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뮤(OIMU), ‘색’달라진 ‘색’이름으로 ‘색’을 표현하다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OIMU)의 색이름 프로젝트!

하루하루 많은 색을 보고 느끼며 살아가지만 모든 색을 단어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색들을 우리말로 나타내야 한다면? 벌써 머리가 아파온다.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할뿐더러 알고 있는 우리말 색이름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OIMU)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말로 된 색이름을 묶어 하나의 책을 만들어 내는, ‘색이름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색이름 프로젝트로 완성된 책 ‘색이름 352’

프로젝트의 시작, ‘우리말색이름사전’의 발견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색채연구소에서 낸 ‘우리말색이름사전’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복을 소재로 제작한 노방백의 색상 명칭을 찾던 중 오이뮤 스튜디오는 우연히 ‘우리말색이름사전’을 발견하게 된다. 책 안에 담겨 있는 색이름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했다. 물론 공감대가 떨어지는 색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상록수색, 심해색, 석류색, 연홍색 등 우리말로 이루어진, 생소한 색이름이 담뿍 담겨 있었다. 오이뮤 스튜디오는 사람들이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색상을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재해석하기로 결심한다.

오이뮤 스튜디오는 직접 ‘우리말색이름사전’의 저자를 만나 해당 책을 재해석해서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를 설명한 후 동의를 받아 낸다. 또한 저작재산권 이용허락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선적으로 진행된 색이름 선정 작업

프로젝트는 색이름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색 선정의 기준이 된 것은 당연히 ‘우리말색이름사전’이다. 해당 책에 나온 색과 색이름을 1차적으로 수록한다. 이후 한국산업표준인 KSA0011의 관용색 이름을 적용하는데 색이름이 대치될 경우 한국산업표준에 기준을 둬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한국산업표준을 사용하는 국가고시 등 여타 분야에 혼동을 줄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 책에 실릴 색이름 총 352개가 선정된다.

인지하기 쉬운 색이름으로의 변신

그다음에는 색이름을 새로 붙이는 작업이 이뤄진다. 선정된 단어 중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단어, 외국어 단어들이 있었다. 오이뮤 스튜디오는 이러한 색이름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준용해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순으로 색이름을 대체하거나 신설한다. 외래어 선정 과정도 우리말 체계에 완전 동화된 차용어 수준으로 그 폭을 매우 한정시킨다.

색이름을 새로 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대 형성이었다. 기존 책에 수록된 ‘쇠가죽색’이나 ‘육색’처럼 동물 권리 측면에서 공감대가 낮다고 판단되는 단어들의 경우에는 과감하게 제거하고 다른 색으로 대체한다.

또한 과하게 외래어가 사용되는 경우 훈련 없이도 인지할 수 있는, 익숙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색으로 수정한다. 그렇게 탄생한 색들이 바로 도토리묵색, 병아리색, 갈대색, 쪽빛색, 홍시색, 오이색 등이다.

색이름 선정과 색이름 정정 과정을 거쳤지만 오이뮤 스튜디오는 기획에 있어 아쉬움을 느낀다. 책에는 색이름과 색에 대응하는 단색 그림이 실리는데 이 두가지 만으로는 색이 가진 풍부한 감각을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이에 디자인이음과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기획한 청춘문고 시리즈 작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한다.

총 12명의 작가들이 계통 색별로 기본 2가지 이상의 색이름을 선택하고 이를 위한 단편을 지었다. 이 단편은 각각의 색 옆에 수록돼 새로 붙인 색이름을 소비자들이 좀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단편 중 몇 가지를 선정해 책갈피로 제작해 책의 굿즈로 활용하기도 한다.

산호색
홀로 여러 갈래 자라난 시간. 버려진 암초 위에서도 춤출 수 있어요. 언제나 흔들림 속에서만 신비를 보여줄게요. 빛나는 우리의 열대.

감청색
청명한 밤의 침실. 감청색 이불보 아래엔, 새근새근 잠이 든 초승달이 있고, 검은 등의 산 너머 회전목마를 타는 별들도 있다. 까마득한, 밤의 요람 속에, 모두는 조금만 더 머물자 한다.

파도색
부서질 때 빛은 번지고 섞여 뭉개질 때 색은 말한다 그러나 흘러가게 되더라도 방향은 잊지 말 것 바라는 색이 있다면 눈이 멀도록 바라볼 것 가능한 온몸으로 부서질 것.

이렇게 오이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책 ‘색이름 352’이 발행된다. 우리말 색이름 352개가 담긴,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공개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텀블벅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는 계속해서 후원이 이어졌으며 식음료,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업계에서 책을 활용하고 싶다는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


interview

전민성
오이뮤 스튜디오 브랜드 디렉터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자연물에서 색이름을 찾기 위해 나무와 풀꽃, 동물, 식탁에 올라오는 반찬의 색까지 색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다 보니 생활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어요.
특히 팀원들과 함께 숲으로, 강으로, 시장으로 나가 나무와 꽃, 풀, 새, 동물, 채소, 과일 등의 이름과 색을 살펴봤던 경험은 다채로운 영감으로 전환됐어요.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사물을 하나하나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즐거웠습니다.

Q. 프로젝트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요. 프로젝트 소감 부탁드립니다.

현재 펀딩 마감 후 발송될 책과 책갈피, 책커버를 열심히 제작하고 있어요. 마감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출근해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작업해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우리말로 이루어진 색이름이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여 많은 사람들에게 색의 감각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Credit
Editor
Photograph오이뮤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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