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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브랜드가 역사를 변주하는 방법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긴 브랜드는 극소수다. 잘나가던 브랜드가 금세 사라지고, 빛을 보기도 전에 시들어버린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브랜드 생태계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초국적 브랜드들이 있다. 이들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처럼 빛이 난다. 루이비통, 애플, 나이키가 몇 십 년 간 지켜온 그들의 정체성을 각인시킨 방법, 새로운 팬들과 그들의 유산을 기념하는 방법에 대해 나눠보려 한다.

➊ 나이키 50주년, 도전의 역사를 회고하다

올해 나이키는 50주년을 맞아 ‘Never Done(끝없는 우리의 도전)’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도전’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가 있을까. 하나의 심상을 꾸준하고 강력하게 유지하는 최고의 브랜드다. 50주년 기념 영상엔 과거 에어 조던 광고의 주역이었던 Blackmon이 나와 젊은 세대 여성과 체스를 둔다. 구세대와 신세대로 대표되는 이 둘은, 서로가 알고 있는 최고의 스포츠 순간을 말하며 대결한다. 나이키가 후원해온 수많은 운동선수, 전설과도 같았던 40여 개의 명장면이 지나간다. 영광스러운 모든 역사의 순간에도, 새롭게 뜨고 있는 운동선수의 현재에도 나이키가 있다.

Never Done 캠페인 영상(출처. 나이키 유튜브)

둘은 서로 싸우듯이 대화하다 결국 ‘모든 것의 공통점은 바로 신발이지!’라고 외치며 끝나는데, 과거와 현재를 제품으로 연결한 듯한 인상을 준다. 나이키의 브랜드 비전은 이 세상의 모든 운동 선수에게 영감과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신체가 있는 모두를 운동선수라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 선수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이번 광고가 일관되고,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나이키 아카이브 팀은 스우시의 역사, 에어와 와플의 역사, 첫 광고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여성 마라토너 조앤 베노잇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40년 전까지 여성들은 신체적으로 약하다는 이유로 1,500m 이상 달리는 것이 금지됐다.

나이키 로고 ‘스우시’

나이키의 지원과 베노잇의 노력으로 1984년 LA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여성 마라톤 종목이 추가됐다. 당시에 베노잇이 신었던 나이키 커스텀 러닝화를 보여주는데, 나이키가 한결같이 모두의 ‘도전’을 응원했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는다. 영상, 아티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나이키 로고 ‘스우시’를 직접 그리고, 내게 주는 의미와 나만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나만의 스우시 만들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뉴트로가 유행인 만큼 50년 전 나이키의 디자인은 지금봐도 세련됐다. 나이키는 70년대 스포츠웨어를 재해석해 바람막이, 와플, 에어, 티셔츠 등 주요 제품이 포함된 써카72 컬렉션을 출시했다. NRC(Nike Running Club) 앱에서는 500K를 달리면 추첨을 통해 50만원을 주는 ‘Breaking Barriers 챌린지’가 진행된다.

더불어 미국 LA에서는 Nike Future 50 For Her 이벤트가 열렸다. 이곳에서 나이키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스포츠를 재정의하고, 여성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이 캠페인은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온 팬들을 인정해 주고,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너무 힙하게 해석해도 안되고, 너무 친절한 역사 선생님이 돼서도 안된다. 나이키는 적당한 균형을 지키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것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➋ 루이비통 200주년, 그리고 200개의 캐리어

2021년은 창립자 루이비통 탄생 200주년을 맞은 해였다. 하반기 내내 ‘루이200’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루이비통은 1821년 프랑스 쥐라 산맥의 작은 마을 앙쉐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의 트렁크 제작자 로맹 마레샬의 견습 생활을 거쳐, 1854년 파리 방돔 광장에 매장을 열었다. 그는 현대적인 의미의 트렁크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루이비통은 오랜 역사를 재해석해 3D 어드벤쳐 게임 <루이: 더 게임>을 제작했다. 플레이어는 루이비통의 마스코드 ‘비비안’이 돼 루이 비통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200개의 촛불을 수집한다. 컨트롤러와 UI 요소도 루이비통 패턴으로 이뤄져 있었고, 촛불을 모았을 때 루이비통 패턴이 빛을 내며 터진다. 건물에 곳곳에 입혀진 문양이나 도시의 환경도 모두 패턴의 변주로 구성됐다. 루이비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음악, 비주얼, 게임 내 환경을 통해 감각적으로 루이비통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앞서 나이키가 그들의 역사를 아티클과 영상으로 보여준 것처럼, 루이비통도 지난 200년의 역사를 지루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아이템과 엽서를 획득하는 것으로 그들의 역사를 흥미롭게 전파한다. 명품 브랜드라고 해서 고상하게만 표현한 것도 아니다. 그들의 모노그램 패턴을 캐릭터로 만들어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커스텀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가장 인상적인 프로젝트는 쇼윈도 아트였다.

