠팡
✅ 방해형 다크패턴
실제 쿠팡에선 여러 다크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용자의 과업 달성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피로감을 유발해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공정위는 이런 디자인을 ‘방해형 다크패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방해형 다크패턴은 쿠팡 와우 멤버십 해지에서 쉽게 확인 가능하다.
실제 쿠팡 사용자는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기 위해서 메인 화면 최하단에 위치한 마이쿠팡 버튼을 찾아 마이 페이지로 진입 후, 또다시 최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려 ‘해지하기’ 버튼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해지하기 버튼을 눌러도 곧바로 해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후에도 사용자는 ‘내가 받고 있는 혜택 포기하기’ 버튼을 누르고, 또다시 이동한 화면에서 해지 사유를 골라야 하며, 마지막으로 ‘해지 신청하기’ 버튼을 눌러야 최종적으로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다.
결국 사용자는 해지 버튼만 4번 찾아 여러 페이지를 이동하고, 지속적으로 화면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 버튼의 문구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 유지 버튼에만 색상 강조를 넣어 사용자의 버튼 인식에 혼동을 주기까지 한다.
✅ 편취형 다크패턴
쿠팡의 다크패턴은 멤버십 해지 신청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쿠팡의 결제 화면에선 소비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인터페이스 변화나 작은 조작 등을 통해 비합리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을 유도하는 ‘편취형 다크패턴’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쿠팡은 와우 멤버십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 유저들의 결제 화면에 멤버십 연장 동의를 묻는 ‘와우 멤버십 월회비 변경 동의’ 버튼을 화면 최하단에 배치해두고 있다. 구매 버튼도 일반 구매 버튼이 아닌 ‘멤버십 모두 포기하고 구매하기’라는 문구로 변경돼 있다.
이를 눈여겨 보지 않고 사용자가 무심코 결제 버튼을 누르면, 인상된 가격의 멤버십 가격에 대해 동의하게 된다. 멤버십 가격을 인상할 경우 기존 구독자에게 꼭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전자상거래법에 존재하지만, 사용자가 익숙한 구매 버튼과 구매 확인창을 눈여겨 보지 않는다는 심리적 빈틈을 노려 공략한 것이다.
다크패턴 디자인의 효과는 확실했다. 숨어 있는 월회비 변경 동의 체크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제품 구매 버튼을 눌렀다가 자신도 모른 채 인상된 가격으로 멤버십을 연장한 피해 사용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쿠팡의 와우 멤버십 구독 연장 꼼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은 지난 2020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가격을 인상하던 때 동일한 다크패턴 디자인 수법을 선보인 바 있다.
✅ 오도형 다크패턴
쿠팡의 다크패턴 디자인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쿠팡은 거짓을 알리는 화면과 문장을 내세우거나, 통상적인 기대와 전혀 다르게 화면을 디자인해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오도형 다크패턴’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실제 2020년 와우 멤버십 인상 당시 쿠팡은 해지 신청하는 사용자에게 ‘해지하면 회원전용 혜택이 즉시 사라집니다’ 라는 문구의 안내 창을 표시했다. 하지만 정작 안내와 다르게 막상 해지 버튼을 누르면 멤버십 혜택이 즉시 사라지지 않았다. 해지 신청 시 혜택이 즉시 사라진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해 사용자의 해지 신청을 막은 것이다.
결국 쿠팡은 “멤버십 해지하지 못하게 사용자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며 많은 사용자의 질타를 받은 뒤 화면 문장을 수정했다.
다크패턴의 부작용이 터진 쿠팡
다크패턴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사용자를 속이고 기만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제품 브랜드 및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이용 중단이나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쿠팡은 다년간 다크패턴 디자인을 사용한 만큼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본사 현장 조사 소식 이후 공정위와 여러 언론 매체들에 다크패턴에 피해를 입고 돌아선 쿠팡 사용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UI·UX 디자이너가 디자인 작업물에 다크패턴을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적인 디자인보다 더 높은 클릭률, 도달률, 전환율 등의 단기적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디자이너나 클라이언트가 다크패턴이 가져다주는 단기적인 지표에만 매몰된 채 다크패턴 가지고 오는 손해와 부작용을 외면하고 있다.
문제는 전 세계에서 다크패턴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이러한 다크패턴이 점점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행위가 돼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다크패턴 관련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5일에는 다크패턴을 규제하는 전자상거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유명 명품 판매 플랫폼 ‘발란’이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30만원 대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진행하고, 광고 클릭 시 특정 치수의 제품 1개만 광고 가격을 적용한 채 다른 치수의 제품은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오도형 다크패턴 디자인을 사용하자 직접 제재에 나섰다. 이번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받고 있는 쿠팡 역시 같은 다크패턴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젠 국내 디자인 업계도 바뀌어야 할 때
본지에서 인사이터로 활동 중인 경험 기획자 에딧쓴은 다크패턴에 대해 “일종의 약물 도핑이라 생각한다. 다크패턴의 약발이 끝나면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의 저자인 전주경 UX 라이터는 “사용자는 다크패턴이 나올 때마다 지뢰를 피하듯 쉽게 빠져나간다. 그리곤 서비스를 비웃게 된다”며 다크패턴의 부작용을 강조했다. 결국 이런 디자이너들의 경고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UI·UX 디자인의 대가인 제이콥 닐슨이 설립한 ‘닐슨 노먼 그룹’은 이런 다크패턴 디자인을 ‘사기성 패턴’이라 명칭하고 “UX 실무자들은 이런 사기성 패턴을 지적하고 기업과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하고 윤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국내 UI·UX 디자인 업계도 변혁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