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 Brand

행동하는 소비자를 위해 브랜드가 해야 할 일

태생부터 좋은 취지를 가진 브랜드는 많다. 그 사이에서 그들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 누구나 직접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이 그들의 과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 그런데 이 과제를 술술 풀어내는 기업이 있다. 멀리서부터 눈길을 끄는 브랜드 컬러와 각종 마케팅 활동으로 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기업, 트래쉬버스터즈다.

글. 김수진 기자 soo@ditoday.com
사진. 트래쉬버스터즈 제공

  •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은 활동을 기획하는 것
  • 재사용이 하나의 ‘문화’가 되는 순간
  •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가 올 수 있도록

안녕하세요, 최안나 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트래쉬버스터즈의 공동창업자이자 디자인과 브랜드를 총괄하는 최안나 CBO(Chief Brand Officer)입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에요. 일회용품 대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식기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저희는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습관을 바꾸지 않고도 재사용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분이 ‘일회용품 줄이기’에 즐겁게 동참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하고, 재사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회용 식기 대여 서비스, 왜 시작하셨나요?

축제 현장에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 더미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이 먹고 놀던 자리에는 늘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남아있었고, 즐거움 뒤에는 항상 불편한 마음이 뒤따랐죠. 트래쉬버스터즈 대표이자 공동창업자인 곽재원 님은 축제 기획자로 일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 인식했고, 직접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팀을 구성하게 됐어요. 그래서 브랜딩 디자이너인 저를 비롯해 설치 미술 작가 곽동열 님과 몇몇 팀원이 모여 서울시 청년 창업 지원을 통해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다회용 식기인데 플라스틱 재질이더라고요.  

플라스틱은 종류가 정말 다양해요. 그중 저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PP(폴리프로필렌) 소재에요. PP는 가정이나 식당에서 쓰는 반찬통이나 어린이 용품 등에 사용될 정도로 인체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한 소재(BPA FREE)에요. 또한, 재가공이 용이해 사용 후 훼손된 식기는 따로 모아 분쇄하고, 다시 새로운 제품을 위한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자원을 최대한 버리지 않고 순환하기 위해 선택하게 됐죠.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이 브랜드 취지에 적합한 것 같아요.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축제보다는 배달, 회사 등 비교적 일상생활에서의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를 많이 진행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전보다 개인적인 영역으로 서비스를 진행하실 것 같은데, 제휴나 사업 관련 어떤 계획이 있나요?  

축제와 행사에 초점을 맞춰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행사가 취소되면서 다른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어요. 축제뿐 아니라 카페나 기업, 영화관, 경기장, 장례식장, 배달음식 등 일상 곳곳에서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특히 현재는 기업 사내 카페나 탕비실, 영화관, 그리고 일반 카페를 주력으로 운영 중입니다. 일반 카페의 경우, 테이크아웃 컵까지도 대체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 확장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에요.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셨는데, 기억에 남는 마케팅 활동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온라인 프로젝트로는 창작과 비평 출판사의 독서 클럽과 진행했던 ‘버스팅 미션’이 기억에 남아요. 2,000여 명의 독서 클럽 참여자가 하루에 하나씩 환경을 위해 행동하고, 저희가 제공한 ‘버스팅 캘린더’ 포스터에 한 칸씩 색칠하는 활동이었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이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꽉 채운 포스터 이미지를 SNS에 업로드해 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저희가 말하는 ‘버스팅’에 대한 개념을 더 많이 알리고, 저희 슬로건 ‘It’s not a big deal!’처럼 많은 분이 환경문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 중에서도 하나 말씀해주세요.

▲일상비일상의틈 전시

지난 3월, 강남역 ‘일상비일상의 틈’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주제로 1개월 동안 팝업 전시를 열었어요. 강남역 한복판 쇼윈도에 ‘일회용품 같은 사랑은 하지 마라’는 타이틀을 걸고, 일회용품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이목을 끌었죠. 안에는 저희의 심볼을 오브제한 ‘우리가 잡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설치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방문객들은 직접 다회용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컵을 반납하는 체험을 하거나 알맹상점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등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콘텐츠를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다회용기 사용을 체험하는 소비자

트래쉬버스터즈 자체를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알린 활동이었네요.  