1850년대에 루이비통이 발명한 트렁크를 200명의 아티스트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해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에 설치된 것이다. 스케이트 보더, 패럴림픽 수영선수, 식물학자, 항공 엔지니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디자인 했고, 국내에선 방탄소년단이 참여했다. 레고와 협업해 만든 작품에선 16살에 집을 나와 트렁크 제작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루이에게 영감을 받아 아이들과 함께 레고로 케이크를 제작했다. 어린 세대 창의성을 담은 사랑스러운 작업이다.

루이비통과 레고의 컬래버레이션

그 외에도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터랙티브 웹사이트를 제작했고, 루이비통의 생애를 소설로 만들어 낭독하는 이벤트를 진행, 전 세계 13개국에 걸친 비영리단체 200곳에 1만 유로씩 기부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쳤다.

역사가 긴 브랜드들은 오히려 그들이 가진 브랜드 자산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루이비통은 간결하고 강력하게 그들의 유산인 ‘트렁크’를 각인시켰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지만 다양한 인플루언서와 매력적인 상상을 펼치며 새로움까지 보여줬다. NFT를 결합한 3D 어드벤처 게임을 만든 것에선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 게임 또한 현재 200만 다운로드를 넘겼으니 전반적으로 성공을 거둔 셈.

➌ 애플 45주년, 역사를 담은 사운드를 만들다

2021년 10월 애플 이벤트는 애플 창립 45주년을 기념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차고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오래된 아이맥을 켠다. 그는 애플 제품의 사운드를 실제로 녹음해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홈팟이 켜지는 사운드, 에어팟 케이스를 열고 닫을 때의 사운드, 키패드 클릭음, 아이팟 휠을 돌리는 사운드, 맥북의 부팅 사운드, 메시지 수신음 등 총 21개의 제품 사운드가 차곡차곡 쌓여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애플 창립 45주년 영상 (출처. 애플 유튜브)

영국의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A.G Cook에게 애플 제품의 아이코닉한 사운드를 모아 곡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결과물이다. 애플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이라면 내가 매일 같이 듣던 모든 사운드가 켜켜이 쌓이면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이 영상에서 전율을 느끼게 된다. 맥 부팅 사운드가 웅장하게 울리면서 시작해, 아련하게 퍼지며 끝나는 구성에선 깔끔한 수미상관을 이룬다. 1분 42초짜리 영상으로 애플 제품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게 만든다. 부팅 사운드를 Startup Sound라 부르는데, 이 영상의 제목도 이며 애플 이벤트의 시작으
로 배치했다.

영상 내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램은 애플의 음악 제작 프로그램 Logic Pro이고, 촬영지는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이 애플을 창업했던 실제 차고이다. 애플 팬들이 영상내 모든 요소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정확히 설계된 느낌이다. 브랜드의 모든 유산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아서 전달한다. 애플은 평소에 시리즈물을 잘 만든다. ‘창작자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돕는 도구’로 오랜 시간 포지셔닝 해온 만큼 Behind the Mac 시리즈에선 맥 뒤에서 치열하게 창작해온 사람들을 조명한다.

2018년에 시작된 이 시리즈는 올해 스타워즈 사운드를 만드는 에피소드를 공개했고, Greatness편에선 레이디 가가, 빌리 아일리쉬, 켄드릭 라마 등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조명했다. 작년 3월, 여성의 날엔 비욘세의 를 배경음악으로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 Malala Yousafza를 조명한 영상을 공개했다. 세상에 일어나는 혁신적인 순간은 맥 뒤에서 일어난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5년째 변주해오고 있는 것이다.

<Behind the Mac> 시리즈

광고 ‘Under Dog’ 시리즈에선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벌써 3번째 시리즈가 나왔는데, 이 영상에선 애플 기기를 사용하며 팀원들과 일하는 단순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들의 순수한 의지와 끈끈한 동료애는 많은 직장인에게 공감을 이끌어 냈다. 줄곧 시대상도 반영하는데 작년엔 Work from Home으로 코로나 상황을 담았고, 올해엔 Escape frome the Office로 자아실현과 퇴사가 주된 소재다.

광고 <Under Dog> 시리즈

함께 나이 드는 브랜드가 있다. 내 인생, 내 경험이 온전히 담겨 완전히 각인되는 브랜드들. 그들은 고유한 본질을 유지하면서 과하지 않게 새로운 현재와 호흡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는 결국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낸다. 앞서 소개한 모든 사례는 새롭기도 하지만 고전적이기도 하다. 당연하지만 혁신적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면서 생겨나는 긴장감을 훌륭하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을 기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균형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열광적으로 사랑을 보냈던 오랜 팬들에게 보답하고, 새로운 팬에겐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고, 현재에 맞게 변주하는 것. 그것이 전설이 되는 브랜드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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