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여성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들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Know-how, UI & UX

주체적인 여성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들

최근 여성 전용 제품, 혹은 여성을 타깃으로 확장하는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성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시도를 다양하게 이뤄내 많은 여성이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브랜드를 주목하고 있다. 그중 회사의 비전과 메시지, 디자인 모두 5년 이상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여성에게 영감을 줬던 브랜드를 소개한다.

1. 여성 제모용품 브랜드, 빌리(billie)

가수 ‘두아리파’가 겨드랑이 털을 미는 사진을 앨범 커버로 쓰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떠올려보자. 여성에게 털은 깨끗하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곤 했다. 항상 민망하고 부끄러운 존재였다. 빌리는 이러한 인식을 허물기 위해 몸과 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사랑하자고 말한다. 여러 제모용품과 바디로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빌리의 웹사이트 및 SNS를 살펴보면 비비드한 컬러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이미지는 면도기인데, 고급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장난감 같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특히 인스타그램 게시물 모두 비비드한 색감과 반짝이는 이미지로 빌리만의 톤앤매너를 갖췄는데, 이는 빌리가 추구하는 장난스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한다. 90년대 레트로 감성이 담긴 색감과 재질, 사진이 매력적이다.

#프로젝트바디헤어(ProjectBodyHair)

제모용품 광고를 떠올려보면 털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깔끔하게 털이 제거된 매끈한 피부를 보여주며 있는 그대로의 털을 터부시한다. 빌리는 ‘프로젝트바디헤어’로 전 세계 여성들의 털 사진을 수집했고, 제품 화보에서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털을 보여줬다. 피부색과 털, 생김새 모두 다양해 털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는데 모든 사진은 무료 이미지 사이트 ‘Unsplash’에 기증됐다. 무료 이미지라는 점을 통해 사람들이 자주 찾고 마음껏 쓸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다. 이는 털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도였다. 디지털 시대에 딱 맞는 똑똑한 캠페인이었다.

90년대 레트로 감성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왜 하필 90년대 감성일까? 맥락 없는 뉴트로 감성이 아닌 이유 있는 레트로 디자인이라 의미 있게 느껴지는데, 이 브랜드의 주 고객이 페미니즘에 관심 있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난감과 그 시대의 액세서리를 사용함으로써 면도기에 대한 접근을 가볍고 즐겁게 만든다.

My Billie

빌리는 현재 면도 용품을 넘어 뷰티 브랜드로 확장해가고 있다. 초기 빌리에 대한 소개 글 중 ‘Female-first shave’ 슬로건과 ‘Shaving is a choice— it’s your hair and no one should tell you what to do with it.’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강조하는 브랜드며 웹사이트 도메인 주소 또한 ‘mybillie.com’이다. 글자마다 컬러가 다른 센스와 제품을 선택할 때 심리테스트처럼 구성한 점에서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이 느껴진다.

2. 생리팬티의 선구자, 띵스(THINX)

최근 4~5년 간 면 팬티, 노 와이어브라, 브라렛 등 편안한 속옷 브랜드가 대거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노브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한 반발, 여러 방면으로 펼쳐진 페미니즘 운동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생리대와 탐폰 등을 대체하는 생리팬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띵스는 여성의 생리와 생리혈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타파하고 편안한 생리주기를 위한 제품을 만든다. 또한 생리에 대한 교육, 이벤트를 열고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진

띵스의 초기 화보는 다양한 모델을 섭외해 색다른 피부색 조합을 보여주고,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섹시하거나 귀여운 여성을 내세운 기존 속옷 광고와는 전혀 달랐다. 상대방에게 예뻐 보이기 위한 속옷이 아니라 여성 자신을 위한 편안한 속옷임을 뚜렷하게 보여줬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봐도 세련된 작업물이다.

오브제로 낯설게 하기

2015년 띵스를 가장 크게 각인시킨 이미지는 ‘자몽’이었다. 여성의 성기를 자몽으로 표현한 것인데 색다른 효과나 인위성 없이 오브제 하나만으로 시선을 끈다. 자몽은 지속적으로 띵스의 모티프로 자리하며 현재는 제품 이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초창기 띵스 화보
▲현재의 띵스 화보

또한, 초기에는 과일 외에도 섹스토이, 탐폰, 계란 등을 메인 오브제로 활용해 눈을 떼기 어려운 사진으로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주인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것, 금기됐던 것을 주제로 찍은 사진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성들을 응원하는 격언들 

띵스의 SNS에는 페미니즘 학자, 페미니스트 셀럽의 메시지를 미니멀한 일러스트와 함께 게재하고 있다. 중채도, 중명도의 색감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구구절절 영감을 주는 글로 여성 스스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용기를 북돋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홍보

띵스는 초반에 자체 점포를 갖고 있지 않았다. 여성 운전수가 트럭을 몰며 찾아가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는데, 그 제목은 ‘Fearless Bleeding’이었다. ‘겁 없이 피 흘리자’는 의미로, 생리에 대한 쿨하고 단호한 메시지였다.

