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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미로(Miro) 속으로

‘어린 아이가 그린 걸까?’ 단순한 그림체에서 순수함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섹션을 넘어갈수록 그림들은 과감해진다. 코너를 돌면 어떤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 더 흥미롭다. 독특한 상상력이 넘실대는 여기는 호안 미로(Joan Miro)의 예술 세계다. 그의 세상은 독창적인 기호와 선명한 색상으로 완성된다.

글. 이재민 기자 youjam@ditoday.com
섬네일 디자인. 손찬호 디자이너 bbt0808@ditoday.com
사진. 이재민 기자, 손찬호 디자이너

스페인이 사랑하는 예술가, 호안 미로

호안 미로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예술가다. 그는 개성 있는 화풍으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호안 미로는 1893년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부르주아 사회를 지지하던 전통적 회화 방식을 부정하는 ‘회화의 암살(Assassination of Painting)’을 선언해 당대 미술가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미쳤다.

호안 미로(Joan Miro), 1893. 04. 20 ~ 1983. 12. 15.

미로는 수년에 걸쳐 자신만의 화풍을 정의하며 특유의 상징적 모티브를 구축하고, 독특한 우주론을 표현했다. 또한 형태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도 원대하고 창의적인 자유를 그려냈다.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세라믹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된 독창적인 기호와 선명한 색상은 미로만의 스타일로 확립됐다.

섹션 1 : 기호의 언어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장은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섹션 1에서는 미로만의 예술 세계가 잘 드러나는 대표작을 볼 수 있다. 1940년대 미로는 자신을 표현할 시적 기호로서의 언어를 통합하는 데 매진했고, 이후 그의 많은 작품에서 그런 기호들을 메타포로 활용했다. 미로의 작품은 우주론적인 시야를 펼쳐낸다. 태양, 달, 별, 일부 드러나는 인물은 미로 세계관의 필수 요소로, 이는 작품에서 천체 또는 별자리를 은유하는 물감이 튄 자국과 일련의 직관적인 표현법, 다양한 색상의 점으로 풍부하게 드러났다.

<샛별>, 1946

미로의 회화는 원근법과 중력에서 자유롭다. 전경과 후경의 관습적 구분이 없고, 그림 속 모든 요소는 마치 우주에 떠있는 별자리나 공기 속 부유하는 노래 선율처럼 자유롭다. 미로는 원근법, 부피가 만들어내는 환영, 중력에 구애 받지 않고 원대한 자유를 그려냈다. 이런 그의 예술적 접근은 현대 회화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됐다.

<여인, 새, 별>, 1978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1978

미로의 주요한 모티프 ‘새’는 뱀과 상충하는 상징물로서 천계와 지상의 대립되는 역학관계를 잘 보여준다. 뱀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동물로 지상 또는 속세를 상징하는 반면, 새는 세속적 공간을 초월해 천상에 다다를 수 있는 동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로는 “새는 우주를 날아다니며 우리를 속세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환상과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고 말했다. 지상과 천상, 둘의 연결과 조화는 미로만의 독특한 우주론이자 전쟁과 고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의 갈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섹션 2 : 해방된 기호

섹션 2의 작품들은 불규칙한 붓 터치, 흐릿한 점, 캔버스에 흘러내리고 사방으로 튄 페인트 방울, 손자국, 손가락으로 칠한 물감 등으로 예술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는 매우 즉흥적인 기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미로가 고도로 계획한 표현 방법이다. 미로는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 조각, 세라믹, 직물 등 여러 재료로 실험하며 자신만의 기호를 확립했다. 미로는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그림을 완성하면서 생기는 물감의 우연한 효과를 온전히 드러나게 했다.

<2 + 5 = 7>, 1965
<풍경 속의 여인과 새들>, 1970
섹션 2 전시관 전경

섹션 3 : 오브제

섹션 3에서는 일상 사물에 대한 미로의 특별한 관심이 잘 느껴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미로는 포크, 의자, 그릇 등의 일상용품을 다른 요소와 함께 배치해 색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마요르카 작업실 근처에 17세기 건축 양식의 ‘손 보테르(Son Boter)’를 매입해 온갖 사물을 수집 및 보관하고, 그 물체의 관계를 정의하며 조립했다. 또한 그로부터 생겨난 형태를 포착하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녹은 금속을 붓기 전에 절개할 수 있는 로스트 왁스 기법으로 조각을 주조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조각에 색상을 입히기도 했다.

섹션 3 전시관 전경

섹션 4 : 검은 인물

섹션 4에는 미로만의 스타일이 정립된 작품들이 전시됐다. 처음에 뚜렷이 윤곽이 잡혀 있던 그림 속 무형의 인물들은 암시적이고 응축된 형상이 된다. 미로의 검정색은 인물 형상에 물질성을 부여하고, 구도를 명확하게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초상화가 아니며, 모양이나 그 속성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

<달빛 아래의 카탈루냐 농부>, 1968
<오리들의 비행, 여인, 별>, 1965

미로는 회화의 전통적 작법을 배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회화의 암살’을 선언할 정도로 관습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지양했고, 이런 예술관은 <오리들의 비행, 여인, 별>에 잘 드러나 있다. 미로가 작자 미상의 흔한 풍경화를 벼룩시장에서 구입해 그 위에 본인 스타일대로 그림을 그린 것이 바로 <오리들의 비행, 여인, 별>이다. 이 작품은 그가 얼마나 기존 회화 방식에 회의를 느끼고, 보다 새로운 회화를 갈망했음을 보여준다.

요즘은 ‘브랜딩’ 시대다. 브랜딩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미로는 상징적인 기호와 생생한 색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런 브랜딩은 타고난 미적 감각 덕분일 수 있으나 시작은 기존 회화에 대한 의문이었다. 미로는 의문을 계기로 창의적인 자유로움을 그려냈다. 이로써 후대 예술가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줬고, 관람객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며 새로운 변화를 이끈 것,
이건 미로 그 자체였다.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회 정보
기간: 2022. 04. 29 ~ 09. 12
시간: 10:00 ~ 20:00
장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518 섬유센터빌딩 B1층
주최: 마이아트뮤지엄, TV조선
주관: 마이아트뮤지엄, 호안 미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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