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좋 심은 데서 빙그레우스 난다

빙그레우스의 좌충우돌 나라 살림 꾸리기, 빙그레 인스타그램

▲빙그레 인스타그램

“말씀드린 팀 단체사진… 전달드립니다 ㅎㅎ” 인터뷰 이후 단체사진을 드려도 되냐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알겠다고 했다.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으셨나보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담당자가 수줍게 보내온 메일을 열어본 뒤엔 절로 감탄이 나왔다. 빙그레우스가 단순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단박에 알 수 있었기 때문. 브랜드에 몰입하기 위해 자아까지 분열시킨다. 스튜디오좋을 만나봤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스튜디오좋: 안녕하세요. 현재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님을 보필하고 있는 스튜디오좋입니다. 오늘 인터뷰를 하게 된 저희 셋 외에도 작가 한 명, 디자이너 두 명이 더 계세요. 이렇게 총 여섯 명이 빙그레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빙그레우스의 첫 등장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특별한 설명 없이 셀카를 올렸고, 다음날에야 비로소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는데요. 오픈 당시에 어떤 심정이었는지 궁금해요

이슬비 AE(이하 슬): 오후 5시부터 5분 간격으로 셀카 여섯 장을 올리는 일정이었어요. 4시부터 벌써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 틀린 건 없는지 순서는 제대로 됐는지 적어도 50번은 넘게 확인했을 거예요. 셀카를 올리는 사이사이의 시간이 5분이 아니라 30분은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업로드 직후 팔로워 수가 떨어져서 조금 불안했어요. 하지만 이후에 오히려 팔로워가 증가하고 폭발적인 반응이 나와서서 매우 설렜던 기억이 나네요.

빙그레의 니즈와 그에 맞춰 준비한 스튜디오좋의 필살기는 무엇이었나요? 왠지 이 정도의 파격이라면 제안 단계에서 꽤 완성도를 갖춰놓았을 듯한데요

남우리 CD(이하 남): 빙그레 인스타그램이 온라인에서 회자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연예인 계정은 뭐 특별한 거 안 해도 좋아요 엄청 많이 달리던데? 연예인 같은 사람이 운영하면 좋겠다!’ 그렇게 저희의 연예인, 빙그레우스님이 탄생했습니다. 처음 제안 드린 큰 콘셉트를 바탕으로 빙그레 담당자와 저희 팀원들이 오래 논의한 끝에 빙그레우스님의 비주얼이나 성격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정했습니다. 빙그레 담당자께서 이미 여러 브랜드의 B급 마케팅을 다양하게 진행하신 경험이 풍부하셨기 때문에 논의 과정 또한 원활하고 재밌었습니다!

송재원 감독(이하 송): 빙그레 제품들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콘셉트가 초기 제안 단계에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보다 가짓수가 더 적었어요. 5종 정도? 빙그레 담당자와 캐릭터 콘셉트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성격이나 여러 세부 설정 등이 바뀌었고, 실제 론칭 시점이 다가오니 ‘과연 이걸로 충분한가?’ 하는 고민도 들었고, 결국 ‘최대한 때려넣자! 우와아아!’ 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빙그레우스를 탄생시켰습니다.

많은 분이 빙그레우스 착장의 디테일에 감탄하는 댓글을 남겼어요. 최근에는 바나나맛우유 왕관이 캔디바맛우유로 바뀌어 있기도 했고요. 빙그레 제품들을 그 이미지에 맞는 아이템이나 캐릭터로 만드는 건 하나하나가 많은 기획 과정을 거쳐야 할 텐데요, 까다로운 부분이나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남: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콘셉트예요. 하지만 프로젝트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빙그레와 빙그레 제품 광고라는 점을 항상 신경씁니다. 빙그레우스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기도 하죠. 빙그레는 정말 큰 기업으로, 거의 매주 신제품이 나오고 제품 관련해 업데이트되는 이슈가 끊이지 않아요. 저희는 그 이슈들이 스토리텔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정돈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빙그레 담당자와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더 날카롭게 다듬고요.

