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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브랜드 매거진일까?

“매거진을 읽는 사람은 누구인가?” 브랜드 매거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다. 이때 우리는 답 자체보다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여러 매거진을 구독하고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도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종이잡지를 읽는다는 건 좀 촌스럽긴 하죠” 합정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이 내세운 자조적 문구가 떠오른다. 누구보다 트렌드를 좇아야 할 브랜드는 왜 제 발로 ‘촌스러운’ 매거진의 세계에 들어왔을까.

글. 정병연 에디터 bing@ditoday.com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라는 책을 쓴 김신지 작가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작은 행복을 ‘행복의 ㅎ’이라고 부른다. 자신을 평소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취향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우기 훨씬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것들이다. 매거진을 읽는 사람은 이처럼 ‘행복의 ㅎ’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닐까. 자신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을 빗대 보며 라이프스타일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가꿔 가는 이들, 그러한 일에 단서를 제시해준다면 무려 ‘읽기’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

합정에서 홍대 가는 길에서 발견한 잡지의 땅

매거진은 트렌드를 담은 그릇이어야 한다

매거진은 기본적으로 정적이다. 글과 사진이라는 정지된 형태의 콘텐츠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콘텐츠를 쌓는 속도마저 느리다. 그러니 온갖 이야기를 전하려는 것은 욕심일 수밖에 없다. 매거진이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이 ‘선택과 집중’이 된 데는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루 걸러 하루 콘텐츠 트렌드가 달라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매거진은 트렌드를 이끌기는커녕 따라가기조차 버겁다.

그럼 의미가 없을까? 그랬다면 이미 매거진은 콘텐츠 생태계에서 멸종했을 것이다. 기업이 굳이 외부 협업까지 해가며 매거진을 론칭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당연히 이 기사의 주제가 ‘브랜드 매거진’이 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매거진은 트렌드를 담은 그릇이어야 한다. 트렌드를 이끌거나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정리하는 것이다. 각각의 콘텐츠가 발행시기별로 단절돼 있어서다. ‘책’이라는 물건으로 독립돼 있어 경계가 확실하다. 반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 콘텐츠는 별개의 콘텐츠라 하더라도 피드에서는 연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마치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 보인다.

때문에 하나의 매거진은 이전 매거진 발행일부터 현재까지 존재한 트렌드를 온전히 담아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기록 차원의 글쓰기를 바탕으로 특정 시기의 트렌드를 다루되, 이전 시기의 트렌드를 회고하고 다음 시기의 트렌드를 예측한다는 관점을 더하는 것이다. 매거진만 보여줄 수 있는 ‘깊은 호흡’에서 발생하는 인사이트 역시 이러한 관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좌측부터 베뉴(현대차), 디어하우스(오늘의집), 매거진F(배달의민족), 디렉토리(직방)

브랜드를 매거진의 호흡으로 읽다

브랜드 매거진은 브랜드를 매거진의 호흡으로 읽어보고,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에 기반을 둔 인사이트로 사회에 적용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배달의민족의 매거진F, 직방의 디렉토리, 현대차의 베뉴, 오늘의집의 디어하우스 등을 살펴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이 매거진이라는 형태를 거쳐 사회적 맥락을 다루는 렌즈로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웹진으로 운영되는 신세계건설의 빌리브 매거진이나 푸르덴셜생명의 베러 투모로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똑같이 확인된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가치를 이야기하다

중요한 건 브랜드 소개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브랜드 매거진은 공들인 사보나 보도자료가 아니다. PR·홍보보다는 콘텐츠 마케팅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에 실린 ‘직방으로 읽는 밀레니얼의 집’ 기사 중 한 단락을 읽어보자.

“디렉토리의 차별점은 직방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에서 찾았다. ‘집을 찾는다’라는 행위에 ‘자기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은유적 의미를 더했고, 그 과정에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품고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태도 역시 ‘개개인의 상황에 알맞은 집을 찾아준다’는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0년 5월호, 「직방으로 읽는 밀레니얼의 집」

직방의 브랜드 매거진 디렉토리를 만든 볼드피리어드 최혜진 콘텐츠 경험 랩(CX Lab) 디렉터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브랜드 매거진은 ‘한 걸음 더’ 들어간 곳에서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건져 올린다. ‘직방 → 부동산앱 → 집을 찾는다 → 집의 의미: 자기 자리 → 찾는 행위 → 자기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논리 구조가 만들어질 때까지의 아이데이션이 얼마나 복잡했을지 상상도 안 된다. 좀 더 읽어보자.

디렉토리는 ‘완벽한 집’의 모습을 규정하지 않고 가지각색의 가능성을 끌어안는다.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던짐으로써 밖을 향하던 독자의 시선을 그 자신에게로 돌려놓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의 집은 얼마든지 하나의 우주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디지털 인사이트 5월호, 「직방으로 읽는 밀레니얼의 집」

집은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디렉토리는 사실상 삶을 구성하는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거진이 된다. 이처럼 브랜드 매거진이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지, 왜 그 이야기를 하는지, 독자는 무엇을 얻을지에 대한 설득이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카탈로그를 넘어,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미디어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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