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몰두(MOLDU)

심플함, 그 속에 담긴 삶의 여유와 기쁨

그의 작품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햇살이 가득한 어느 오후를 떠올리게 한다. 매우 심플하고 단조롭지만 그 속에는 일상의 공감과 삶의 여유가 녹아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몰두(MOLDU)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이름. 몰두(MOLDU)
지역. Korea
URL. instagram.com/mightyjeong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Ripe color’라는 주제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는 몰두(MOLDU)입니다. 작년에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현재 개인 아트워크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Q. ‘MOLDU’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활동명이 특별한 것 같아요. 혹시 ‘몰두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건가요?

‘MOLDU’라는 활동명은 2010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쓰게 됐어요. ‘어떤 일에 온 정신을 다 기울여 열중한다’는 의미가 좋았죠.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됐는데 몰두가 프랑스어로 ‘환상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디자인은 생각을 그려내는 일인데, 환상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 하잖아요? 그래서 제 활동명에 더 애착이 가더라고요.
최근에는 ‘more do’, ‘더 (열심히) 하다’라는 새로운 해석도 발견하게 됐어요.

Q. 표지는 어떤 작품인가요?

제목은 ‘GO’인데요. 떠나고 싶은데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렸어요. 일하던 중 우연히 SNS를 봤는데 지인들의 여행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거예요. 그 사진들을 보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당장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지금은 일도 해야 하고요. 아마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그림으로라도 그 마음을 달래고자 이 작품을 그리게 됐어요.


Q.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늘 장소가 등장해요. 작가님이 방문한 모든 곳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일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또 저는 작업실 밖을 나가는 것이 이벤트일 정도로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죠. 그래서 일상에서 소재를 찾았어요. 저의 일상이다 보니 심플하게 표현할 수 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장소를 소재로 한 그림이 많은 편이에요.

Q. 창작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노트북과 마우스를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즉흥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빠르게 디자인하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30분 안에 작품을 완성하려고 해요. 그 이상의 시간을 쓰면 요소들이 많아지고 작품에서 여유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대신 메시지는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이에요.

Q. 메시지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삶의 여유와 소박한 기쁨이요. 사람들은 일에 치여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요. 쉬는 것조차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저녁 있는 삶’이 미션이죠.
저에게는 지친 하루 끝 친구와 소주 한잔을 마시는 것이 큰 기쁨인데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한 잔이 위로가 되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저의 여유와 위로, 기쁨 등의 감정을 사람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Q. 그림과 함께 올라오는 간단한 소개 글도 눈에 띄더라고요. 장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적은 건가요?

저의 창작물을 보면 심플한 편인데요. 소개 글도 그에 걸맞게 쓰고 싶었어요.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붙여 화려하게 쓰고 싶지는 않았죠. 그냥 일상의 감정을 솔직하고 투박하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저는 짧은 소개 글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길고 지루한 글은 쓰지 않으려고 해요. 꼭 전달하고 싶은 내용, 핵심 내용만 맛있게 쓰려고 하죠.

Q. 작가님을 보면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것 같아요.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 벽을 세우는 것 같더라고요. 똑같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 오히려 창작의 가능성을 방해한다고 느낀 적도 있고요. 정해진 양식이나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또 저는 디자이너란 자신의 상상을 그래픽과 언어로 구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표현에 필요한 기본과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하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해요. 트렌드는 시도 때도 없이 변하고 기본에 대한 기준도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기본과 기술을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중이에요.

Q. 그렇다면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아요. 제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어요. 표현이나 디자인에 관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Q.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두 단계로 나뉘는 데요. 우선 책을 읽는 거예요. 저는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책 장르가 따로 있는 건 아닌데 어떤 책이든 읽고 나면 고민하던 부분이 해결되더라고요. 책에서 나온 해결책은 꼭 메모해 두는 편이에요. 그리고 다음 단계를 실천하죠.

다음 단계는 무작정 걷는 건데요. 목적 없이 걸을 때도 있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 맴돌 때도 있어요. 걷다 보면 해결할 수 없던 것들, 연결할 수 없던 것들이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게 저만의 발상법이에요.

Q. 디자인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능력을 인정받았던 순간 아닐까요? 일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사람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작은 칭찬을 받으면 온종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칭찬과 함께 마시는 시럽 뺀 아메리카노! 그 한 잔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어요.

Q. 지금 하고 계신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요. 일러스트 작업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제 일러스트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해요. 그러다 보니 즐겁게 작업하게 되죠. 여기에 더해 작가로서 능력을 기대해서 의뢰가 들어오면 그때는 하고 싶은 대로 작업도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더 큰 보람을 느껴요.

Q.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 또는 앞으로의 계획을 여쭙고 싶어요.

정해두지 않아요.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현실은 계획처럼 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무엇을 하려고 하거나 무엇이 되려고 하지 않죠.
대신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최악의 디자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에 집중하고 있어요. 살다 보면 멋진 기회들이 찾아올 수도 있고, 기회가 없을 수도 있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때, 그 순간에 잘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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