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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브랜드의 다양한 시도

PMX 에이전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럭셔리 시장 소비자의 45%는 MZ세대다. 이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임무는 기존 세대에게 마케팅하던 오래된 방식을 벗어나, 더 창의적인 마케팅 방식에 도전하는 것이 됐다. 특히 MZ세대에게 ‘게임’이라는 형식은 또 다른 SNS고, 그들은 여기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이다. 게임 속 캐릭터를 나의 일부로 생각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게임 속에서의 나를 열심히 꾸미는 세대다. 그래서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를 포함한 여러 럭셔리 브랜드는 게임 속에서의 브랜드 활동을 자주 펼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9년, 루이비통이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를 위한 의상을 디자인한 것이 있다.

게임 속 캐릭터뿐만 아니라 실제 루이비통 컬렉션 룩도 공개한 바 있다. 이 캡슐 컬렉션은 LOL 로고와 챔피언을 모티브로 한 제품으로 출시 1시간 만에 전 제품이 팔려나갔다.

그때 당시 루이비통과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 게임의 콜라보는 새로운 도전이라 여겼는데, 요즘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해 전개하는 브랜드 활동을 보면 여러 콜라보 작업이 ‘혁신’이라 부를만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8월, 버버리는 게임 블랭코스와 협업해 NFT 컬렉션을 공개했다. 블랭코스 블록파티는 게임 스튜디오 Mythical Games가 출시한 MMO 오픈월드 게임이다. 아직 정식으로 론칭하지는 않았지만, 오픈 베타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게임사는 블리자드 헤드 출신인 존 린덴이 만든 회사라 큰 주목을 받고 있고, EOS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구축돼 가상 경제 개념 재현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가상 세계에서 예술, 건축, 탐험, 커뮤니티 등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 안에 블랭코라는 NFT 화폐가 존재해 눈길을 끈다.

*NFT(Non-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하며, 소유권을 가진 사람의 이력들이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최초 발행자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고 위조나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디지털 자산을 상업화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블랭코스와 같은 게임의 매커니즘은 철저히 커뮤니티에 기반한다. 브랜드가 팬을 만들고, 그 팬들이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기에 이미 형성된 커뮤니티에 브랜드가 스며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블랭코스가 처음에 프라이빗 베타를 진행할 때 당시 중요한 핵심 목표는 견고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견고한 커뮤니티라는 것은, 게임을 론칭했을 때 받는 피드백이나 응원 등 다양한 도움을 주는 서포터 그룹을 의미하기도 하고, NFT 경제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핵심 플레이어를 의미하기도 한다. 커뮤니티가 견고해야 더 희귀한 블랑코(블랭코스 내 캐릭터)를 찾는 플레이어가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이템들이 자연스레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블랭코스는 프라이빗 베타 기간에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고 성공적으로 오픈 베타를 시작한 게임이다. 이러한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실제 세상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

플레이어들은 모두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블랭코스 캐릭터를 조합해 사용할 수 있고, 자기가 만든 캐릭터를 마켓에서 재판매도 가능하다.

버버리가 만든 이 상어 캐릭터는 ‘Shark B’라 불리는데, 그동안 버버리가 만든 게임이 모두 B로 시작하고 동물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버버리가 계속해서 가상의 세계관을 동물을 이용해 건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상어는 버버리의 TB 모노그램 컬렉션 의상을 입고 있는데, 그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이 컬렉션의 일환으로 버버리는 제트팩, 암밴드, 신발을 포함한 여러 NFT 악세서리를 출시해 블랭코스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했는데, 몇몇 아이템은 벌써 품절됐다. 가상 세계에서도 이러한 한정판 아이템이 잘 작동한다는 반증이다.

공교롭게 루이비통도 이번 달에 NFT 작품을 선보였다. 루이비통이 창립 200주년을 맞아 모바일 게임 ‘루이: 더 게임’을 출시했는데, 단순한 캐주얼 게임이 아니라 3D 어드벤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루이비통의 마스코트 비비안이 돼 창립자 루이비통의 200년 전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게임의 비주얼과 완성도도 정말 높지만,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구축한 것이 새로운 방식이라고 느꼈다. 물리적인 제품을 만져보지 않아도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매개가 생긴 것이다.