또 ‘연재’라는 특성상 스토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전개가 너무 빠르거나 점프가 심하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캔디바맛 우유 출시 이후에 빙그레우스의 왕관이 바뀐 채로 지속되는 것도 이처럼 연속성을 강화해주는 장치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빙그레우스가 “알고 보면 빙그레인 것들이 참 많소”라고 말했죠. 정말 ‘알고 보니 빙그레인 것들’을 알리기에 좋은 채널로 자리 잡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슬: 네. 많은 소비자가 빙그레 하면 바나나맛우유나 요플레, 투게더, 메로나 등을 먼저 떠올리곤 하시죠. 하지만 빙그레는 아이스크림이나 유제품 외에도 디저트, 스낵, 주스, 음료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갖고 있거든요. 제품 자체는 익숙하지만 ‘빙그레인 것들’인지 잘 모르시기도 하고요. 빙그레 인스타그램이 빙그레의 다양한 제품을 재미있게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

콘텐츠 업로드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해요. 기획도 기획이지만 일러스트와 스토리 작업 또한 많은 공을 들여야 하잖아요

슬: 음, 아무래도 초반에는 조금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캐릭터 설정집과 큰 세계관을 구축해 놨음에도 초반에는 스토리를 짜거나 검토하는 과정에 시간이 좀 걸렸거든요. 그리고 그림의 작화를 맞추는 작업도 생각보다 많은 공을 들였고요.

하지만 지금은 팀원 모두가 작업이 손에 익어 안정적인 사이클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제 모두 척하면 척이거든요. 그리고 빙그레 측에서도 작업 시간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일정을 조율해 주시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도 찾으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각 제품을 캐릭터화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슬: 우선 캐릭터화할 제품들을 선별하고 콘셉트 부분에서 직업이나 특성 같은 게 겹치지 않도록 러프하게 구성합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전투의 신, 음악의 신, 미의 신… 이런 식이죠. 이를 토대로 디테일한 캐릭터의 설정집과 인물관계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캐릭터별 성격부터 성격에 맞는 말투와 기본 포즈, 표정, 각 직업에 맞는 옷차림과 패키지의 특성을 담을 수 있는 외형적 특징, 심지어는 혈액형, 키, 예상 나이까지도요. 빙그레우스님을 보필하는 모든 분들이 의견을 모아가며 캐릭터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송: 의인화되는 빙그레 제품들은 대부분 스테디셀러예요. 맛, 색상, 패키지 디자인 같은 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각인돼 있습니다.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제품의 시각적인 포인트가 직관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요. 대놓고 드러나진 않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찾을 수 있는 정도로. 소비자들이 숨은그림찾기를 잘하고 또 즐기고 있어서 기쁩니다. 혼나는 빙그레우스의 바지가 빵또아인 걸 눈치챈 분은 정말 눈썰미가 대박이었어요.

소비자들이 빙그레우스 세계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어요. 빙그레우스를 단순히 대표 캐릭터쯤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빙그레라는 브랜드와 동일시하는 거죠