여성에게 생리란 어떤 의미인가? 조금만 미뤄져도 불안하고, 수면을 취할 땐 걱정되고 짜증나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 의미를 타파하고자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말고 걱정 없이 피를 흘리자는 메시지다. Fearless Bleeding 투어를 통해 띵스는 여성의 몸과 생리, 관련 용품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진행했다. 더불어 사용하지 않은 생리 용품을 기부할 수 있어 용품이 없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생리전증후군을 의미하는 ‘PMS(Premenstrual syndrome)’를 ‘Period Management Service’로 바꾼 언어유희도 재치 있다.

여성을 위한 교육

여성 중에는 생각보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를 위해 띵스는 청소년을 위한 Thinx(btwn), 중장년을 위한 Thinx speax 등 더 확장된 브랜드를 운영해 나이대에 맞는 교육 자료를 마련했다. 생리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신체적 현상과 성관계, 여성 질병에 대해서도 꼼꼼히 블로그에서 다루고 있다.

Thinx의 웹사이트 주소는 초기에 ‘hellothinx.com’이었는데 지금은 SNS 계정을 포함해 모두 ‘shethinx.com’으로 변경했다. 웹 주소로 여성의 주체성을 담으려는 시도가 인상적이고 그들이 제시하는 메시지와 비주얼 아이덴티티, 사진, 홍보 방식과 오프라인 이벤트가 일관돼 더욱더 매력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3. 독보적인 여성 스트릿 브랜드, 미스치프(Mischief)

강하고 멋있는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는 브랜드인 미스치프는 서지은, 정지윤 두 명의 여성 디렉터가 만든 브랜드다. 그들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여성을 위해 만든 최초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다양한 여성성 제시

스트릿 패션을 포함한 서브컬쳐는 날 것의 ‘소년’을 담은 모습이 항상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여성을 위한 스트릿 패션은 뭘까? 남자 옷을 그대로 입는다고 스트릿 패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스치프는 아름다운 여성이 아닌 쿨하고 멋있는 여성을 보여준다. 강렬하면서 자연스럽고, 날 것인 모습을 세련되게 보여준다. 보편화된 여성의 관념을 과감하게 부수는 이미지를 활용해 그들만의 색으로 기존과 다른 여성상을 표현해낸다. 미스치프는 매 시즌마다 거의 완판을 기록하며 밀레니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했다.

재해석한 한국 로컬 & 시스터후드(Sisterhood)

미스치프는 한국 여성에 대한 현재의 시각을 보여준다. 가장 한국적인 타이포그래피인 거리의 표지판, 옻칠된 장농,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화보를 찍으며 묘하게 촌스러우면서 날 것의 느낌을 낸다. 경계를 넘나들며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유스 컬처와 부합한다.

당연히 여성 브랜드라는 이유 때문에 모델도 여성뿐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미스치프는 여성의 다채로운 모습, 여성의 연대와 시스터후드를 강조한다. 강한 여성들이 모여 파워풀하면서 절제된 이미지를 구성한다. 형태나 색감에 있어서도 과감한 옷들을 선보이는데, 가장 큰 특징은 볼드한 타이포그래피다. 미스치프 로고 하나만 박아도 아주 강렬한데 이것 역시 군더더기 없는 미스치프의 멋을 보여준다. 이러한 멋 때문인지 미스치프는 스트릿 브랜드의 행사에서 매번 빠지지 않는다. 반스, 포터, 베르디, 나이키, 카시오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이름 뜻 그대로, 장난스러운 귀여움

미스치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티커 몇 장 정도는 모으고 있을 것이다. ‘Mischief’라는 단어는 아이들의 장난이라는 뜻인데, 미스치프만의 키치함과 장난기, 날 것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굿즈로 간결하게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선명하고 단순한 비주얼도 브랜드명에 걸맞다.

시즌 론칭의 새로운 방식

2018FW의 경우 한 달 넘게 매주 파티를 했다. 지금이라면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인지라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없었겠지만, 당시 여러 클럽에서 론칭 파티를 열었다. 미스치프와 같은 이미지를 가진 DJ와 아티스트와 함께 미스치프의 문화를 향유하는 이벤트를 구성한 것. 라이브 룩북, 셀럽과의 콜라보 등을 보여주며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딩이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진정성 있게 실질적인 감동을 주는 브랜드를 찾기는 어렵다. 하나의 브랜드를 위한 비주얼, 제품, 온·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매력적인 브랜드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듯하다.

사진 출처

mischief 홈페이지
thinx 홈페이지 / thinx 인스타그램
billie 홈페이지 / billie 인스타그램 

Author

Comments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콘텐츠는 저작권법 제7조 규정된 단서조항을 제외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입니다. 본 기사를 개인블로그 및 홈페이지, 카페 등에 게재(링크)를 원하시는 분은 반드시 기사의 출처(로고)를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출처 없이 본 기사를 재편집해 올린 해당 미디어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절차(지적재산권법)에 따라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