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에 보이는 것들, 일러스트레이터 수현

행복한 기분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수현

불이 켜진 집들을 보며 따뜻한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러다 느낀 행복감에서 영감을 받는다. 작가의 꿈 역시 평온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작품만큼이나 잔잔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졌다. 인터뷰마저 평온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수현이다.

▲COVER. 남이섬

이름. Su hyun Lim
지역. Korea
인스타그램. suhyun_illust
url. www.titta.co.kr/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일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제 이름은 임수현이라고 합니다. 현재 수현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회사에서는 ‘티타(titta)’라는 브랜드를 맡아 작업하고 있어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해서 그림을 늘 가까이 접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일상 속 제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을 표현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두 점 그리다보니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 작품 중에서 윤슬과 나무가 있는 작품들을 제일 좋아해요. 4월호 표지에서는 윤슬과 나무, 석양까지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가득해요. 표지로 선정한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 대표님께서 남이섬을 그려보라고 입사시험처럼 던져주셨어요. 그래서 막연히 ‘내가 가봤던 따뜻하고 긍정적인 느낌이 가득한 남이섬을 그려보자’하고 남이섬 메타세콰이어 길을 그려봤습니다.

작가님 작품을 보면 도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요.

도시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학교 다닐 때 제 작업 주제가 ‘불이 켜진 집들’이었거든요. 하루 일정을 마치고 탄 지하철에서 도시의 불 켜진 집들을 바라보면 그 안에 따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집이나 빌딩, 건물을 많이 그렸어요. 주로 제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Busan

도시 말고도 여러 아름다운 장소를 담은 작품들도 많아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 한 군데만 알려주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산 남포동에 있는 영도대교예요! 특히 영도대교 앞에 큰 백화점이 있는데 백화점 옥상 공원에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영도대교를 통해 사람들이 바다를 건너 도시와 도시를 넘어다니는 모습이 저에게는 너무나 이색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해질녘에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가 마치 하늘에서 쏟아진 은하수처럼 보여서 정말 멋있거든요.

부산에 많이 가봤지만 영도대교는 처음 들어봤어요. 다음에 꼭 가봐야겠어요! 도구에 대한 질문도 드리고 싶은데요. 작가님께서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도구로 그리시는지 궁금해요.

요즘에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색연필이나 물감도 종종 사용해요. 특히 아크릴 물감은 부드럽고 깔끔하게 그려진다는 장점이 있어요. 물감이 마르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아서 바로 다음 단계를 색칠하기에도 좋고요. 특히 조소냐(josonja’s)의 한 톤 다운된 차분한 색감들을 좋아해 아크릴 물감은 그것만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색연필은 사람 손으로 직접 그렸다는 느낌이 들어 매력적이에요.

아이패드로는 어떤 앱을 사용하시나요?

‘어도비 스케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쉽고 편리해요. 어도비 포토샵과 연동해서 쓰기도 좋고그림을 그리고 정리하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어요.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도요. 회사를 다니면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잠깐씩 그림을 그리기에 편리해서 좋아요.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최근에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안개

작가님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저 스스로 저라는 사람을 인식하게 만들어줘요.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제 자아가 약해지는 기분이고 그림을 그리면 자아가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저의 내면을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그림들을 보면 작가님은 참 내면이 단단하고 평온한 분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따뜻하게 느끼셔도 되고 고독하고 외롭게 느끼셔도 되고, 제가 행복한 감정으로 그렸어도 보시는 분들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끼실 것 같아요. 그래도 감히 바라자면 제 그림을 보시고 행복한 마음이 더 배가 되고 힘든 마음은 조금이라도 위로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꽃다발 할아버지

고르기 힘드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꽃다발 할아버지’예요. 저희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그림이기도 하고요. 남자친구와 파리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작은 마을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저 할아버지 굉장히 멋있다”라고 해서 봤더니 노란 바지를 입으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손에 꽃을 한 아름 들고 가시는 거예요. 사실 한국에서 꽃을 들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를 보는 일이 흔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아요. 곱고 온화하게 나이 들고 싶은 제 마음에 와닿은 장면이기도 하고요.

작가님은 최근 프랑스와 두바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떻게 진행된 작품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올해 초 입사가 확정되기 전에 회사에서 진행하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게 됐어요. 1~2월에 예정된 해외 전시 때 파일럿 제품을 론칭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 관련 그림을 그렸죠. 다행히 1월 파리 메종오브제(Maison et Objet), 2월 두바이 출장 때 바이어들이 호평을 했다고 해요. 프랑스 루이뷔통 그룹의 직영 백화점인 ‘봉막셰(Le Bon Marché)’나 아랍에미레이트의 ‘버즈칼리파(Burj Khalifa)’에서 판매가 될 예정이에요. 유럽과 중동 바이어들이 그림을 더 많이 그려 달라고 했다고 들어서 살짝 부담이 되지만 열심히 해봐야죠. 

작가님이 현재 소속된 팬지데이지는 일러스트 기반 비즈니스 회사라고 들었어요. 입사 과정 및 결심이 궁금해요.

작년 4월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부모님께 몇 개월만 쉬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대표님께서 제 인스타그램을 보시고 같이 일해볼 생각 없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사실 정규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하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작가를 존중해 주는 튼튼한 회사임이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건 제 전공을 살리는 것인데, 정말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입사를 결심하게 됐죠.

팬지데이지 소속으로서 작가님의 목표 및 계획은 무엇인가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작가가 되는 거예요! 제가 초반에 회사에서 원하는 그림을 잘 그려내지 못할 때에도 회사에서는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엄청 응원해 주셨거든요. 돈 받고 일하는 회사에서 개인 그림 연습하듯 결과물 없이 그림만 그리는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회사 분들이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서 꼭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회사 그림도 제 그림처럼 마음을 담아 그리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계획이에요.

그렇다면 작가님의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지금의 저희 부모님처럼 화목하고 작은 일에 마음 쓰지 않으며 평온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조금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의 제 역할과 회사에서의 제 역할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덤덤히 잘 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업적인 측면에서는 제가 그리고 싶은 상황들을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그려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재료들과 함께요. 언젠가는 스스로 제 그림을 만족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믿음이 있어요. 그런 날이 오려면 하루하루 성실하게 그려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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