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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제4화-베껴라, 더 대담하게 베껴야 중급이 된다

베껴라, 더 대담하게 베껴야 중급이 된다.

거울 앞의 소녀 – 파벌로 피카소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창의성의 아이콘이랄 수 있는 피카소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이 말을 피카소가 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많은 시인과 미술가, 작곡가들이 반복해 이야기했고, 특히 UX 분야에서 혁신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가 이 말을 인용(1988)했다는 것을 보면 의미를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디자이너들 아니, 모든 창작자들이 표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가운데 예술의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된 사람들 혹은 놀라운 혁신가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신선하면서도 놀랍다. 그들이 이야기한 ‘Steal’은 무슨 의미일까?

디자이너도 초급에서 중급으로 넘어가면서 같은 상황에 직면할 때가 많다. 지난주에도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하면서 우리 디자이너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그 기능은 A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이렇게 만들어도 될까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1. 왜 베끼면 안 되는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것을 분명히 해야겠다. 우리는 창작자로서의 윤리를 지켜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애써서 생각해 낸 것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베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나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도 지킬 수 없다.

디자인 회사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쓴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다른 사람 혹은 다른 회사가 디자인한 것과 매우 유사한 것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모르고 그랬다면 사과하고 회수해야 하고, 알고 그랬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표절에 관해 디자이너와 디자인 회사는 엄격한 자기규정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1. 학습과 모방

그러나 초보자 혹은 입문자가 무언가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모방을 통해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든 어떤 분야의 것을 디자인해보려면, 학생의 입장에서는 우선 가장 잘 만든 것을 모아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화면 기획이든, 시각 디자인이든 남들이 잘 만든 것을 유심히 보면 그 가운데서 배울 게 많은 건 당연하다.

단순히 유심히 보는 것 보다, 그 요소를 하나하나 분석해 보고, 자기 스스로 모방해 그려 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원래 베끼려는 대상을 보고 그대로 그리면 안 되고, 대상을 잊은 채 스스로 그려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사례 학습 말고, 초보자들이 학습할 수 있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많은 사람이 고민을 거듭해 다른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꼼꼼히 학습해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특히 각 가이드라인은 그 가이드라인이 나온 시대적인 배경이 있는데,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 또한 누군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라 하는 것이기에 모방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와 같은 에이전시에서 3~4명이 함께 작업하면서 선임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라 하며 나머지를 완성하는 것 역시 모방을 통한 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1. Paraphrasing과Plagiarism

이러한 학습 방법을 영어로 표현하면 Paraphrasing(패러프레이징, 바꿔 말하기)이라고 한다.

매우 좋은 문장이 있다면 그걸 그대로 베껴 쓰기보다는 그 문장의 내용을 잘 기억한 다음, 자기 생각으로 바꿔 (결국 논지나 표현의 일부는 비슷하겠으나) 써 보는 것이다. (Paraphrasing의 장) 혹은 대화에서 상대방이 한 말을 내가 이해한 대로 즉, 내 언어로 다시 표현해 물어보는 것도 ‘패러프레이징’이라고 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봤다면, 그걸 그대로 보면서 따라 그리거나 기억이 선명할 때 그리지 말고 어렴풋이 좋았던 기억 정도만 남았을 때 그것을 따라 그려 보는 거다.

이렇게 하면 대체로 핵심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자기만의 느낌이 나오는 문장이나 디자인이 나오게 된다.

미국 유학 시절, 미국 학교들은 보고서나 작품에서의 표절(Plagiarism)을 매우 심각하게 다루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Paraphrasing을 가르쳐 줬고, 그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1. 자기만의 개성 만들기

이렇게 초보 딱지를 떼고 나면, 자신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진다.

Paraphrasing을 넘어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했고, 많은 사람이 동의하듯 ‘창의성’이란 어디선가 엉뚱한 것을 갑자기 생각해 내는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창의성은 합리적인 문제 해결에 가깝다. 그럼에도 창의적이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그 문제 해결을 극한 대까지 밀어붙여서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정해 놓은 선을 살짝 넘은 것에 불과하다.

UX에서 ‘로그인’이란 절차에 따라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데, 그걸 피하기 위해 몇 달을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새로운 방법이란 대개 전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로그인을 끝까지 미뤄 맨 마지막에 하도록 하거나, 장치 아이디나 브라우저 아이디 같은 다른 개인확인 정보로 마치 로그인된 것처럼 구현해 회원 가입을 없애 버리는 것. 또는, 어떤 안전장치를 만들어 한 번 로그인하면 절대 다시는 로그인할 필요 없는 방법을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 자체로 매우 독창적인 해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그러한 철학을 모든 인터페이스에 적용하면 자기만의 혹은, 그 서비스만의 독특한 독창성이나 개성이 생기게 된다.

