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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토스·배민이 전하는 폰트의 힘… “네, 폰트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2024 산돌 사이시옷 컨퍼런스 참관기

지난 12일 콘텐츠 크리에이터 플랫폼 기업 산돌이 주최한 ‘2024 산돌 사이시옷: 타입 컨퍼런스’가 서울 강남 슈피겐 HQ에서 진행됐다.

사이시옷 컨퍼런스는 작년부터 산돌이 폰트 업계 역량 강화와 네트워크 구축, 산업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 매년 10월 진행 중에 있는 행사다. 특히 올해는 ‘폰트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주제로 폰트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세션의 연사들의 구성도 화려했다. 이번 사이시옷 컨퍼런스에선 산돌 디자인 스튜디오 뿐만 아니라 토스, 우아한형제들, 인터브랜드, 일상의실천 등 여러 업계 유명 기업들이 참여해 각자 폰트에 관련한 경험, 폰트 디자인의 현황와 미래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

업계 목소리 반영한 폰트를 선보인 산돌

2024 사이시옷 컨퍼런스 첫 세션에서 산돌은 새로운 환경에 따른 새로운 폰트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2024 사이시옷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린 것은 산돌이었다. 이날 산돌은 기획과 리서치 단계부터 함께 했던 ‘일상의 실천’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디자인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폰트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사의 최신 폰트 ‘SD 민부리’의 특징과 개발 과정을 선보였다.

SD 민부리는 지난 10일에 출시된 산돌의 최신 베리어블 폰트다. 사선으로 디자인된 직선 획과 닫힌 곡선에 직선 요소를 가미해 간결하고도 직선적이고 기하적인 디자인을 갖춘 것은 물론, 베리어블 폰트인만큼 사용자가 상황에 맞춰 서체폭, 높이, 기울기, 스타일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산돌의 최신 폰트 SD 민부리는 다양한 화면에 맞춰 조정이 가능한 폰트다(자료=산돌)

산돌은 단순히 신규 출시 폰트 홍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날 산돌은 서체 제작 환경의 발전과 현황, 디자인 업계의 미니멀과 뉴트럴 추구 트렌드 등을 조명하고, 일상의 실천 스튜디오와 함께 기존 폰트 작업들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새로운 베리어블 폰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유빈 산돌 디자인 스튜디오 PD는 “화면 크기가 다양화됨에 따라 폰트 니즈들이 다양해졌다”며 “과거엔 너무 디테일하고 다양한 니즈를 하나의 폰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며 하나의 폰트로도 여러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졌다”고 UI 디자인 환경 변화에 따른 폰트 니즈 변화와 베리어블 폰트의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유빈 PD는 “점점 더 긴 글줄을 테스트해 볼수록 얇은 웨이트의 폰트들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공간이 답답해 보이는 이슈가 발생했다”, “제작이 거의 완료 됐을 때 축이 여러 개인 SD 민부리의 폰트의 고정 값과 스태틱 패밀리를 구성해야 한다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등 제작 과정에 있었던 여러 시행착오와 제작 난항도 공유했다.

SD 민부리 제작 과정에서 적극 협업한 산돌과 일상의 실천(사진=디지털인사이트)

이후 산돌은 여러 차례에 걸친 내부·외부 테스트를 통해 문제들을 해결했다. 대표적으로 베리어블 폰트는 무하한 선택지를 제공해 고정값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대해선 이 PD는 “가장 사용성이 뛰어날 것 같은 속공간축값 6개와 웨이트 9종을 조합해 54개의 스태틱 웨이트를 설정해 내부 테스트를 진행해 스태틱 패밀리 구성에 성공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산돌은 “베리어블 폰트의 경우 기술 자체는 해외에서 나온 지 조금 시간이 지난 기술이다. 하지만 아는 분들이 많이 없는 것은 물론, 활용 방법을 몰라 못 쓰는 사용자도 많다”며 “산돌은 이런 기술들을 점점 더 널리 알리고 싶기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여러 신기술들을 조명해 국내 폰트 산업에 이바지하겠다 밝혔다.

폰트로 세상에 브랜드를 각인시킨 배민

한명수 CCO는 2015년부터 배민과 함께하며 특유의 재치있으면서도 간단 명료한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사진=디지털인사이트)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의 운영사로 유명해 큰 기대를 끌어모은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출간한 서적 <밥 벌어주는 폰트>를 주제로 무료 폰트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킨 자사의 폰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세션을 담당한 우아한형제들 한명수 CCO는 딱딱한 격식보단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한나체부터 글림체까지 여러 무료 폰트 개발·배포를 기반으로 한 배달의 민족의 브랜딩과 마케팅 확장 전략을 공유하며 시종일관 청중을 사로잡았다.

이날 그는 “2015년 직원 수가 겨우 100명 되던 시절, 돈도 없는데 무심하게 사용했던 이상하게 생긴 폰트 때문에 수백만 원의 합의금을 냈다. 그때 차라리 우리가 더 못생긴 폰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해 나 같은 사람이 없게 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하면서 배달의 민족의 첫 무료 폰트 ‘한나체’가 탄생한 배경을 이야기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배민은 다양한 무료 폰트를 통해 세상에 자사 브랜드를 각인시켰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실제 배달의 민족은 한나체 이후 다양한 폰트를 무료로 배포하며 수년 동안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한명수 CCO는 못생긴 폰트를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배달의 민족 무료 폰트들은 단순히 무료라는 점을 뛰어넘어 자유분방하고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명수 CCO는 “누가 우리를 폰트를 쓰든, 심지어 정치 단체에서도 사용해도 괜찮다. 브랜드는 살아움직일 때 더욱 강렬해진다”며 세션 청중에게도 적극 사용을 권장했다.