송: 만드는 저희에게도, 댓글다는 소비자에게도 즐거운 놀이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인형 놀이를 하듯이 익숙한 콘셉트의 뼈대에 살을 붙이면서 노는 거예요.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간직했던 덕력과 대중문화적 감수성의 물꼬를 터뜨리는 거죠. 이 놀이의 재미 포인트는 내가 알고 당신도 아는 그것을 기가 막히게 이어붙여서 비유적으로 표현했을 때예요. 그런데 연결시켜 생각할 소재가 없었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즉 빙그레가 그동안 쌓아온 제품력과 브랜드 파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저하…!!! 제발 구차한 *별* 설명 하지말아주세요 저희 다 알아듣습니다!!!!”라는 댓글 보셨나요? 사실 저도 궁금했어요. 그 설명은 어떤 이유로 하는 건가요? 물론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계실까 봐 덧붙이는 것 같은데, 왠지 스튜디오좋이 해서 그런지 뭔가 노림수가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슬: 우선… 뭔가 ‘빙그레우스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빙그레우스는 관심 받는 상황을 즐거워하거든요.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과 빙그레 나라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친절하게 설명을 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빙그레 나라의 세계관을 더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영문이나 외래어를 빙그레 나라의 단어로 바꾸는 것이 디테일한 세계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혹시라도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분들이 생길까… 주석을 달게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한다는 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일이잖아요. 아무래도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나 상황 등 에피소드나 느낀 점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슬: ‘소비자들은 반응이 빠르다! 눈썰미가 좋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송 감독님도 말씀하셨듯 살짝 보인 빙그레우스의 바지가 빵또아인걸 눈치챈 것도 놀랍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앞으로의 줄거리와 인물 관계를 그만큼이나… 간파하시다니… 정말 소비자들의 눈썰미는 짱(?)이에요.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이 굉장히 스윗하다는 점도 느꼈어요. 만우절에는 빙그레우스가 세로 드립을 읽고 슬퍼하는 콘텐츠를 업로드 했는데, 실제로 악플을 받은 줄 알고 많은 분들이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으로 응원의 댓글과 메시지를 보내주셨거든요. 악플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왠지 모르게 많은 힘을 얻었답니다.

빙그레 이전에 홈플러스 더 클럽 계정을 운영하면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었죠. 브랜드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남: 이렇게 인터뷰하는 일만 없다면, 홈플러스 대행사와 빙그레 대행사가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자아는 해당 브랜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래서 저희는 브랜드에 맞춰 자아를 분열시키기 때문입니다(ㅋㅋ). ‘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화자는 어떤 매력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요. ‘이 화자의 말과 행동이 브랜드와 강력하게 연결되고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송: 저희는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매력적인 비쥬얼로 치환하는 작업을 합니다. 핀터레스트나 비핸스를 보면 같은 제품을 활용해 만든 예쁜 패턴 이미지가 수없이 많아요. 하지만 대용량 제품을 판다는 홈플러스 더 클럽의 특징이 있었기에 의미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거기에 ‘소비패턴’이라는 네이밍이 연결고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죠. 소비패턴을 알고 계신 분들은 이제 제품 패턴 이미지를 보면 홈플러스더클럽을 떠올릴 겁니다. 브랜드 자산에서 파생된 키 비주얼이 그 브랜드의 자산이 되는 것,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빙그레우스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죠.

빙그레우스 아버지가 내린 미션 기한은 6개월이었어요. 내부적으로 세운 목표 데드라인인 것 같기도 하고, 이 지독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6개월을 시즌1로 삼겠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혹시 계약 기간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설마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죠…?

남: (빙그레 웃으며) 그것은 ‘아.직.은’ 비밀입니다. 지금은 드라마로 치면 시즌1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세계관도 설명하고, 주변 캐릭터들도 하나씩 소개하고, 대략적인 관계도를 보여주는 식으로 열심히 떡밥을 뿌리고 있습니다. (빠-밤) 빙그레우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과연 왕위를 계승하고, 세상에 밝은 미소를 더 많이 나누어 줄 수 있을까요?!

앞으로 펼쳐질 빙그레우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네요. 살짝만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

스튜디오좋: 더 많은 캐릭터! 깊어지는 세계관! 첨예한 대립각! 끌레도르보다 진-한 우정, 바나나맛우유보다 달달한 사랑! 냉동고를 녹일 듯 뜨거운 열정으로(비…빙그레우스님, 그럼 큰일 납니다) 2020년을 강타할 빙그레우스의 모험을 기대해주세요!


▲스튜디오좋

Credit
에디터
사진 스튜디오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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