아마존은 한 번 로그인하면 대개 모든 서비스를 다시 로그인할 필요 없이 사용자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맨 마지막에 결제하려는 순간에만 다시 물어본다. 페이스북은 내 브라우저에서 몇 년째 로그인돼 있어도 안전에 의심이 없다. 이런 부분들은 각 회사의 사용자 경험에서 독창성을 만든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혀 다른 점을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대개 어떤 다른 분야나 다른 상황과 산업에서 사용되던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한 곳으로 가져와 사용하는 거다. 예를 들어 많은 사진을 펼쳐 놓고 찾는 경험을 음악 앱에서 앨범 커버를 찾는 인터페이스로 가져온다든지, 웹이나 PC에서만 사용 가능하던 것을 모바일로 가져오는 것이다.

실제로 pxd에서 2000년대 중반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때 당시 핸드폰 성능이 좋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음성 통화에서 데이터 사용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래서 PC에서 사용하던 몇 가지 컨트롤을 도입해 설계하자 함께 참여하던 개발자들이 우리한테 ‘너무 모바일을 모른다’라고 무시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 개발자분들이 디자인을 존중해 구현해준 결과 모바일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참신하고 새로운 UX가 나왔다. 단지 PC로부터 베끼기만 했는데도 말이다.

모바일 mMessenger를 만들 때도 그랬다. 당시 대부분의 컨설팅 회사들은 이동통신사에게 기존 유선 메신저(msn, AOL, ICQ, nate 메신저 등)를 빨리 모바일로 포팅하라고 권유했지만, pxd는 사용자 연구를 통해 모바일 네이티브 메신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전략을 바꿨고 우리가 새로 만든 메신저 일부는 PC에서, 일부는 모바일에서, 또 일부는 SMS에서 베껴 온 기능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자의 ‘불편’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유리한 부분을 선별해 베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메신저를 써 본 사람들은 어디선가 베낀 것들의 잡탕이라는 느낌보다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메시징 경험을 해 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자기만의 독창성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 즉, 문제를 극한까지 밀고 가는 것과 서로 다른 점을 연결하는 것 모두 스티브 잡스가 자주 하는 말일뿐더러 애플 UX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례다.

  1. 베껴라, 더 대담하게 베껴야 중급이 된다.

이제 위에 처음 이야기했던 피카소 이야기로 돌아갈 때가 됐다.

자기 나름의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상하게도 다른 경쟁사 혹은 남이 한 것을 보고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긴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sts steal.

여기서 Copy와 Steal의 차이는 ‘나’라는 주체가 담겨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것이다. 정말 문제의 핵심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베껴올 만한 것을 봤다면 냉큼 베껴야 한다. 누가 봐도 뻔한 것을, 베낄만한 것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점을 연결하듯이 완전히 다른 상황, 다른 산업에 있던 것을 과감히 가져오면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다시 한 번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져 오면서, 그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 가져 오는 거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가져온 것이 어울리지 않고 잡탕이 되는 것이 아닌, 아주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듯 정말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애플 제품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애플처럼 해 주세요’라고 주문하고, 또 실제로 어떤 회사들은 열심히 애플 제품을 베낀다. 그런데도 왜 같은 느낌이 나지 않을까? 대개 애플이 왜 그렇게 했는지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베끼거나, 전체 철학을 베끼고 따라 하는 대신 아주 일부분만을 맥락 없이 베끼기 때문일 거다. 이렇게 베끼는 사람들의 문제는 근본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차이지만 핵심적인 것을 놓치거나, 깊은 고민 끝에 뺀 기능을 자랑스럽게 넣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애플이 제공하는 것이 다-되고, 추가로 이것도 된다!’라면서 자랑스러워하지만, 사실 애플을 애플답게 만든 건 바로 그것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점일 경우가 많다.

만약 이제 본인이 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어디선가 무엇을 가져와도 내 철학 안에서 그것을 녹여 완성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면, 더 이상 초급처럼 다른 것을 가져오는 것을 겁내지 말고, 다른 서비스에서 잘 된 부분을 과감하게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전제가 이루어졌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서 베껴왔는지도 모를 것이다. 혹은 알더라도, 거기서 베껴 왔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혹은 그렇게 베껴 온 것이 이 서비스와 찰떡처럼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

그래서

베껴라, 더욱 대담하게 베껴야 중급이 된다.

출처: http://story.pxd.co.kr/1089 [pxd UX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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