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라는 밥벌이, <아티스트로 살아가기: ARTIST SURVIVAL>

젊은 작가가 바라본 시대상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가 있겠는가. 아무 도리도 없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중

예술가의 삶을 지탱하는 건 비예술가의 삶을 지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밥벌이, 그러니까 노동. 본질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예술가 또한 노동자다. 바로 이 문장으로부터 풀어져 나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아티스트로 살아가기: ARTIST SURVIVAL’ 전시회다. 12팀의 예술가가 내놓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활동 증명을 통해 예술인으로 인정, 등록되었는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예술가는 임가영이다. 예술과 노동 사이의 흐린 경계를 화두로 삼은 작가는 ‘페인팅_세화미술관’과 ‘워크플로우’ 두 작품을 전시했다. ‘워크플로우’는 일반적으로 업무가 구성되는 방식과 진행되는 순서, 수행하는 당사자 등을 도식화해 걸어둔 작품이다. 투명한 비닐로 돼 있기 때문에 뒤쪽으로는 다른 전시 작품들이 보이는 구조다.

한옥 양식에서는 창문을 단순히 창문으로 보지 않고 풍경을 담는 액자로 본다. 임가영 작가의 작품 워크플로우는 같은 공간에 전시된 다른 작품을 풍경으로 담아 그 의미를 완성하는 듯했다. 이번 전시에서 워크플로우가 빌려온 건 김예슬 작가와 이의성 작가의 작품이다. 예술과 노동이라는 주제의 기획전으로 들어가는 첫 작품으로서 이보다 더 적절할 수도 없다.

김예슬, Clip

예술의 매체도 바뀐다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 달라진 시대에 맞는 고민을 내놓은 작품도 볼 수 있다. 예술가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와 그에 대한 감상법은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는 홍민키 작가는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한다. ‘리얼 서바이벌 가이드 공중도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형태로 구현한 버라이어티 토크쇼다. 망리단길로 떠오른 망원동 거주민들과 함께 지역 역사와 현대의 소비문화를 이야기하는데, 여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고찰을 덧입히는 것이다.

노동의 경험을 예술의 형태로 건져내는 일

밥벌이, 그러니까 노동은 예술가의 삶을 지탱한다. 때문에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작가의 삶 혹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엿보는 렌즈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김예슬 작가의 ‘나이트 클럽’ 연작은 클럽을 연상시키는 오브제와 반짝이는 소재를 이용했는데, 작가 본인이 나이트 클럽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반영했다. 당시 겪었던 일이나 들었던 말을 기록해 관람객이 작가 자신의 노동 경험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어떤 예술가도 자신의 작업을 두고 거대한 영감에 휩쓸려 단기간에 모든 걸 쏟아부은 결과라고 말하지 않는다. 설사 그 같은 사례가 있어도 그 바탕에는 꾸준히 무언가를 해왔다는 사실이 있다. 결국 예술가의 일도 다른 모든 직업인의 일과 다르지 않으며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아티스트로 살아가기: ARTIST SURVIVAL’은 사람들이 치열한 삶에서 벗어나 쉬어가는 곳이 아닌 바로 그 치열한 삶 자체로서 예술을 말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 02. 19 ~ 2020. 07. 31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68 흥국생명빌딩 3층 세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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