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플레처 회고전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앨런 플레처 회고전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 시리즈 일곱 번째, ‘앨런 플레처’

▲엘런플레처 회고전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포스터

그곳에 있는 건 한 사람의 생애를 가로지르는 선과 색, 도형과 패턴이었다.

디자이너의 경험은 작품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현실에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이 떨어진 작품들을 이어붙임으로써 디자이너를 하나의 서사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전시회 끝머리 공간에 어느 관람객이 붙여둔 감상평 중 하나. “단순함이 남을 때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모습들이 그려졌다. 존경해요, 앨런!” KT&G 상상마당 20세기 거장 시리즈 일곱 번째, 앨런 플레처 회고전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앨런 플레처(Alan Fletcher, 1931~2006)는 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 펜타그램(Pentagram)의 창립 멤버로 단조로운 영국 디자인 트렌드에 그래픽적 다양성을 불어넣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포스터부터 제품 디자인, 타이포 그래피 등 그가 디자인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 500여 점을 선보인다.


한때의 경험이 묻어나는 작품들

전시는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먼저 포춘 매거진(Fortune Magazine) 표지 디자인 작업 등의 뉴욕 활동부터 런던으로 귀국해 진행했던 여러 작업까지 ‘뉴욕에서 런던으로(1952-1962)’라는 이름으로 소개한다. 다음으로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활동한 시기의 작품을 보여주는 ‘플레처|포브스|질(1962-1965)’, ‘크로스비|플레처|포브스(1965-1972)’ 섹션이 이어지고 ‘펜타그램(1972-1992)’에서의 작업을 보여주며 4개 섹션이 마무리 된다.

▲ 4층 갤러리 전경

계단으로 내려오면 다섯 번째 ‘앨런 플레처 디자인(1992-2006)’ 섹션이 나온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개인 스튜디오를 통한 작업에도 집중한 시기다. 한 층을 모두 할애할 만큼 작품도 많다. 이처럼 엘런 플레처가 살아온 생애를 그가 처한 환경 또는 디자인에 임하는 자세를 기준으로 나누고 그때 작업한 결과물을 모아놓은 전시 형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 너머의 작가를 보게 한다. 눈에 보이는 작품을 둘러싼 맥락을 읽음으로써 더 풍성한 관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

엘런 플레처의 디자인은 아이디어 측면에서 매우 현대적이다. 두 번째 섹션에 전시돼 있는 피렐리 광고 두 점은 5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최신 트렌드에 비춰봐도 상당히 ‘크리에이티브’하다. 특히 ‘피렐리 신투라: 안전한 코너링’이라는 타이어 광고는 카피의 뜻을 형상화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균형이 잡혀 있으면서도 1차원적 상업광고를 벗어난 아이디어 기반의 디자인을 추구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BP 창작 워크숍 디자인

1968년 BP 창작 워크숍 물품을 모아놓은 곳에서는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까지 꼼꼼하게 활용하는 그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초대장부터 연필 거치대, 메뉴판, 수하물 꼬리표, 객실 정보 폴더 등 워크숍에 쓰이는 물품들을 작업했는데, 디자인의 주 요소로 쓰인 연필의 길이가 물품마다 다르게 했다. 창작은 뚝딱 이뤄지지 않고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연필이 닳는 모습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그는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세련된 방법을 그때 당시에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내 길을 가고 있다

▲ Alan Fletcher ⓒ Martin Dunkerton 1992_reflections

“I don’t know where I’m going but I’m on my way” 엘런 플레처가 좋아하던 문구 중 하나라고 한다. 전시 작품 중에는 제주도를 방문해 풍경을 그린 것도 있는데, 제목을 ‘Jeju’가 아닌 ‘Cheja’로 썼다. 자신이 방문한 곳의 이름을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그곳에서의 경험을 기록하길 멈추지 않았다. 말 그대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내 길을 가고 있다”라는 삶의 자세다.

엘런 플레처는 일생 동안 축적한 자료와 작품을 엮어 『옆으로 보는 것의 미학(The Art of Looking Sideways)』과 『칠 주의(Beware Wet Paint)』라는 두 권의 책을 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전시장 한쪽에서 재생되고 있다. 과연 그는 자신이 당도한 곳이 어디인지 기어코 알아내고야 말았을까. 그가 뚜벅뚜벅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보자. “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


2020. 11. 23 ~ 2020. 02. 16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65 상상마당빌딩 5F

ⓒ Image lent courtesy of the Fletcher family

Credit
에디터
사진 KT&G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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