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전하는 초록빛의 위로, 일러스트레이터 heezo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작가가 전하는 초록빛의 위로, 일러스트레이터 heezo

그녀가 만든 초록빛의 세상에 흠뻑 빠져보자

일러스트레이터 히조(heezo)를 처음 봤을 때 아름답고 빛나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든 생각은 예쁜 눈만큼이나 예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초록빛’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다. 그녀의 그림은 우리의 감정을 보듬고, 자유로운 감상을 더하는 날개를 선물한다. 그녀가 만든 초록빛의 세상에 흠뻑 빠져보자.

▲풋사과

이름. 박지현
지역. Korea
URL.
instagram.com/heezopark 
grafolio.com/heezopark

안녕하세요, 히조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히조(heezo)입니다. 활동명 히조는 인도네시아어 ‘hijau(히조)’에서 차용한 단어에요. ‘초록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발음은 똑같지만, 알아보기 쉽게 스펠링을 ‘heezo’로 바꿔서 쓰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한 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표지 작품 제목이 <풋사과>인데, 정작 그림에는 풋사과가 없어요.

올해 제 개인작업 주제가 ‘초록색’이에요.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이제 막 어떤 것을 시작하게 된, 서툴고 유연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풋사과’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초록색인 풋사과는 덜 익어서 단단하죠. 하지만 곧 빨갛게 익어 달콤해질 때를 기대하게 만들잖아요. 저는 풋사과를 직접 그리는 대신 색감으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일러스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투를 수밖에 없었던 제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해요.

▲오후의 연인

직관적인 제목 때문에 그림의 제목을 보면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돼요. 예를 들면 <오후의 연인>같은 작품이요. 초록색 벽에 비친 여자와 남자의 그림자, 저는 이 둘의 사이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거든요. 왜 이 그림의 제목이 <오후의 연인>인가요?

많은 분이 이 그림을 보고 편안함을 떠올리시더라고요. 에디터님이 느끼신 것처럼 서서히 멀어져 가는 연인의 뜨뜻미지근함을 표현한 그림이에요. 그래서 중성적인 느낌의 색을 썼고, 연인의 모습을 그림자로 표현했죠. 원래 밝은 메시지를 주로 담았는데, 최근에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잖아요. 슬픔, 외로움, 이별 같은 감정도 따뜻하게 담을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우산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림 한 가지만 꼽는다면요?

<우산>이라는 그림을 제일 좋아해요. 이 그림은 제가 일러스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려서 색깔도 쨍하고 서툰 솜씨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요즘 자주 꺼내보게 되더라고요. 그림을 보면 밑에 있는 여자가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채로 나무 위에 있는 새를 보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여자를 위에 있는 남자가 우산으로 비를 막아주고 있어요. 이 그림으로 우리 모두는 누군가, 무엇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남녀로 표현하기는 했는데, 삶이 힘들 때 누군가 날 보호해 주고 바라봐 주는 존재가 있다는 느낌이죠. 그 보호막은 연인이나 부모, 친구, 또는 나 자신이 될 수도 있겠죠.

혹시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요?

저는 제 그림이 전부 좋으면서도 아쉬워요. “아, 예쁘다.” 싶다가도 두 시간 뒤에 보면 아쉽고 그래요. 하루에도 이런 감정을 여러 번 느끼는데 그래서 그런지 계속 다르게 시도를 해보는 편이에요.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봤는데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다양한 협업, 행사 참가, 개인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나 원동력이 있을까요?

지금은 저를 알리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힘 빼서 그리고 싶고, 가끔은 쉬어가고 싶은데 이 직업을 너무 늦게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일찍 이 직업을 발견했으면 지금쯤 더 노련하고 유연한 작업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더 빈틈없이 달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너무 아쉬워서, 그리고 이 직업이 너무 좋아서요.

작가님의 여러 활동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먼저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가하신 경험이 궁금해요. 언제 처음 참가하게 됐나요?

작년 겨울이 처음이었어요. 히조로 활동한 지 반년째 됐을 때였죠. 직접 저를 홍보해야겠다 싶어서 그림들을 엽서와 굿즈로 만들어서 나갔어요. 그곳에서 협업했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도 주고받고, 새로운 분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응원을 많이 받아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꼬박꼬박 나가서 눈도장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홍보를 많이 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한 힌트도 얻었어요.

CU 델라페 아이스 드링크는 어떻게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였나요?

