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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버거킹, 로고를 왜 바꿨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버거킹이 살아 남는 법

공인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별명? 여러 별명이 있지만, 국민 MC 유재석, 국민 요정 김연아의 국민OO이지 않을까? 그리고 국민 타자 이승엽이 있다. 1999년, 이승엽은 5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한국프로야구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의 최고 기록이었던 42개를 훌쩍 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으로 타격폼을 수정했다. 과거의 영광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변화를 택한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잘 나가던 버거킹은 2021년에 변화를 선언했다.

글. 김성지 기자 jerome@ditoday.com

세계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햄버거. 세계 2위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20년간 유지해온 로고를 바꿨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은 급격하게 변했고, 버거킹은 변화에 발맞춰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로고의 변화는 자신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버거킹의 메시지다. 과연 버거킹은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일까?

변화를 통해 ‘버거킹’스러움 강조

버거킹의 바뀐 로고는 누군가에겐 익숙한 모습 일수도 있고, 생소한 모습 일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굳이 왜 바뀌었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버거킹의 상징과 같던 파란색 테두리를 없애고, 과거에 활용됐을 법한 로고가 나타났으니 그럴 법도 했다.

버거킹에는 여러 인기 메뉴가 있지만,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와퍼’다. 그리고 새로운 로고는 와퍼를 상징한다. 이번 로고의 변화를 통해 전통과 변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바뀐 로고는 1969~1999년까지 사용되던 로고와 거의 동일하다. 버거킹 측은 “위 시기의 버거킹은 진정성과 자신감이 있었고, 와퍼를 상징하는 로고는 진정한 버거킹이라는 느낌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라며 로고를 통해 위 시기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많은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로고는 대부분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구성됐다. 파란색이 활용된 곳은 버거킹이 유일했다. 파란색 테두리는 미래지향적인 느낌과 신속한 이미지를 주며 버거킹을 부각시켰지만, 이젠 사라졌다. 먹음직스럽지 못한 이미지를 주는 파란색을 제거하며, 와퍼를 더욱 먹음직스럽게 표현했다. 또한 빵 부분에서 광이 나는 효과를 제거했고, 글씨체는 ‘Flame’이라는 자체 개발한 글씨체로 교체됐다. 이를 통해 새로운 로고는 과거 세대에겐 향수, 신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차별화, 패스트푸드지만 패스트푸드가 아닌 버거킹

파랑 테두리가 사라진 새로운 로고는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는 버거킹이 의도한 것으로 인공적인 재료보다 천연 재료의 사용을 강조한 것이다. 버거킹은 작년부터 MSG, 인공색소, 방부제 등의 사용을 10% 미만으로 줄이고 천연 재료의 사용을 늘렸다. 이를 나타내는 몰디 와퍼(Moldy Whopper) 광고는 2020년 가장 인기 있는 광고 중 하나였다. 갓 만들어진 와퍼가 34일 동안 자연스럽게 썩어가는 모습을 45초 동안 보여준다.

보통 패스트푸드는 세계 어디를 가나 저렴한 가격으로 균일한 맛을 보장한다. 이러한 장점으로 현대인들은 패스트푸드를 즐겨 찾으며, 햄버거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다. 이 장점들을 위해서 MSG, 인공색소, 방부제 등 몸에 좋지 않은 재료가 사용된다. 이로 인해 패스트푸드는 몸에 좋지 않고,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패스트푸드를 먹는다.

몰디 와퍼 광고는 햄버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버거킹은 패스트푸드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줬다. 이를 이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로고에서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파랑 테두리와 광이 나는 부분을 제거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매장도 바뀐다

버거킹은 유튜브에서 바뀐 로고와 함께 새로운 매장 디자인을 공개했다. 새로운 매장의 전체적인 크기는 기존보다 60% 축소됐고, 언택트를 지향하는 고객의 성향을 반영해 드라이브 스루·키오스크 배달 등 대면을 줄이는 요소를 구현했다.

기존의 매장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식사 공간도 크게 줄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는 급격하게 언택트화가 진행돼 매장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크게 감소했고, 포장 및 배달의 비율은 증가했기 때문이다. 매장 내 식사 공간을 드라이브 스루 위로 배치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지금은 매장별 한 라인만 배치된 드라이브 스루 라인은 2, 3라인으로 늘었다. 주차하고 그 자리에서 키오스크 화면으로 주문하는 ‘드라이브인’, 미리 주문하여 매장 근처 도로에서 바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도로변 배달’, 직원에게 제품을 받지 않고 사물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사물함 픽업’ 등 최근 소비자의 행동 변화가 반영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국가별 마케팅 차별화 시도

2020년 버거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코로나19와 연관된 마케팅을 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세계 어디에서나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거킹이지만, 마케팅은 균일하게 하지 않았다. 나라별 상황과 특징에 맞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며 위기 속에서도 입지를 굳건히 다져 나갔다.

프랑스

코로나19로 미래가 불확실해서였을까? ‘버거킹 프랑스’은 코로나19로 시작해 외계인의 침공, 3000년 버그 등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위기를 제시하며 사람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광고의 끝에 “불안한 미래에도 한 가지는 좋은 일이 있다”라고 말하며 2030년 와퍼 무료 나눔 서비스를 알렸다. 해당 이벤트는 버거킹 앱에서 2030년의 원하는 날을 신청하고, 2030년에 찾아가면 된다.

영국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축구를 활용했다. ‘버거킹 영국’은 스티브니지 FC를 후원하며 화제를 모았다. 버거킹의 후원 이전, 이 팀을 아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 팀은 4부리그 팀이다. 만일 버거킹이 1부리그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등 유명한 빅클럽을 후원했다면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버거킹이 4부리그의 팀을 후원한다는 소식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여기에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에게 여가시간이 증가했다. 사람들은 스티브니지라는 팀에 흥미가 생겨 축구 게임 FIFA20에서 스티브니지를 직접 플레이했다. 많은 피파 유저가 4부리그 팀을 골라, 1부리그까지 승격을 시키며 오랜 시간 플레이했다. 버거킹은 5만 파운드(약 7475만원)를 후원했지만, 홍보 효과는 충분히 그 이상을 거뒀다.

미국

한국에서는 4딸라? 버거킹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1달러면 충분하다. 최근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더욱 나빠졌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버거킹 북미 지역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민감한 시기에 고객에게 가장 유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미국 전 매장에 4개의 1달러 메뉴를 출시했다.

브라질

다른 나라들은 희망과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마케팅을 했다면, 브라질은 다르게 접근했다. 바로 2020년을 반영하는 햄버거를 브라질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다. 그래서 ‘버거킹 브라질’은 소셜 미디어에 2020년과 어울리는 식재료에 대해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눅눅한 국수, 닭발, 정어리 등 여러 재료가 선정됐고 이를 바탕으로 햄버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시식할 사람을 추첨해, 2020년 버거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시식하게 된 행운아들은 2020년 만큼(?) 역겹고, 먹기 힘들다는 시식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에 힘들었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이 이벤트에 즐겁게 참여헸다. 코로나19도 힘들지만 함께 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

20년이 지난 현재, 버거킹은 앞서 언급했던 홈런왕 이승엽처럼 20년간 잘 사용되던 로고와 기존의 운영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택했다. 이를 통해 ‘버거킹’다움을 강조하면서도 신선함이 부각됐다. 버거킹은 초심을 잊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