배민의 폰트 전략은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에서도 빛을 발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특히 한명수 CCO는 ‘무료 폰트 배포가 돈이 되느냐’라는 어려운 질문에 ‘커뮤니케이션 코스트(Communication Cost)’를 꼽으며 폰트가 로고나 캐릭터 없이도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당연히 처음엔 돈이 안된다. 한 10년 동안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그동안 여러분들은 수많은 비난과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 번 이미지가 생성되면 코스트가 크게 감소하고 비용 효율화가 이뤄진다. 그때야말로 폰트가 밥 벌어준다라는 말을 겨우 쓸 수 있다”고 말해 회장에서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무료 폰트 배포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최종적으로 사용자와의 소통 비용을 줄여나간다는 말이었다.

“한 7년을 이어왔죠. 이젠 우리 폰트만 봐도 배달의 민족이 떠올라요. 로고나 캐릭터 광고로 굳이 배민이라고 힘들여 설명하지 않아도 돼죠. 그만큼 폰트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겁니다”

폰트로 세상에 통일된 사용자 경험을 전달한 토스

고현선 리더는 그래픽 디자이너도 그래픽 디자인 팀도 없었던 토스에서 그래픽 디자인 팀을 만들어냈다 (사진=디지털인사이트)

배민에 이어서 단상에 오른 기업은 토스였다. 이날 고현선 토스 그래픽 디자인 팀 리더는 “세상까진 아니지만 토스라는 브랜드엔 확실한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토스의 이모지 폰트 ‘토스페이스’를 소개했다.

이모지 폰트는 문자보단 이모티콘 그림 위주로 구성된 폰트다. 기존 이모티콘 이모지와 다르게 ttf 형식으로 키보드에서 한 자씩 찍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특히 토스페이스는 3600개의 이모지가 포함돼 있다. 현재 토스페이스는 일반 사용자들도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날 고현선 리더가 밝힌 토스의 이모지 폰트 개발 사유는 ‘일관된 시각 사용자 경험(UX)’ 형성이었다. 고 리더는 “같은 이모지가 OS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에서 통일된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브랜드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이모지 폰트를 선택했고, 이를 통해 직관성과 심플리시티를 지키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모지 폰트 없이 디자인 작업했을 때 토스에선 삼성과 애플 기기 OS 설정에 따라 디자인이 서로 달라보이는 문제가 생겼다 (자료=토스)
사용자의 OS 버전에 따라 아예 이모지가 출력되지 않는 문제도 존재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실제 고 리더는 OS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문제의 예시로 애플과 삼성 OS 차이로 인해 디자인이 서로 달라 보이는 현상을 꼽으며 토스페이스 이모지 폰트의 필요성과 사용자 경험 통일 효과를 동시에 강조했다.

사용자가 OS 업데이트를 자주하지 않거나 OS 업데이트가 종료된 기기를 사용할 때 최신 이모지들이 아예 출력되지 않은 문제 역시 토스가 이모지 폰트를 개발해 사용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토스페이스는 토스 UI·UX 디자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실제 토스페이스 이모지 폰트는 토스가 자사 UI·UX 디자인 작업에 적극 활용하면서 ‘기능 중심의 딱딱한 금융’에서 ‘쉽고 편리한 금융’으로 탈바꿈해 편리하면서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많은 사용자의 공감과 유입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평가받았다. 2023년엔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어워드의 2023년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토스는 이모지 폰트에서 그치지 않고 3D 그래픽과 인공지능(AI)로 영역을 넓혔다. 3D 오브젝트로 시각적 임팩트를 더하고, 사내 디자이너들의 작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토스는 토스페이스에 3D와 AI를 접목시켜 토스만의 전용 사내 AI 이미지 생성기 ‘토스트(TOSST)’를 만들었다.

이날 고 리더는 세션 도중 토스트가 이미지를 학습하고 다채로운 고품질의 3D 그래픽 이모지를 생성하는 과정도 선보였다. 소방관 이미지를 제공하고 소방관을 입력하자 토스트는 수많은 복장들을 입은 소방관 그래픽 이모지를 출력했다.

고 리더는 “토스트는 단순히 소방관의 이미지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다. 제공받은 이미지를 학습하고 토스의 시각적 스타일에 맞게 구현한다”며 토스트 AI가 사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음을 강조했다.

세션 막바지 고현선 리더는 AI 시대 디자이너들의 고민에도 답했다. AI가 스스로 생각하며 새로운 그래픽 비주얼을 창출해 내는 상황에 대해 고 리더는 “쉽게 비유하자면 AI가 치킨을 굽는 기계고 디자이너는 치킨집 사장과 같다”며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여전히 디자인 과정의 중심임을 강조했다.

“치킨 굽는 기계가 열심히 레시피에 따라 사람 대신 치킨을 굽는 동안 사장은 이제 새로운 레시피를 연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최근 AI의 습격이라는 말까지 쓸 정도지만 저는 오히려 이걸 더 얼마나 빨리 받아들여서 내가 더 창의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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