맞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식기 대여 업체가 이런 걸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는 단순히 식기 대여 업체가 아니라 다회용기와 재사용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라는 점이에요. 저희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문화의 힘을 믿거든요. 제로 웨이스트가 일시적인 트렌드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이 트렌드가 잘 유지되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고, 문화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일상비일상의 틈’에서 진행했던 팝업 활동은 오프라인으로 많은 분을 만날 수 없던 시기에 저희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에요.

앞서 말씀하신 활동 외에 오프라인 축제나 인스타그램에서 ‘버스팅 스코어’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업이 매년 성과나 이익을 발표하는 짜릿함을 이 활동에서 느꼈거든요. 환경을 아낀 행동이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버스팅 스코어’는 함께 줄인 일회용품 쓰레기 개수를 누적한 수치를 말해요. 우리가 다회용 식기를 사용한 만큼 일회용 쓰레기를 줄인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버스팅 스코어는 ‘나 하나쯤이야, 내가 안 쓴다고 세상이 바뀌겠어?’하는 무력감과 허무함을 ‘내가 하나만 쓰지 않아도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구나’로 전환해 시각적인 수치를 보여줘요. 환경을 위한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혼자만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공유하고자 만들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환경 문제도 재밌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철학이에요. 다회용컵을 쓸 때마다 게임하듯 스코어 버튼을 누르고 전광판에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직접 보는 것이 재미있는 요소기도 하죠.

직원이 23명으로 늘었어요. 이렇게 빨리 성장하고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확실히 코로나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장기화된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많은 분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죠. 재작년만 해도 다회용기, 제로 웨이스트 같은 단어가 지금처럼 흔치 않았고, 다회용컵을 빌려 쓴다는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뉴스, 각종 매체에서 이런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그만큼 문제의식이 대중화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서도 ESG 경영 전략을 세우는 등 해결을 위한 대안이 필요해요. 어떻게 보면 그 대안 중에 하나인 서비스를 저희가 제공하고 있어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에코백이 여러 개면 더 이상 에코백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던데요. 이처럼 다회용 제품의 목적이 일회용품 비슷하게 전락한 요즘, 트래쉬버스터즈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일회용품이 익숙해진 이유는 저렴한 가격도 있지만, 다른 옵션이 없다는 것과 편리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다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지고, 일회용품처럼 편하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다회용품 사용도 활성화될 거라는 뜻이죠. 카페에 다회용컵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예로 들면, 기존에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던 프로세스와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일회용컵을 쌓아놓고 쓰듯 필요한 양만큼 다회용컵을 주문(대여)해서 사용하면 되고, 손님은 음료를 마신 후에 일회용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처럼 반납함에 넣으면 돼요. 그렇게 모인 컵은 저희가 수거해서 세척하고 다시 카페로 컵을 보내드리죠.

여기서 카페 운영자도, 일반 손님도 일회용컵을 쓰던 때와 달라져야 할 것은 없어요. 그런데 일회용품 쓰레기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죠. 바로 시스템이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불필요한 에코백이나 텀블러를 여러 개 사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다회용기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 시스템에서 개인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시스템을 변화하는 데는 저희 같은 브랜드뿐 아니라 정부, 기업, 개인 모두의 협조가 필요해요. 어쩌면 그 소중한 협조를 하나로 합쳐 시스템과 문화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사용하는 컵만 달라지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거군요. 예전에 곽재원 대표님께서 ‘배달 일회용품 관련해 그린 뉴딜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셨는데, 그린 뉴딜에 대해 자세한 사업 계획이나 꿈꾸는 미래가 있을까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저희가 계속 강조하는 부분은 ‘재사용’이에요. 일회용품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폐기 과정에서도 엄청난 탄소를 배출해요. 이런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곳은 현재 저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 외에도 아주 다양하고, 그 양이 어마어마해요.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이 분야를 ‘재사용’이 기본인 곳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트래쉬버스터즈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요. 다회용이 당연한 일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이제는 브랜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그럼으로써 동참을 추구하는 브랜드 액티비즘이 화두다.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 패턴과 문화, 이것을 사회적 행동으로 이끄는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당신은 어떤 브랜드 액티비티에 주목하는가. <디지털 인사이트>와 함께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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