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반복해, 콘텐츠의 생애

다시 돌아온 콘텐츠들이 주목 받고 있다. 그것들이 돌아오는 과정은 어땠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사진. 해당 유튜브 채널 스크린샷

씨름마저 돌아왔다. 1년 전에 올라온 씨름대회 결승 영상이 갑자기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현재 조회수 200만을 넘어섰다. 때마침 대한씨름협회는 KBS와 함께 씨름선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임을 밝혔다. 힘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바뀌며 화려해진 씨름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의 역동성을 만난 결과다. 이처럼 콘텐츠는 알고리즘이나 공식 따위로 정의할 수 없는 일종의 생물과도 같다. 그것이 언제 전성기를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2, 제3의 전성기 역시도.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매개체

모든 콘텐츠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생겨난다. 때문에 그 생애의 부침 또한 둘 사이의 역학 관계에 기초하게 된다. 생산하지 않으면 소비하지 못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생산해도 무용지물이다. 즉 흥행하는 콘텐츠는 어떤 형태가 됐든 생산자와 소비자의 충분한 소통이 배경을 이루기 마련이다. 물론 개별 콘텐츠마다 그 주도권 소유자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 소비자들이 가진 잠재적 수요를 간파해낸 생산자의 기획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들의 인터넷 놀이 문화에 기초해 우연히 발생한 유행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돌아온 콘텐츠들이 주목 받고 있다. 그것들이 돌아오는 과정은 어땠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주체: 생산자 and 소비자

콘텐츠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을 보여주는 사례로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를 꼽을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는 20년도 전에 출시됐으면서도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이제는 민속놀이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듣는다. 두 게임은 몇 년 전 각각 리마스터·리메이크를 거쳤는데, 화질을 높이거나 모바일로 출시하는 등 변화를 주긴 했지만 원작의 특징을 최대한 보존했다. 생산자가 소비자의 수요에 관심을 갖고 서비스에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비슷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 밀착돼 있는 경우가 1세대 아이돌의 재결합 이슈다. 최근 몇 년 이들의 재결합이 이뤄졌는데, 대부분 그 과정을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 아이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는 추억의 매개체로서 과거 아이돌에 대한 수요를 가지며, 아이돌 또한 그에 응답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감당한다. 이처럼 1세대 아이돌의 재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이라는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탄생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의 변화에 따른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과 변화도 인상적이다. 웹툰과 출판만화의 사례를 보자.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고수’의 댓글란에서는 1020세대와 3040세대의 소통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고수가 20년 전에 연재됐던 만화 ‘용비불패’의 스토리를 이어 받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출판만화의 문법에 익숙했던 작가가 웹툰의 문법을 익히면서 새로운 독자를 얻은 것은 물론, 기존의 독자들을 ‘새로워지게’ 만든 것이다.

주체: 생산자 OR 소비자

KBS의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88/18’의 영상 대부분은 30년 전 찍었던 것들이다. 같은 영상이지만 재편집된 현재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아나운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드높이는 장면은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KBS는 자료실만 잘 뒤져도 이처럼 훌륭한 다큐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과거의 콘텐츠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완전히 다른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통찰력 있게 짚은 감상평이다.

SBS도 과거 콘텐츠를 현재로 불러냈다. 20년 전 TV를 통해 생방송된 음악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내보낸 것이다. 거실에 모여 함께 TV를 보던 시절에 만들어졌던 콘텐츠가 실시간 채팅을 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와 만나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EBS에서는 캐릭터쇼가 펼쳐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펭수’가 ‘뚝딱이 선배님’ 등 과거의 캐릭터들과 함께 EBS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예측불허인 콘텐츠의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소비자들이 건져올린 뒤늦은 유행도 있다. 이 경우는 대개 우연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13년 전 영화인 ‘타짜’의 ‘곽철용’이 하필 지금 유행하는 이유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조차 정확히 모른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근데 곽철용은 왜 갑자기 유행해요?”라는 질문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타짜3’의 흥행 부진으로 ‘타짜1’이 다시 주목 받으면서 기존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곽철용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잘 만들고 영리하게 팔자

씨름마저 돌아왔다. 씨름 자체의 변화, 유튜브의 역동성, 그저 단순한 우연, 그 배경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과거의 콘텐츠가 지금 막 새로운 미래로 가는 문을 열어젖힌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으로 무엇이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씨름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긴 시간을 돌아 현재에 이른 과거 콘텐츠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가 책임져야 하나. 그것을 즐기는 소비자가 아껴야 하나. 모든 관계자들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식상한 표현에 식상한 결론이지만, 핵심은 콘텐츠의 완성도와 그것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에 있다. 무엇이든 나만 즐기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없으랴. 그러나 냉정히 말해 ‘나만의 즐거움’은 산업이 될 수 없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돈이 안 된다. 돈이 안 되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중의 보편적인 수요를 건드릴 수 있는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 흥하는 콘텐츠는 달리 말하면, 잘 만들고 영리하게 파는 콘텐츠다.

뉴트로는 과거에 없던 과거를 파는 일이다. ‘과거’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이를 재밌는 현상쯤으로 치부하거나 막연히 낙관해서는 여지껏 그랬듯 일시적 유행에 그치게할 뿐이다. 콘텐츠를 둘러싼 시대와 사회의 맥락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에 매력적으로 보였던 콘텐츠를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바꿔주는 일이다. 잘 만들고 영리하게 파는 데서 긍정적 소비가 일어난다. 이러한 선순환이야말로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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