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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무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인간을 다시 묻다’, 김재인 지음 동아시아

컴퓨터의 발전사대로 따르자면 컴퓨터 없는 인터넷의 등장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 없는 컴퓨터도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물고 물리며 같이 도는 톱니바퀴다. 확장하자면 컴퓨터 전문가가 인터넷 전문가, 인터넷 전문가가 컴퓨터 전문가라는 이야기다.

2016년 봄은 인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에서 완승을 하면서다. 알파고는 연이어 당대 바둑 랭킹 1위라는 중국의 커제까지 꺾은 후 바둑계를 은퇴(?)했다. 언론은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는)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해 호들갑을 떨었고, 사람들은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같은 영화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었다.

물론 컴퓨터 공학을 제대로 모르는 일반인들이 이런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잘 모르니까. 그러나 명색이 ‘전문가’들마저 그것을 두려워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인공지능의 실체를 정확히 꿰뚫는다면 도대체 인류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바 소위 전문가들은 ‘지피지기’의 능력과 자격, 의무가 주어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의 저자 김재인이 철학자인 만큼 책의 주제는 철학이다. 인간적 사고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철학의 눈으로 과학의 영역인 인공지능의 실체를 꿰뚫었다. 알파고? 그거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바둑의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수학 계산이다. 원래 인간의 두뇌는 계산에 약하다. 그러므로 바둑은 아주 비인간적인 활동이다. 컴퓨터는 ‘계산기’라는 뜻이고 출발도 계산, 종착역도 계산이다. 계산이 주특기인 컴퓨터가 인간을 계산에서 이겨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알파고가 위대해도 그 뒤에는 알고리즘을 짠 인간이 있고, 알고리즘을 짜는 알고리즘 뒤에 또한 인간이 있다. 간단히 말해 인간의 창조적 두뇌가 없는 알파고 자체는 무용지물이란 것이고, 더 단순하게는 전원이 차단되는 순간 알파고는 바둑판 앞에서 존재가 사라져 인간의 기권승으로 끝난다.

그러므로 인공지능 시대에 정작 필요한 것은 ‘무조건 겁먹는 일’이 아니라 그것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일이다. 그런 이후 그것을 만들어내고 조종하는 ‘인간의 마음’을 탐색하는 일이다. 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절대로 인간을 능가할 수 없는 분야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일이다. 그래야 어떻게 대처할지 답이 나온다. 사실 100년 전 인류에게는 사람보다 더 일을 잘 해내는 전기밥솥이나 세탁기, 카 네비게이션이 알파고보다 더 충격적인 인공지능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중 누구라도 세탁기나 밥솥에 겁먹는 사람 있는가 말이다.

철학자의 대처법은 간단하다.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그에게 맡기고, 인간은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매진하면 된다. 계산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일, 목표를 세우는 일 등 한마디로 ‘창조적인 일’은 인공지능의 몫이 될 수가 없다. 플라톤과 데카르트, 기하학과 형이상학적 성찰로 우리를 이끄는 철학자의 결론이 그렇다.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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