또한 이 게임에는 30개의 NFT 작품이 숨겨져 있다.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마이클 윙클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최근 그의 작품이 789억 원에 낙찰돼 역사상 최고가로 NFT 작품을 판매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구찌는 지난 5월 로블록스와의 협업으로 ‘구찌 가든’을 선보였다. 로블록스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지금까지 5,500만 개가 넘는 게임을 생성했다. 미국 1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게임도 직접 만들고 레고처럼 생긴 캐릭터도 꾸밀 수 있어 전형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구찌는 로블록스에서 ARCHETYPES라는 인터랙티브 전시 공간을 열었다. 이는 실제로 현실에서 열렸던 전시를 모티브로 구현된 가상 전시다. 로블록스 구찌 가든에 들어가면 플레이어는 원래 자신의 아바타에서 벗어나 성별과 나이를 알 수 없는 마네킹이 된다. 이는 인간이 빈 캔버스로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을 상징하며, 공간을 돌아다닐 때마다 마네킹에 개인화된 텍스처와 패턴이 입혀지게 된다.

플레이어들은 이곳에서 구찌 가상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착용할 수 있고, 여정을 마치면 마네킹은 독특한 창조물로 바뀌게 된다. 패션과 예술은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로 여겨졌지만 메타버스, 그리고 이런 가상 공간을 통해 그 간격을 줄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구찌가 의도한 심오한 의미를 플레이어들이 완벽히 이해하고 즐기진 않았겠지만, 가상 세계에서 구찌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고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려고 한 시도 자체가 주목할만 하다.

전시도 전시지만 로블록스 마켓에서는 구찌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로블록스에는 로벅스라는 화폐가 있는데, 플레이어들이 로벅스로 액세서리를 구입한 뒤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는 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구찌를 현실 속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로블록스 내의 가상 브랜드로 알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리모와는 지난 5월, 첫 NFT 컬렉션을 선보였다. 리모와는 1898년에 설립돼 알루미늄 트렁크로 유명한 클래식 브랜드다. 클래식 브랜드가 선보인 색다른 브랜딩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사실 리모와는 예술과 디자인에 큰 관심을 보여왔고 여러 예술가와 협업했기 때문에 이 행보가 리모와의 다음 브랜딩 활동과 결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리모와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럭셔리 여행 브랜드로서 선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리모와는 디자인 스튜디오 NUOVA와 협업해 메타버스의 청사진(Blueprints from Metavers)이라는 제목으로 항공사와 관련된 상징물을 재해석해 만들었다. 항공우주 등급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텔레스코픽 테이블, 리모와 수트케이스에서 모티프를 따온 서빙 카트, 비행기 안의 부드러운 빛을 모방한 플로어 램프, 위성에서 영감받은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있으며 모두 리모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디지털 작품이다.

이렇게 공개된 작품은 NFT 마켓인 Rarible에서 경매됐고, 판매 수익금은 작품 제작자와 비영리 단체에 기부됐다. 리모와는 NFT를 구매하면 기념품으로 실제 제품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 실제 자산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메타버스와 NFT 등 익숙한 듯 새로운 개념이 트렌드다. 새로운 세대라 불리는 Z세대, 알파 세대는 이 가상 세계에서 생활하고, 돈을 벌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국내만 봐도 제페토에서 명품 브랜드 옷을 사서 입을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B Bounce, B Surf 등 게임을 출시하고, Shark B를 통해 가상 세계까지 공략하는 버버리, 자사 앱을 통해 AR 콘텐츠와 게임, 팟캐스트까지 선보이는 구찌,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전달하는 루이비통… 이들은 단순히 새로움과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더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를 확보하는 중이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창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왔다. 명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의 마케팅을 펼쳐오지 않았다. 평범함을 거부해야 생존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럭셔리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가치는 혁신성과 창의성이다. 그들은 예술을 선도하고, 영감을 불어넣으며,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 창출을 위해 이런 디지털 자산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소비자와 연결되고,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고, 그 수단이 지금은 메타버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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