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 Design

왜 사용자에 ‘이유’를 물어보면 안 될까?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 이하 UT)에 대한 진행 방식이나 세부적인 스타일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관찰’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가급적 ‘이유’를 물어보면 안 된다. 사람은 의외로 ‘왜’라는 궁금증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UT를 진행하다 보면 사용자에 따라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거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아… 네, 그렇군요” 정도의 동조하는 듯한 대답으로 대응하면 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용자 의견이 아니라 ‘휴대폰을 조작하는 손가락의 모습’이다. 의외로 손가락은 입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이미지. 뇌량이 절단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출처. Nature)

분할 뇌 실험

뇌량이 끊긴 환자 대상 실험에서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언어’입니다. 언어를 관장하는 대뇌피질 부위를 ‘언어 영역’이라고 하는데, 뇌 왼쪽에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90% 정도의 사람은 좌뇌에 위치합니다. 우뇌와 좌뇌는 몸을 좌우로 교차해 조종하고 있어서 오른쪽 시야에 글을 보여주면 좌뇌에 정보가 전해지므로 문제없이 읽을 수 있겠죠? 언어 영역이 있으니까.

한편 우뇌에 ‘열쇠’라는 글자를 제시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혹은 “뭔가가 보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언어 영역은 뇌의 한쪽에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실험을 진행합니다. 눈으로 본 단어에 해당하는 물건을 선택하게 합니다. 왼쪽 뇌에 ‘열쇠’라는 단어를 보여주자 환자는 열쇠를 손으로 집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죠. 하지만 오른쪽 뇌에 글자를 보여 주면 “아무 단어도 적혀 있지 않아요” 혹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을 했지만 열쇠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 본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있다’는 의미죠.

흥미로는 부분은 ‘웃으시오’라는 문장을 제시하면 정확히 ‘하하하하하’하고 웃습니다. “무슨 내용이 표시됐나요?”라며 묻지 않고 “왜 웃어요?”라고 그 행동의 ‘이유’를 묻는다면, “당신이 재미있는 말을 했으니까요”라고 의미심장한 대답을 합니다. ‘웃었다’는 자신의 행위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벌써 웃어 버렸으니까요. 그 상태에서 이유를 물으면 모니터에 ‘웃으시오’라는 글이 나왔다는 진짜 이유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자기가 웃는 이유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실에 맞춰 적당히 해명합니다.

모니터에 ‘긁으시오’라는 글을 제시해도 머리를 긁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가려우니까요”라고 대답합니다. 물론 가려워서 긁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긁었다’는 사실을 해명하는 최적의 이유는 ‘머리가 가려우니까’가 되겠죠. 이렇게 뇌는 실제로 일어난 행동이나 상태를 자기가 납득할 만한 무난한 이유로 해명합니다.

『단순한 뇌 복잡한 나』 중에서 – 이케가야 유지

이 실험은 다른 현상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용자에게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면 UT가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대답 중 ‘진짜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얘기하자면, 누군가에게 “아이유가 좋아요? 이성경이 좋아요?”라고 질문을 받았고, “아이유가 좋아요. 왜냐하면 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수는 노래라는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에요. 배우의 연기도 결과물이지만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아무런 의심 없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하루 정도 지난 후 깨달았다. 내가 아이유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건 음악이 아니라 드라마 때문이었다. 나는 전혀 엉뚱한 대답했지만 의식조차 못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실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당장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며 ‘왜’ 좋은지 몇 번만 생각한다면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음식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연인에게 “넌 날 왜 좋아해?”라는 질문을 하고 돌아오는 대답 중, 대부분은 ‘만들어진 이유’일 확률이 높다.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무의식이 크게 작용하는데, 자신의 무의식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연인은 당신을 유전적 요인과 자라온 환경을 포함한 무의식적인 원인으로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다.

관찰의 조건

관찰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은 매끄럽게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나 개발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작동하지 않는 프로토타입일지라도 인지/이해 여부에 관련 판단은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가능한 한 빨리 테스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UT를 진행하려거든 꼭 참관해서 직접 관찰하기를 권장한다. 그게 어렵다면 ‘편집되지 않은 촬영 동영상’을 요청하라. ‘백문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문서나 말로 전달되는 내용보다 직관적일이다. 또한 문서는 분석자의 관점으로 정리된 결과다. 직접 관찰하면 또 다른 관점으로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맥락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Author
임용태

임용태

데일리호텔 프로덕트 디자이너. 쿠팡 UX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정성적•정량적 관점의 업무 방식을 배웠습니다.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 업무방식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을 통해 디자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imyongta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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