‘주식회사 88후드’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어요. 신진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예요. 이곳을 통해 받은 제 첫 업무가 CU와의 콜라보였어요. CU 아이스 음료에 제 그림과 소개가 들어가는 방식이었죠. 이번에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홍보를 못하게 됐었는데, CU와의 협업이 많은 홍보가 됐어요. 이 프로젝트 이후에 많은 분께 응원 메시지를 받았고, 처음으로 인터뷰도 해봤어요.

▲라라랜드

앨범 아트워크도 많이 작업하시더라고요. 작업 과정을 듣고 싶어요. 

제가 처음 작업했던 앨범 아트워크는 지인을 통해서였어요. 어느 날, 지인이 “내 앨범 커버 작업해볼래?”라고 제안했고, 저는 일러스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도 몰랐었죠. 부담 없이 하라는 지인의 조언에 무사히 작업할 수 있었고,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어요. 이후로는 그라폴리오나 SNS를 보고 연락이 오면 진행하고 있어요. 작업 과정은 아티스트 측에서 음원과 가사를 보내주세요. 음원을 계속 들으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대략 그린 시안 몇 개를 아티스트한테 보내요. 그렇게 아티스트랑 서로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하다가 ‘이 느낌으로 가야겠다’ 싶으면 그때부터 디테일 작업에 들어갑니다.

책 끝을 접다’ 북트레일러 일러스트 작업도 인상 깊었어요. 북트레일러와 일러스트레이션의 조합이 따뜻하고 좋더라고요.

‘책 끝을 접다’ 측에서 그라폴리오랑 SNS를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보통 북트레일러는 만화 일러스트레이터가 많이 참여하는데,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진행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느낌이 비슷한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게 됐죠. 북트레일러 작업을 통해 좋은 책을 접하게 됐고, 작업하면서 책 내용을 곱씹는 그 과정이 좋은 경험으로 남았어요.

작가님이 작업할 때 가장 선호하는 도구와 이유가 궁금해요.

일러스트레이션 분야는 상업적인 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계속되는 수정 작업이 필요한데, 그럴 때 아이패드가 간편해서 많이 이용해요. 온라인 파일로 주로 교류해서요. 개인 작업할 때는 한 그림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요. 수채화로 그려보고, 아크릴 물감으로도 그려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봐요. 도구에 따라 그림의 색감과 질감이 달라지는데, 그럼으로써 그림에 대한 느낌도 달라지는 점이 흥미롭더라고요.

아트워크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영감은 주로 어떻게 받으시나요?

직접 갔던 장소와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아요. 여행지를 사진으로 기록해놓고, 그러지 못할 때는 영화나 사람들과 대화에 집중해요. 그 과정에서 받은 영감을 그때그때 메모해놔요. 후에 찍었던 사진과 기록한 메모를 보다 보면 장소와 메시지가 매칭되는 접점이 있더라고요. 그럼 그것들을 잘 이어서 ‘재밌겠다!’ 생각이 들 때, 바로 작업을 시작해요.

▲초록세상

작가님은 그림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으세요? 따뜻한 그림체를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따뜻한 그림을 그려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저한테 맞는 그림체를 계속 찾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오랫동안 그릴 수 있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매일 그려도 신나게 작업할 수 있을 만한 소재가 자연, 따뜻함, 사람, 감정이었던 거죠. 제가 생각도 많고 감정 기복도 심한 사람인데, 복잡한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내는 작업 과정을 좋아해요. 다른 분들이 감상하기에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싶어요.

사람들이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길 바라시나요?

저는 그림 속 인물에게 표정을 넣지 않아요. 그림을 보는 분들이 더 자유롭게 감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에요. 춤을 추는 연인의 모습이 담긴 그림에서 어떤 분은 과거에 만났던 연인을 회상할 수 있고, 누군가는 앞으로의 사랑에 설렐 수도 있잖아요. 이런 다양한 해석을 바라요. 그래서 몇 퍼센트 정도는 구멍 난 것처럼 비워놓고 더 풍성하게 해석하실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표정을 넣지 않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인 셈이죠. 모든 분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가장 가까운 계획은 올여름에 예정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요. 아직 취소된다는 말은 없지만 상황은 계속 지켜보고 있어요. 최근에는 출판사 측이랑 협업도 이어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림들을 엮어서 뜯어 쓸 수 있는 엽서북을 제작할 생각이에요. 또, 제 생각을 글로 풀어서 독립출판하는 계획도 마음에 두고 있어요. 계획만 보면 정말 바쁜 삶인데, 그럴 때마다 목표를 생각해요.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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