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의 말, 아카이브 – ‘경계의 예술, 타투’

‘경계의 예술, 타투’ 전시회에 다녀왔다

‘경계의 예술, 타투’는 ‘TATTIST’가 기록한 한국 타투의 현재다. TATTIST는 한국에서 타투이스트와 타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타투 브랜드다. 전시의 영제는 ‘TATTOO: New Form of Art’. 마치 앞에 그어진 경계를 넘어설 때 우리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언적 메시지를 보는 듯하다. 앞으로 타투는 “합법과 불법, 예술과 비예술의 위태로운 경계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당당한 하나의 문화•예술적 흐름으로 자연스레 자리 잡아 나갈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다.

Instagram. @tattist.exhibiton
Youtube. TATTIST


압축적으로 즐기는 타투 경험

좁지 않은 공간임에도 다양한 이벤트로 촘촘히 채워진 전시다. 먼저 다섯 명의 타투이스트를 담아낸 다섯 개의 공간이 첫 번째 섹션 ‘Tattoo Artist’를 구성한다. 다음으로 국내 타투이스트들의 페이퍼 도안 작품과 함께 보편적인 작업 공간을 구현해 보여주는 ‘Tattoo Archiving’, 타투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Tattooist Said’ 섹션이 있다. 또 비주얼 아트 크루 ‘SP9(@sp9_crew)’, ‘308 Art Crew(@308_official)’의 작업을 전시하는 ‘Tattoo_themed Art’까지. 섹션은 4개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저마다 완결성을 가지기 때문에 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따로 또 같이, ‘Tattoo Artist’

‘경계의 예술, 타투’는 “국내 타투 씬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기여하고자 기획됐다”라며 분명하게 목적을 밝힌다. 타투가 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그에 따라 합법화 여론이 생겨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탄탄한 짜임새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특히 ‘Tattoo Artist’ 섹션의 공간들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배치돼 있는데, 타투이스트 정체성을 공간에 나타낸다는 방법론적 공통점을 제외하면 각각이 개별 전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개성 강한 타투이스트와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살린 기획이 저마다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결과다.

타투이스트 쿠바 @kuba_tattooist

전시장에 들어서면 쿠바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조도가 낮으며, 흰 색 바닥과 벽을 검은 선들로 촘촘히 채워진 곳이다. 중앙에는 검은 선들의 근원처럼 보이는 구체가 놓여져 있는데 쿠바는 이를 가리켜 ‘피부에 들어가기 직전의 시작점, 점과 함께 시작되는 타투’라고 설명한다. 구체 위에는 쿠바의 도안이 작업된 석고상이 놓여 있다. 마치 공간에서 느껴지는 그의 정체성을 압축해 담은 결정체처럼 느껴진다.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타투이스트 실로 @tattooist_silo

다음 공간은 실로의 공간이다.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앞쪽과 대비된다. 실로는 자연물을 투명하고 맑은 색채로 다룬다. 땅에서 자란 식물이 땅에서 시드는 것처럼, 타투 역시 누군가의 피부에서 피어나고 그의 죽음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다. 실로의 공간에는 이러한 순환이 구현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석고상의 찌그러진 거울과 나가기 직전 마주하는 정상적인 거울은 타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떠올리게 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타투이스트 설원 @1seol1_talisman

세 번째는 설원의 공간이다. 고대 문자 또는 부적으로 쓰인 문자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타투이스트다. 토벽을 떠올리게 하는 벽면과 바닥에 나무 오브제를 활용해 그 느낌을 살렸다. 각각의 공간에서는 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중 설원의 공간에서 나오는 배경음악이 공간을 채우는 요소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능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보다 귀를 좀 더 열어두면 설원의 작업을 감상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듯하다.

타투이스트 깉비 @git__b

네 번째는 깉비의 공간이다. 깉비는 선과 면, 오브제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그야말로 차원을 넘나든다. 피부라는 평면 위에서 이뤄지는 타투지만 섬세한 구도와 배치, 깊이감 있는 색채와 질감으로 입체감을 부여한다. 공간 역시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매번 달라지는 작품을 보길 권한다. “평면의 틀을 벗어난 그녀의 타투처럼 우리도 고정된 시선의 틀을 깰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타투이스트 조울 @_jo_ul_

마지막은 타투이스트 조울의 공간이다. 언뜻 보면 ‘어린 애들 낙서 아냐?’라는 생각이 들 법한 그림이다. 정답이다. “익숙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어린 아이가 그린 듯 위트 있는 감성으로 표현”하는 게 조울의 작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설명문 영역까지 침범한 캐릭터는 그 자체로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 UV잉크를 쓴 작품이 조명에 반응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해 재미를 주고 있다.


타투 문화 아카이빙의 효시

다섯 타투이스트의 공간을 지나고 나면 타투가 서 있는 경계를 넘어 타투의 세계로 진입했다는 느낌이 든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도안을 하나씩 뜯어보며 그림이나 포스터처럼 감상하거나 이것이 피부에 작업됐을 때를 상상해본다. SP9과 308 Art Crew의 작업은 타투라는 예술을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타투 작업 공간 또한 섬세하게 재현해놓았다.

이처럼 전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준비된 영상도 함께 보면 좋다. 이들의 이야기를 더 꼼꼼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 한국 타투 문화를 아카이빙해야 한다면 이번 전시가 좋은 효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2019. 11. 08 ~ 2020. 04. 08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7 인사1길 코트(KOTE) 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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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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